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명문 오닐 가 1500년 지속성장의 비밀
전진문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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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이라는 단어는 어느덧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화두가 되었다. 하지만 바라본다고 해서 누구나 ‘성공’하기는 어려운 것이 바로 지금이다.
성공, 어떻게 해야 손에 꽉 잡을 수 있을까?
이런 의문에서 이 책은 시작되는 것 같다.

1500년 이상 북아일랜드 얼스터 지방을 대표하는 가문으로 자리한 오닐 가.
창업 1세대부터 4세대까지 생존하는 기업은 단 0.15퍼센트에 불과하다고 알려져 있는데 이들은 어떻게 1500년 이란 시간 동안 업을 지키며 살아온 것일까?

용기
세계에는 내가 알지 못하는 이름의 수많은 부자들이 존재한다. 부모로부터, 부동산, 사업 등으로 부를 축적하게 된 그들은 평범한 내게 부러움의 대상이지만 보통 사람들과는 다른 공통점이 있다. 그것은 바로 ‘용기’다.

옛날이나 지금이나 하나의 업을 이룩한 사람은 보통 사람들보다 수십 배의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수백 배의 시련을 겪으면서, 결정적인 순간에는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던질 각오를 하면서 모든 열정을 다 쏟아 부은 사람이었다.

사람들은 어떤 일을 시작할 때나 결정해야 할 때 ‘용기’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헤레몬은 26년간의 대기근으로 새로운 낙토를 찾아 자신의 손목을 잘라 피 묻은 손을 육지에 던져 승자가 되었다.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손이 먼저 닿는 사람’이 땅을 지배하기로 했기 때문에 경쟁에서 뒤져 승리를 놓칠 위기에 처하자 헤레몬이 결정적인 ‘용기’를 발휘한 것이다. 덕분에 피 묻은 손은 오닐 이라는 가문의 문장이 되었고 후세들에게 1500년 이라는 오랜 시간을 풍요롭게 만들어 주었다.

시련
시련을 겪었다고 모두 부자가 되거나 성공하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시련을 겪지 않고 자수성가한 사람은 없다. 그러므로 시련은 성공하기 위한 충분조건은 되지 못하지만 하나의 필요조건이자 통과의례라고 말할 수 있다.

고백하건데 나는 ‘시련’이 두렵다. 어렵고 낯선 환경은 스스로를 더욱 작게 만든다. 하지만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커다란 시련의 끝에 ‘성공’이라는 열매가 달려있다.

책 속에서 보았던 사람들은 이름만 들어도 성공의 중심에 있는 사람들 이었다. 그들 역시 무수한 시련과 고통의 시간을 거친 후에 오늘의 모습으로 변화하게 됐다. 특히 평범하고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쌀가게 점원으로 시작해 현대라는 브랜드를 창출해낸 고정주영 회장의 이야기는 큰 귀감이 되는 것 같다.

행동 
어릴 적 나는 장래희망이 많은 아이였다.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가도 작가, 여자경찰, 디자이너, 피아니스트 등, 내가 꾸는 꿈은 수없이 바뀌곤 했다.
성인이 되고 난 후에는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에 대한 경계가 뚜렷해졌지만 꿈꾸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꿈꾸는 만큼 실천하기는 어렵다.

그냥 ‘꿈꾸기’에 그치고 행동으로 옮기지 않는다면, 곡식 씨앗을 땅에 심지 않고 가슴에 품고 있는 몽상가의 생각에 불과하다.

성공해서 타인의 눈길을 받고 사는 사람들은 ‘행동’이 삶의 일부분이다.
상상했던 것들을 실천하는 의지, 계획했던 것들을 풀어나가는 행동은 그들의 삶의 원동력처럼 보였다.

멋지고 당당하게 사는 삶에 대한 동경만 품던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삶을 자세하고 체계적으로 공부한 느낌이다. 누구에게나 똑같은 환경이 주어질 수는 없지만 주어진 현실에 맞게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노력하고 용기를 내어 결정하는 힘, 이것은 내가 이 책을 통해 느꼈던 최종 결론이다.
성공한 삶을 살기 이전에 노력하는 삶을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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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님 싸부님 1 - 이외수 우화상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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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라는 단어가 딱 들어맞는 이외수.

그의 글들은 쉽게 읽히지만 그 속에 많은 생각과 진리가 담겨 있는 것 같다.

<하악하악>이나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등의 책을 통해서 작가와 친근해진 느낌을 받은 것은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짧은 몇 줄의 글귀가 내가 사는 삶과 닮아 있고 내가 하고픈 이야기를 대변해주고 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아무 생각 없이 읽어 내려간 글 속에서 무언가 느껴지는 굵직한 생각들.

그의 글들이 바로 그렇다. 쉽고 재미있게 읽다가도 다시금 생각을 바로잡게 되는 수많은 문장들이.

