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돈이 되는 건 아니지만 꼭 해야 하는 일들이 더러 있다. 그런 일들은 대개 돈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돈이 드는 경우가 더 많아서 일의 우선순위는 항상 뒤로 밀리게 마련이다. 당장 돈이 되거나 돈은 되지 않지만 여러모로 자신에게 유리한 일을 우선적으로 먼저 하게 되고 나머지 일은 그저 시큰둥할 뿐 의욕이 나지 않는 것이다. 적이나 할 일이 없거나 다른 사람의 시선이 두렵거나 마음이 무거워 오랫동안 심적인 부담이 되었거나 하지 않으면 결코 하지 않았을 일들.
그러나 살다 보면 돈이 되는 일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것보다 돈도 되지 않는 일을 하지 않아서 후회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는 걸 시간이 한참 지난 후에야 알게 된다. 예컨대 주말 휴일을 집에서 빈둥대면서도 시골에 사는 부모님을 한 번 더 찾아뵙지 못했던 일, 바쁘다는 이유로 가족 여행을 자주 하지 못했던 일, 아이가 어렸을 때 피곤하다는 이유로 책 한 권 더 읽어주지 못했던 일 등은 돈은 되지 않지만 되돌릴 수 없는 시간으로 인해 밀려오는 회한은 돌덩이처럼 딱딱해지기만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 우리는 가까운 미래에 있을 후회를 걱정하며 살지는 않는다. 자신이 하는 일과 마음을 억지로 떼어놓은 채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돈을 좇느라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다 보면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점점 더 서툴고 어려워진다. 감정이 사라진 마음은 황폐하다. 인생의 어느 순간에 자신의 감정을 되찾지 못하면 삶의 의미마저 잃게 된다. 그리고 황폐하고 메마른 사람 곁에 다른 사람이 찾아올 리 없다. 우리는 어쩌면 자신의 일에 마음을 담는 법을 먼저 배웠어야 하는지도 모른다. 돈이 되는 일인지 아닌지 구분하기에 앞서 어떤 일이든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마음을 담지 않는다는 건 언젠가 자신으로부터 마음마저 떠난다는 걸 암시하는 일인지도 모른다. 무척이나 더운 날씨, 어떤 일이든 시작도 하기 전에 짜증부터 나는 무더위에 책 한 권 손에 잡고 앉으면 달아났던 마음도 되돌아오는 듯하다. 나는 지금 김승섭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