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사람의 죽음을 겪어 본 사람은 안다. 한 사람의 죽음이 어떤 의미인지를. 단지 뉴스로만 듣던 피상적인 의미의 죽음이 아니라 몸과 마음 전체를 짓누르는 부재의 실감과 가슴이 통째로 사라진 듯한 허무와 상실감. 그런 것들로 인해 온 우주가 빛을 잃고 점차 사그라드는 듯한 느낌. 부귀영화도 한낱 꿈에 불과하다는 현실적인 깨달음.

 

미황사/김태정

 

……(생략)……

꽃살문 너머

반야심경이 물결처럼 출렁이면

나는 언제나 이 대목에서 목이 메곤 하였는데

 

그리운 이의 한 생애가

잠시 내 손등에 앉았다가 포르르,

새처럼 날아간 거라고

땅끝 바다 시린 파도가 잠시

가슴을 철썩이다 가버린 거라고.....

스님의 목소리는 어쩐지

발밑에 바스라지는 낙엽처럼 자꾸만

자꾸만 서걱이는 것이었는데

 

차마 다 터뜨리지 못한 울음처럼

늙은 달이 온몸을 밀어올리고 있었습니다

그의 필생의 호흡이 빛이 되어

대웅전 주춧돌이 환해지는 밤

오리, 다람쥐가 돌 속에서 합장하고

게와 물고기가 땅끝 파도를 부르는

생의 한때가 잠시 슬픈 듯 즐거웠습니다

열반을 기다리는 달이여

그의 필생의 울음이 빛이 되어

미황사는 빛과 어둠의 경계에서 홀로 충만했습니다

 

우리 영화계의 큰 별이었던 배우 신성일이 향년 81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그가 살았던 삶에 대한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한 사람의 죽음은 하나의 우주가 스러지는 것임을 나는 안다. 그에 대한 기억도 언젠가는 산 사람의 머릿속에서 낙엽처럼 스러지겠지만 적어도 낙엽을 밟고 선 오늘의 체감만큼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생면부지의 그이지만 오늘의 애도는 오직 그에게 향해 있음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