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지 말고 마음 가는 대로 - Va' dove ti porta il cuore
수산나 타마로 지음, 최정화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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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삶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기본적인 목적에 부합하기 위해 얼마나 분주한가. 게다가 이러한 목적에 곁가지처럼 덧붙여진 여러 이유와 동기들로 인해 우리의 삶은 또 얼마나 복잡한가. 실타래처럼 복잡하게 얽힌 여러 이유들, 삶에 덧입혀진 이러한 것들을 해묵은 먼지를 털듯 툭툭 털어내면 남은 인생은 조금쯤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할 때가 더러 있다. 조금만 방심해도 금세 어질러지는 집안처럼 삶을 단순화하려는 노력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 금세 무거워진다.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말들은 때로 생각을 어지럽히는 리듬들을 만들어서 우리의 이성을 마비시키지. 하지만 그 와중에도 마음만은 숨을 쉰단다. 유일하게 고동치며 살아 있는 기관이지. 가끔씩 아무 생각 없이 오후 내내 텔레비전을 켜놓곤 한단다. 눈으로 보지 않아도 소리는 방을 건너 나를 계속 쫓아와. 그런 날 밤에는 평소보다 더 불안해져서 잠들기가 어렵지. 그래도 그 소음이 없으면 견딜 수가 없을 때가 있어. 반복되는 소음은 마약 같아서 한 번 익숙해지면 그것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거든." (p.129)

 

수산나 타마로의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는 미국으로 떠난 손녀에게 보내는 할머니 올가의 편지들로 엮은 책이다. 1992년 11월 16일에 시작하여 12월 22일의 마지막 편지에 이르기까지 35일간 써내려간 15통의 편지는 읽는 이들의 눈시울을 적신다. 1994년 이탈리아에서 책이 출간되자마자 엄청난 입소문을 타고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전 세계 45개국에 번역되어 누적 판매량 2천만 부를 돌파했다는 이 책은 죽음을 앞둔 할머니 올가의 시선으로 우리의 삶과, 사랑과, 운명에 관한 성찰을 담고 있다.

 

나는 사실 이 책을 읽었던 게 이번이 두 번째이다. 그러나 같은 책을 두 번 읽었던 건 아니다. 한 번은 밀리언하우스에서 2009년에 출간했던 <마음가는 대로>를, 그리고 이번엔 소담출판사가 출간한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를 읽었다. 책을 펼치는 순간 전에 어디선가 한 번 읽었던 책이라는 걸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책에서 할머니는 혼자 남겨질 손녀를 위해 때로는 꽁꽁 숨겨두었던 자신의 비밀을 들춰내기도 하고, 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어린 손녀를 떠맡게 되면서부터 시작된 손녀와의 사랑과 갈등, 추억, 그리고 인생 선배로서의 가르침 등 같이 있을 때 들려주지 못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서간문이라는 따뜻한 문장 형식으로 잘 표현하고 있다.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는 누군가 죽었다는 사실보다 그에게 하지 못한 말들이 남아 있다는 사실이 더 무거운 짐이 되곤 하더라. 나는 꽤 오래 살았고 그만큼 많은 사람들을 먼저 떠나보냈기 때문에 잘 알지." (p.27)

 

해가 갈수록 느슨해지는 관계와 메말라가는 가족 간의 정, 현대인의 고독과 소외를 생각할 때 수산나 타마로의 <흔들리지 말고 마음가는 대로>를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읽히고 싶은 심정이다. 책 한 권 읽는다고 세상이 바뀔 것까지야 없겠지만 이 각박한 세상에서 나를 이해하고 언제나 애정 어린 관심을 주는 가족의 중요성을 다시금 기억하게 될 것이다.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단 한 명만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세상은 그 얼마나 살 만한 곳인가. 내가 확신할 수 있는 사람이 적어도 단 한 명뿐일지라도 말이다.

 

"너 스스로를 잘 돌봐야 한다. 어른이 되어가면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고 싶어질 때마다 이걸 꼭 기억해. 가장 먼저, 그리고 가장 중요하게 바꾸어야 할 것은 언제나 네 안에 있다는 것을. 자신에 대한 생각 없이 뭔가를 바로잡고자 하는 것만큼 위험한 일은 없단다." (p.278)

 

오늘은 소한. '소한 추위는 꿔다가도 한다'는데 오늘만큼은 예외인 듯 봄날씨처럼 푸근하기만 하다. 한파가 물러날 때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던 미세먼지도 없다. 점심을 먹은 후 근처 공원을 한참 동안 거닐었다. 외출을 나온 사람들의 표정도 밝아 보였다.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네 편, 내 편으로 편을 갈라 서로가 서로에게 극한의 대립을 보여주는 정치인들의 한심한 작태만 없더라도 우리가 사는 세상은 조금쯤 따뜻해지지 않을까. 그들을 닮아서일까. 이제는 세상의 절반인 남성과, 세상의 절반인 여성이 서로를 향해 분노의 말을 쏟아내고 있다. 우리는 도대체 어디로 향하고 있는 것일까. 삶을 복잡하게 하는 여러 이유들을 먼지를 털듯 툭툭 털어내고 싶었던 오늘, 사람들은 맑고 투명해진 날씨 하나만으로도 저렇게 행복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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