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비슷한 심정이었을 줄 압니다. 어제는 대서, 이름에 걸맞게 날씨는 찌는 듯이 더웠고 그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갑자기 전해져 온 소식으로 인해 가슴에는 서늘한 기운만 감돌았습니다. 사람들은 종종 자신의 관점에서만 말을 하곤 합니다. 한 정치인의 죽음 이상이었던 그의 죽음에 대해서도 그런 듯합니다. 그러나 꼭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다른 건 몰라도 어느 순간에라도 한 인간의 탄생과 죽음에 대해서는 희화하거나 조롱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입니다. 적어도 제정신을 가진 인간이라면 말이죠.
정치인인 동시에 예술을 사랑하던 한 인간으로서의 고 노회찬 의원은 죽어서는 예술가들과 어울리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광장'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최인훈 작가(향년 82세)가 떠나신 날 유명을 달리하셨으니 말입니다. 지금쯤 두 분이 서로 어깨를 겯고 훠이훠이 저승길을 걷고 있지나 않을까요. 참으로 안타까운 죽음입니다. 자신의 욕심과 영달을 위해 수억 원, 수십억 원의 뇌물을 받은 사람들도 버젓이 잘만 사는데 그깟 4천만 원의 정치자금을 받고도 그렇게 마음에 걸리셨나 봅니다. 이 땅의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위해 애쓰신 노고만으로도 그 정도의 값어치는 하고도 남았을 텐데 말입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도 언제나 유머와 해학을 잊지 않으셨던 분, 정치혐오의 시대에 국민들로 하여금 정치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서게 하셨던 분, 어떤 인연이나 친분도 없었지만 당신의 갑작스러운 죽음이 큰 슬픔으로 다가옵니다.
'진보의 아이콘'이라기보다 정치를 정치답게 만든 '정치의 수호자'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의 죽음에 대해 안타까워하지는 못할망정 조롱을 한다는 건 정말 인간도 아닙니다. 물론 지금도 우리는 개, 돼지만도 못한 사람들과 얼굴을 맞대고 살아가고 있기는 합니다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