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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2 - 완결
배진수 글.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8월
평점 :
가까웠던 사람의 죽음을 확인하는 것보다 더 큰 공포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게 갑작스러운 일이라면 공포는 배가된다. 자책과 회한이 뒤섞이고, 현실로부터 강제 추방된 듯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기억은 본디 스러지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지만 어떤 기억은 희미하던 기억을 되살리고 때로는 없던 기억마저 덧붙임으로써 시간이 갈수록 더 선연한 모습으로 되살아나는, 그야말로 자가증식을 하는 줄기세포처럼 스스로의 몸집을 나날이 키워가는 기억도 있다. 그렇게 몸피를 키운 기억은 한 인간을 잠식하고 급기야 사망에 이를 만치 큰 공포로 작용하기도 한다.
웹툰 작가인 배진수는 그의 책 <금요일(禁曜日)>에서 인간 본성의 심연에 뿌리 깊이 내재된 불안이나 공포를 만화라는 특수한 매체를 통해 사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공포를 주제로 한 대개의 만화가 말초적이고 찰나적인 충격 요법을 그 도구로 하지만 배진수 작가는 그렇지 않은 셈이다. 자신의 수명을 팔아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한 사내가 파멸되는 과정을 그린 '거래소'라든가, 미래로 소환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다룬 '전송' 등 우리가 한 번쯤 상상해보았음직한 이야기들이 근원적인 질문과 함께 공포스럽게 등장한다.
이에 비해, 과거를 재구성하고 구현하는 일은 상대적으로 쉬운 일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과거의 데이터는 다 수집돼 있거든요. 누락된 부분이 있다 해도, 역예측으로 충분히 보완이 가능하고요."
즉, 미래를 완벽히 예측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과거의 어느 지점을 특정지어 현재에 구현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것을 '전송'이라 부릅니다. 그러니..."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여기 있는 '나'라는 존재는 그냥 거기에서 과거에서 아무 일 없이 생활하고 있는 오리지널 '나'를 이 시대에 구현해낸 유기체에 불과하다고 했다. (p.240~p.241)
2012년 10월 4일부터 2014년 9월 12일까지 매주 금요일에 연재되었던 웹툰『금요일』의 완결편이라는 이 책은 1부 RULE, 2부 WISH, 3부 LIVES, 4부 CHOICE, 5부 RISK 등 주제에 따라 구성된 옴니버스 형식의 만화로, 각각의 이야기는 한 편의 만화라고 치부하기에는 부족한, 만화를 읽는 독자들에게 뭔가 묵직하고 섣불리 대답할 수 없는 질문들을 던져준다.
"근본적으로 이 작품은 공포보다는 블랙코미디에 가까우며, 선뜻 믿기 어려우시겠지만 인간과 사회에 대한 고찰과 이것이 불러오는 연민, 즉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 만화입니다. '인간애'라는 주제를 가슴에 품고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신다면, 아마 제 의견에 동감하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공포는 대개 인간의 '무지'에 그 뿌리를 두고 있지만 근원적이면서도 철학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모른다고 해서 그게 과연 공포스럽기만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보다는 오히려 만화라는 시각적인 매체를 통해 다만 머릿속으로만 생각하던 근원적인 질문들을 더욱 또렷하게 인식하게 되었다는 게 나의 솔직한 감상평이다. 쉽게 쓰인 철학서를 한 권 독파한 느낌이랄까, 암튼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