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뉴스에서 윤 모라는 만화가가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메시지가 논란이 되고 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기사에 따르면 그는 두 장의 사진(하나는 차고가 딸린 저택, 다른 하나는 금방이라도 허물어질 것 같은 낡은 집을 찍은 사진)을 대비시켜 놓고 "한쪽은 친일파 후손의 집, 다른 한쪽은 독립운동가 후손의 집인데 이것에 대해서 친일파 후손들이 저렇게 열심히 사는 동안 독립운동가 후손들은 도대체 뭐한 걸까. 사실 알고 보면 100년 전에도 소위 친일파들은 열심히 살았던 사람들이고 독립운동가들은 대충 살았던 사람들 아니었을까."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나는 사실 그가 그린 만화를 본 적도 없고 직업이 만화가라는 사실도 아는 바 없었지만 이 사람이 꽤나 철없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은 떨쳐낼 수 없었다. 예컨대 독일에서 자신의 선조가 나치에 부역한 사람인데 나치에 저항했던 사람과 그의 후손들을 비하하는 글을 썼더라면 법에 의해 독일 구치소에 수감되는 것은 물론 그렇게 되기 이전에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암살 타깃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친제국주의자들에게 있어서는 그야말로 파라다이스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전과가 노출될까 노심초사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물론 마음 놓고 거리를 활보할 수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친제국주의 대가로 받은 재산을 대대손손 물려가며 떵떵거릴 수 있으니 좀 좋은가 말이다.

 

몇 년 전 단재 신채호 선생의 사당을 방문한 적이 있다. 일본 제국주의에 저항하여 독립운동에 앞장섰던 그이지만 1936년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후 그는 무국적자로 남았었다. 그가 대한민국의 국적을 회복한 것은 2009년의 일이었다. 대한민국의 국민 전체가 독립운동가의 희생으로 지금과 같은 위치에 와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분들의 희생을 가벼이 여기는 경향이 있다. 심지어 친제국주의자들의 후손은 철저하게 독립운동가를 매도해왔다. 그런 반지성적, 반역사적 행위조차 표현의 자유 운운하며 방치한다는 건 대한민국의 법이 너무 관대하거나 허술하기 짝이 없다는 반증이다. 글을 쓰면 쓸수록 열불이 나는 까닭에 이쯤에서 그쳐야겠다. 건강을 위해.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