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가 불과 10여 일 남짓하게 남았을 뿐인데 선거 열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는 분위기이다. 모름지기 선거라는 게 여러 후보자 중 누가 당선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일 때 선거 열기가 달아오르는 법인데 이번 선거는 선거를 치르기도 전에 여당의 승리가 확실하다는 듯 이따금 여당의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거리에 내걸린 현수막에서 그들의 이름만 확인할 뿐 야당 후보는 숫제 관심조차 없다. 나만 그런 게 아니다. 주변 사람들도 야당 후보로 누가 나왔는지 도통 관심이 없다. 심지어 줄곧 보수 성향의 후보에게 투표를 하여 왔던 사람조차 투표는 해서 뭐하냐며 6월 13일에 당일치기 여행 계획을 세우는 사람도 있었다. 이런 분위기로 몰고 온 최대의 공로자는 제1야당의 대표인 홍준표가 아닐까 싶다.

 

지난 선거만 하더라도 내가 사는 지역에서 지금의 여당인 민주당이 득세를 하지는 못했다. 시장을 포함한 시의원 대부분이 지금 제1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소속이었다. 그랬던 게 이렇게 급변할 줄이야. 상전벽해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직접 보고 상황을 인식하면서도 도무지 믿어지지가 않는다. 사실 한 사람의 사상이나 이념은 잘 바뀌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런 갑작스러운 변화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약속이나 한 듯 보수 성향의 사람들이 모두 진보주의 성향으로 바뀌지는 않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이것이 상식의 승리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우리 국민은 이념을 떠나서 누군가의 선동과 잘못된 정보를 통하여 눈과 귀가 가려졌던 게 아닐까 싶은 것이다. 인터넷과 SNS라는 통제불능의 매체가 일반화되지 않았던 과거에는 텔레비전과 신문 매체의 영향력이 클 수밖에 없었고 권력의 승계는 언론 통제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양한 매체에 의해 전달되는 다양한 정보는 사람들을 변화시키기에 충분했다. 누가 잘하고 잘못하는가는 상식의 문제일 뿐이지 이념의 문제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야당의 대표는 지금도 이념을 통한 분열과 결집을 꾀하고 있다.

 

아무튼 나는 말이 통하는 상식의 사회로 변화되어 가는 작금의 상황이 무척이나 반갑다. 6월이 되자마자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불볕더위가 우리를 힘들게 하고는 있지만 꽁꽁 얼어붙었던 한반도의 운명은 지금부터 서서히 풀려나가는 게 아닐까 싶다. 21세기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상식의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건 전 세계인이 놀라고 경악할 일이지만 우리는 그동안 미개와 비이성의 시대를 살아온 게 사실이지 않은가.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도래했다는 것은 서로의 이념이 다를지라도 얼마든지 대화가 가능한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래 세대는 지금의 기성세대보다 더 수다스럽고 말이 많아질지도 모르겠다. 그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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