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갛게 세수를 한 도시의 건물들과는 달리 하늘엔 여전히 먹장구름이 가득하다. 공기 중에 섞인 미세먼지가 어제의 비에 씻겨 맑아진 탓인지 하늘과 땅의 선명한 대비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추적추적 내리던 삼일절 휴일의 을씨년스러운 날씨와 그로 인해 비롯된 암청색의 우울이 하루를 넘겨 오늘까지 이어지고 있다. 날씨에 따라 기분마저 널을 뛰는 걸 보면 나는 그저 나이만 먹었을 뿐 여전히 철들지 않은 어린애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주말 휴일과 삼일절로 이어진 3일간의 연휴. 단지 3일 만에 만났을 뿐인데 사람들은 유난스레 반가운 인사를 건넨다. 2월에서 3월로 달을 넘겨 만났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비가 내려 날씨가 조금 쌀쌀해지기는 했지만 볼에 닿는 바람은 이제 완연한 봄의 기운을 느낄 만큼 부드러워졌다. 그런 봄기운 탓인지 사람들은 실없는 농담에도 까르르 웃음이 터지고, 이따금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순진한 장난기도 얼굴 가득 번진다.

 

연휴 동안 동해안으로 나들이를 갔던 행락 차량들의 고속도로 고립 뉴스에 대해 사람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말을 보태며 혀를 끌끌 찼다. 대설 예보가 내려졌었는데 차를 끌고 강원도를 간 것부터가 잘못이라며, 그런 쓸데없는 짓을 했으니 눈길에 고립되어 고생을 한 것도 스스로 자초한 일이니 쌤통이라는 거였다. 그러나 인간이 어찌 평생 쓸모 있는 일만 하면서 살 수 있을까. 소위 성직자라는 전광훈 씨와 같은 목사 나부랭이도 대통령을 향해 막말에 가까운 욕을 해대는 데 말이다. 그것이 자신에게도, 그가 믿는 하느님에게도, 그를 따르는 신도들에게도 하등 도움이 되지 못하지만 시간만 나면 그런 쓸데없는 짓을 하지 않던가. 하물며 일반인들이야 오죽하랴. 개인마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인간의 삶이란 본디 쓸데없는 짓의 비율이 7할은 넘도록 미리 설계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쓸데없다고 여겼던 철없는 행동들이 먼 훗날 더 오래 기억되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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