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티지 손그림 일러스트 - 펜과 색연필로 끄적이는 정말 쉬운 손그림
김인호 지음 / 영진.com(영진닷컴) / 2016년 5월
평점 :
품절


웃기는 건 손글씨를 쓸 기회가 점점 줄어들면서 뭔가 손으로 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집착이 그에 비례하여 커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컨대 십자수나 요리나 그림그리기나 도예 등 하나부터 열까지 손을 쓰지 않고는 도무지 일을 완성할 수 없는 그런 일들에 대한 향수와 집착이 갈수록 커지는 바람에 이런저런 동호회를 기웃거리게도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관련 도서를 사보기도 한다. 물론 그중 8,90%는 채 한 달을 넘기지 못한 채 흐지부지 없었던 일로 되돌아가곤 하는데 이런저런 비용을 따져보면 그 액수도 만만치 않다. 술, 담배를 하지 않으니 그 정도쯤이야 괜찮지 않을까와 같은 별별 자기합리화로 일관하게 되지만 말이다.

 

한 기업의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블로그 '우아한 달팽이'의 쥔장이기도 한 김인호의 저서 <빈티지 손그림 일러스트>는 나처럼 빈약한 지구력과 무지에 가까운 그림 실력을 지닌 '그림 하층민'에게 꽤나 유용한 책인 듯 보였다. 물론 '유용하다'는 판단은 일단 (손그림 일러스트 그리기) 시도를 한 후 적어도 두어 달 동안 지속적인 실습을 거쳐서 내리는 게 마땅하지만 나는 책을 읽은 지 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지금 실기가 아닌 상상 속 체험은 벌써 수십 번 또는 수백 번에 이른 까닭에 이처럼 자신(은 없지만 뻔뻔하게) 있게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기초나 테크닉 같은 스킬적인 부분을 알려주진 않아요. 그 대신 '어떻게 하면 편안하고 가볍게 대충 낙서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림을 하나의 놀이처럼 즐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만든 책입니다." ('머릿말' 중에서)

 

총 8개의 부분으로 구성된 이 책은 PART1 커피가 생각나는 카페용품 일러스트, PART2 요리하고 싶은 주방용품 일러스트, PART3 떠나고 싶은 여행용품 일러스트, PART4 업무 시간이 즐거워지는 사무용품 일러스트, PART5 사랑스러운 애완동물 일러스트, PART6 기억하고 싶은 기념일 일러스트, PART7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 일러스트, PART8 일러스트레이터로 손그림 그리기의 목차에서 짐작되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사물에 대한 재미있는 일러스트 자료들이 빼곡하다.

 

 

 

마음 같아서는 그까이 거 대충 쓱쓱 그리면 될 것 같은데 실제로 해보면 생각처럼 잘 되지 않는다. 모든 게 디지털로 변한 요즘, 아날로그 시대로 되돌린다는 게 어디 쉽기야 할까마는 몸의 관절도 녹이 스는지 손을 놀릴 때마다 끽끽 소리도 나는 듯하고, 집중하여 그리다 보면 가스레인지 위에 올려놓은 냄비를 깜빡 잊고 있다가 까맣게 태워먹기도 한다. 그래도 하나 좋은 게 있다면 무료했던 시간이 어떻게 흐르는지 모르게 빠르게 흘러간다는 점이다. 그림 실력은 좀처럼 늘지 않지만 이따금 손을 놀려보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 몸에 기름칠을 하는 듯한 느낌도 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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