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조가 없었던 건 아니지만 우리나라 국민들의 개신교에 대한 반감과 조롱, 부패한 목사들에 대한 비난과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개신교계와 비개신교계 간의 분열과 반목 등은 보수와 진보로 대변되는 우리나라만의 극단적인 정치지형과 맞물려 불필요한 손실을 초래해 왔던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전 국민적 차원의 비난이나 정치권 전체의 성토가 없었던 건 대형교회의 막강한 조직 동원력이 한 표가 아쉬운 정치인들에게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선거 당락의 열쇠처럼 작용했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선거 판세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한 정치적 포석이자 바둑판 위의 요석처럼 인식되어 왔던 것인데, 이런 까닭에 개신교계 목사들은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치인의 당선을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했고, 그에 대한 대가로 개신교계에 유리한 각종 세제 혜택과 정치 편향적 목사들에 대한 특권을 보장받아 왔다. 악어와 악어새처럼 공생관계를 유지하면서 말이다. 물론 그러한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필요한 권력 누수와 불평등한 조세 구조로 인한 폐해는 모두 선량한 국민들의 몫으로 남겨졌고, 수십 년 동안 개선되지 않은 채 유지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보수 단체와 전현직 야당 국회의원 그리고 사랑제일교회를 비롯한 개신교 세력들에 의한 광화문 집회와 그로 인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규모 확산은 안타까운 일이지만 언젠가 터질 게 터졌다는 인식이 강한 듯하다. 그리고 늦은 감은 있지만 그들의 민낯을 속속들이 볼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대한민국 발전을 위해 다행스러운 사건이라고 평하는 걸 듣게 되었다. 물론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국적 확산으로 인해 누가 확진자인지 알 수 없는 극도로 불안한 환경이 지속되고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 위험성이 존재하는 사람들조차 검사를 기피한다거나 방역 당국 종사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한다거나 확진자들조차 어떤 음모설을 주장하거나 하는 등 비상식적이고 위험천만한 행동을 하는 개신교계와 보수 단체의 행태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하면서 교회에 대한 대중의 분노는 극단적으로 높아지고 있는 추세이다. 물론 극우적 보수단체와 일부 야당 정치인들에 대한 분노가 교회라는 단일 대상으로 전가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말이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하듯 열렬한 개신교 신자마저 교회에 다닌다는 말을 못 하게 되었다. 전에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교회에 다닌다거나 하나님을 믿는다거나 했었는데 이제는 그런 말을 함으로써 나에 대한 이미지가 광화문 집회에 참가했던 일부 비상식적인 교인들과 동일시되거나 우리 사회에서는 결코 화합할 수 없는 반사회적인 인물로 여겨질까 봐 두려운 것이다. 생각해보면 교회의 추락이 이처럼 급격했던 적이 있었던가 싶다. 게다가 단 한 번도 반성이나 뉘우침을 이끌어내지 못했던 개신교계의 자각을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순식간에 도출할 수 있었던 것도 획기적인 일로 여겨진다.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아무리 공고했던 세력도 결국에는 그 끝이 있게 마련이고 우리는 2020년의 대한민국 코로나 정국에서 그 사실을 눈으로 목도하고 있다. 오늘은 처서, 영원할 것 같은 더위도 곧 끝이 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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