하늘을 뒤덮었던 황사가 물러가자 그나마 숨통이 트이는 느낌이다. 목은 칼칼하고 연신 입안을 헹구어도 목구멍이 간질간질한 느낌이 영 가시질 않지만 그래도 시야에 들어오는 푸른 하늘을 보는 것만으로도 답답했던 마음이 한결 누그러지는 것이다. 주차장에 세워진 차들도 황사 먼지를 뒤집어쓴 탓인지 보닛 위가 온통 뽀얗다.

 

어제는 서울시장 후보 TV 토론회가 있었다. 그닥 재미도 없고, 밤도 늦었던 까닭에 끝까지 보지는 못했지만 오세훈 후보도 많이 변했구나, 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단일화 경선 TV 토론회 당시만 하더라도 오세훈 후보는 “주택 지정에 관여했으면, 부당한 압력을 받은 서울시 직원이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 직원은 양심선언을 해달라”며 “한 사람이라도 오세훈이 관심을 표했거나 직간접적으로 압력을 가했다고 기억하면 나서달라. 그러면 바로 후보직에서 사퇴한다”며 당당한 모습이었다. 말하자면 처가가 보유했던 내곡동의 그린벨트 지역은 위치나 존재조차 알지 못했으며, 관심도 없었다는 게 그의 주장이었다. 게다가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던 2009년 8월 그 땅이 보금자리주택 사업지구로 지정돼 36억 5천만 원의 보상금을 챙기게 되었다는 사실도 여전히 몰랐다는 것이다. 그러나 2000년 그가 국회의원으로 여의도에 입성했던 당시 그가 신고했던 재산신고 내역에는 그 땅이 버젓이 올라 있었다. 2007년 오 후보가 서울시장으로 있을 당시에도 재산신고에 올라 있었던 건 물론이다.

 

오 후보의 말이 앞뒤가 맞지 않는 거짓말임을 입증하는 서류들이 하나둘 나오기 시작하자 그는 다시 말을 바꿔 "해당 땅이 지금 논란이 되는 땅인지 알지 못했다"고 변명했다. 그러던 차에 내곡동 보금자를 추진하기 직전이었던 2005년 6월 13일 토지 측량을 하기 위해 내곡동 땅을 방문했던 오세훈 후보를 보았다는 목격자가 등장했다. 내곡 지구 개발 최초 제안은 2006년 3월 29일에 있었지, 제안에 앞서 SH가 내곡 지구 개발 계획을 수립하기 위한 조사 용역이 선행되는데 이 시기가 묘하게도 오 후보의 처가가 측량을 실시했던 날짜 9일 뒤였다. 즉 2005년 6월 22일 조사 용역이 시작된 것이다. 말하자면 그는 그린벨트 해제와 셀프 보상에 앞서 깊숙이 개입한 셈인데 TV토론에서 그는 후보직을 사퇴하겠다는 말은 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억 앞에 겸손하겠다"는 말로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소지를 없애려 애쓰는 모습이었다.

 

우리말에 "초록은 동색이다"라는 말이 있다. '풀색과 녹색은 같은 색'이라는 뜻으로, 처지가 같은 사람들끼리 한패가 되는 경우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오세훈 후보가 처지가 비슷한 안철수 후보를 공동 선대위원장으로 받아들이더니 안철수 대표를 점점 닮아가는 모양새다. 근묵자흑이라고 했던가. 안철수 대표가 거짓말로 명성을 떨치자 그게 부러웠던지 오세훈 후보 역시 눈만 뜨면 새로운 거짓말을 일삼고 있다. 조금 더 지나면 거짓말로는 안철수 대표를 능가할 태세인 것이다. 그야말로 청출어람. 거짓말은 또 다른 거짓말을 낳게 마련이고, 언젠가는 진실이 밝혀져 과거에 자신이 했던 거짓말로 인해 더욱 곤란한 입장에 처하게 되는 게 사람 사는 이치이다. 그러느니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고 후보직을 물러나는 게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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