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이 옳았다 - 미처 만들지 못한 나라, 국민의 대한민국
이광재 지음 / 포르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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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종종 기적과 같은 일들이 발생한다. 그것은 비단 생명의 문제에만 국한되지는 않는다. 정치, 경제, 문화, 스포츠 등 삶의 전 분야에서 기적은 늘 존재하며, 그러한 가능성으로 인해 우리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말할 수 있는지도 모른다. 여섯 자녀에게 줄 크리스마스 선물로 썼던 책이 단지 입소문과 웹사이트 광고를 통해 전 세계에서 600만 부 이상의 책이 팔렸던 <오두막>이나 초등학교 문턱도 밟지 못한 작가를 단번에 주목받는 사상가로 만들었던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 역시 기적이 아니었을까. 그러나 상고 출신의 인권변호사가, 더구나 빈농의 5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던 비주류의 정치인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 선출되었던 것보다 더 큰 기적이 어디에 또 있을까. 나는 여전히 제16대 대한민국 대통령 노무현의 당선을 내가 목격한 가장 큰 기적으로 꼽고 있다.

 

기적과 같았던 노무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신 지 어언 12년, 참으로 많은 게 바뀌었다. 그리고 또 많은 것이 바뀌어가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한 체감은 단순히 변화 그 자체에 있는 게 아니라 변화의 속도에서 기인할 때가 많다. 한 세대 혹은 여러 세대에 걸친 느린 변화는 진행 중에 있을 때는 그 변화를 감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의 속도를 부채질하였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팬데믹으로 인한 전 세계적 위기 상황이었을 터, 보편화된 비대면의 문화 속에서 우리의 미래 역시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리고 있는 현실이 계속되고 있다. 30여 년 전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회의원일 때 보좌관으로 정계에 첫발을 디딘 이광재 의원은 모든 게 뿔뿔이 흩어지는 분열의 시대에 누구보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걱정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뜻과 의지를 되새기며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위해 정치인 이광재의 비전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그러므로 <노무현이 옳았다>는 '노무현 정신'을 담은 이광재 의원의 구체적인 정책 제안서인 셈이다.

 

"코로나19로 그 어느 때보다 불안감이 고조된 지금, 대한민국은 세계 어느 나라보다 영민하게 대처하고, 서로를 따뜻이 껴안으며 모범적으로 위기를 극복해나가고 있다. 나는 그런 국민의 마음이 대한민국을 전진하게 하는 가장 강력한 에너지임을 의심하지 않는다. 내일을 향해 힘차게 나아가는 이때, 혹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은 없을까? 더 살피고 보듬어야 하는 것은 없을까? 사람 사는 세상을 꿈꿨던 노무현 대통령의 생각에 비추어 오늘 우리의 모습을 짚어보고 내일을 대비하는 시간을 가져보고자 한다."  (p.21)

 

정치인이 쓴 책은 대개 자신을 선전하기 위한 자화자찬의 글이나 논리에도 맞지 않는 중구난방의 글로 채워지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책을 출간하는 목적 자체가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을 알리고 정치 후원금을 두둑이 챙기는 데 역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책의 내용보다는 출판기념회를 빙자한 세 과시가 정치인들의 주된 관심사라는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노무현이 옳았다>를 집필한 이광재 의원은 마치 한 편의 정치 논문을 쓴 것처럼 책의 순서나 내용 면에서 기승전결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이 완벽하다. '서장(序章): 내일의 문턱에 서서', 1장 '세대, 너와 나의 에너지가 모두의 시너지로', 2장 '정치, 균형으로 모두의 나라를 열다', 3장 '기술, 혁신의 중심엔 언제나 사람이 있다', 4장 '교육, 질문하는 교육으로 전환하라', 5장 '부(富), 누구의 것이 아닌 우리의 것으로', 6장 '글로벌, 세계의 중심에 대한민국을!', '결장(結章):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람답게 사는 세상'을 꿈꾸며'에서 보이는 것처럼 분열과 갈등의 문제제기와 저자 자신의 대안을 꼼꼼히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국민 삶의 질을 향상시킬 것인가? 일과 소득, 주거, 교육, 의료, 문화 5종 세트가 중요하다. 국민이 안정적 소득 기반을 갖고, 주거, 교육, 의료, 문화 등에서 저비용 구조를 만들 수 있다면 '삶의 질 1등 국가'가 될 수 있다. 국민이 행복한 나라를 만들려면 좋은 이웃, 마을, 사회, 국가 등 건강한 공동체도 중요하다. 또한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등 강대국 사이의 복잡한 역학관계 속에서도 국민 개개인의 희망을 담대하게 열 수 있는 강인한 국가를 만들어야 한다."  (p.246)

 

팬데믹 시대의 새로운 양상은 분열과 갈등의 심화로 심화로 요약할 수 있다. 부익부 빈익빈 현상의 가속화로 인한 계층 간 대립, 세대 간의 대립, 그리고 야당과 여당, 진보와 보수로의 분열, 기술의 발달로 인한 직업의 부족 현상과 젠더 대결 양상, 팬데믹 상황에서 새롭게 등장한 종교 간 대립이나 특정 종교에 대한 혐오 등 우리 사회의 갈등 요인은 더욱 다양하게 표출되고 있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고 국민적 대통합을 이뤄내는 것이 정치이고 진정한 리더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세대를 아우르고 진영 논리를 뛰어넘어 정치, 외교, 경제, 문화 등 사회 전 분야의 변화를 빠르게 읽고 우리가 나아갈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정치 리더가 절실한 것이다. 국민 모두가 어깨를 겯고 번영의 길로 함께 나아가지 않으면 공멸의 길로 들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지식을 공공재로 만들기 위해서는 최고의 지식을 상수도나 전기처럼 저렴한 비용으로 무한정 공급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정부가 주체가 된 과감하고 혁신적인 '디지털 교육 뉴딜'이 필요하다. 과거 미국이 대공황을 탈출하기 위해 정부가 주도하여 펼친 과감한 해결 정책인 뉴딜 정책에 교육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방식의 교육 혁신을 추진하는 것이다."  (p.170)

 

저자는 <노무현이 옳았다>에서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위기'는 위험과 기회라는 양면성을 가진 단어라고는 하지만, 위기를 뚫고 새로운 기회가 분배되는 과정에서 모든 이가 그 기회를 공평하게 부여받는다는 뜻은 아니다. 오히려 새로운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위기로 인한 부의 쏠림 현상은 심화되고 가속화된다. 그것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위기가 찾아올 때마다 초고소득층의 소득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다수의 중산층은 빈민층으로 전락하고 만다. 변화의 주기가 갈수록 빨라지는 상황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특별한 대책이 시행되지 않는 한 공멸의 길로 나아가는 것은 단지 시간문제일 뿐이다. 저자 역시 대한민국의 정치인 중 1인으로서 그에 대한 책임감을 느꼈을 터, 안일하게 진보냐 보수냐를 놓고 이념 타령을 할 상황은 아니라고 보지 않았을까. 일레인 글레이저의 <겟 리얼>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이데올로기는 죽었다거나 악이라는 말 자체가 가장 이데올로기적인 주장이다.' 정치인이라면 누구나 다 통합을 말하지만 사실 그런 말 자체가 헛된 주장이나 구호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정치인이었지만 자신의 속내를 가장 솔직한 언어로, 가장 편한 방식으로 드러내는 걸 주저하지 않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 그를 지근 거리에서 보좌하며 정치철학마저 그를 닮아가는 듯한 저자는 어쩌면 우리 세대의 가장 따뜻한 정치인이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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