한동안 ‘외로움’이라는 단어가 내게 참 와 닿은 적이 있었다.

좋은 벗들을 옆에 두고도 외로움을 물리치지 못하는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답답한 적도 있었지만 <여자도 여자를 모른다>는 책 속 글귀를 보면서 마음을 다잡기도 했다.

누구나 외롭고, 외로움은 평생 따라다니는 동반자이며 그래서 물리칠 방도 같은 것은 없다는 말이 많은 위로를 주었던 기억이 난다.

그 책을 통해 ‘외로움’을 위로받았다면 <사부님 싸부님>책은 오늘을 사는 내 일상에 ‘희망’을 주고 있다.




그대여 

부귀와 영화, 권력과 금력, 직함과 명예,

온갖 형이하학적 무늬들로 인생이 거창하게 장식되어져 있는

분들을 결코 부러워 말라.

그대들은 한평생 무엇을 바라고 여기까지 헤엄쳐 왔는가.

번쩍거리는 비늘과 우아한 지느러미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 듯도 하다만

영혼의 내장 속에 가득 들어차 있는 탐욕 뒤의

똥과 밥찌꺼기

양심이 썩는 냄새가 역겹기만 하도다.

어디로 시선을 두고 있는가.

가장 크고 값진 것은 그대 자신의 마음 안에 있는 것을.




남보다 더 많이 가지지 못하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병들게 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더 나은 삶을 꿈꾼다는 이유로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욕심을 부리며 살지는 않았는지.

백지 위에 작은 점하나, 짧은 글귀를 통해 나의 하루를 반성해본다.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하고자 했던 말은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봤다.

결국 모든 것은 시작은 보잘 것 없는 하나의 점에 불과했고, 모두 같은 곳에서 시작했다는 것.

자신의 하루를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는 알지 못하는 ‘끝’이 존재한다는 것.

책의 끝부분을 마주하면서 문득 내 스스로는 얼마나 최선을 다해,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됐다. <사부님 싸부님> 책 속에는 한 번씩 스스로에게 진지하게 묻는 질문들의 답이 자리하고 있다.

답은 누구나 잘 알고 있듯 명쾌하고 짧다.

결국은 주어진 시간과 삶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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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사랑이었네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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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야.

나는 그토록 꿈꾸던 대학입학과 함께 그녀를 알게 됐다.
바람의 딸 시리즈 책과 중국견문록이란 책을 통해 자유롭게 사는 영혼(?)에 대한 풋풋한 상상을 했었던 기억이 난다.
안정된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두고 자신이 배우고 싶은 언어, 환경을 스스로의 노력과 경험으로 체득하고자 하는 그녀의 삶.
스무 살의 나는 그녀의 삶이 부러웠고 닮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책 속에서 본 그녀의 모습을 좇기에는 현실 속 내 꿈이 무엇인지 찾기에 더 급급했다. 그 후 몇 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나는 대학교를 졸업하고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고 있다. 한비야는 끊임없이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자신의 새로운 삶의 지표를 세웠다. 그리고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는 책과 지금 내가 잡고 있는 <그건 사랑이었네> 에세이를 펴냈다.

<그건 사랑이었네>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그녀의 삶을 감탄해본다.
물론 청춘이라는 두 글자로 세상을 호기로 바라보던 그때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시선으로 말이다.
그녀는 지금도 삶을 배워가고 있다. 월드비전이라는 곳에서 긴급구호를 통해 전 세계 가난하고 힘없고,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가는 이들의 삶을 돕고 있다.
나는 이 책을 통해 인간 한비야라는 사람에 대해 다시금 알게 됐다.
강하고 씩씩하고 말이 조금 빠른, 웃음이 많은 그녀의 일상과 일, 생각, 지인 등을.
그녀 역시 미래를 두려워하는 사람이고 책을 좋아하며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아프고 약한 사람들을 보면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과거는 이미 수정 불가능하고 미래는 아직 불투명하지만, 현재는 우리가 원하는 대로 요리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 아닌가.
그러니 그 시간을 되도록 짭잘하고 알차게 살고 싶은 거다.
마음껏 누리며 즐겁게 살고 싶은 거다.

한비야의 책을 읽다 보면 그녀의 힘(?)을 엿보게 된다. 무거운 것을 힘껏 들어올리고, 고통으로 눈물 흘리는 이들의 어깨를 토닥여 주며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힘, 웃음을 잃은 사람들에게 미소를 선물하는 힘을 말이다.
이런 그녀의 힘(?)의 근원에는 지나간 과거 대신, 오늘을, 지금 이 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자 하는 강한 의지가 있다.
지나가버린 미래는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 아무 것도 없지만 현재는 원하는 대로 충분히 변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란 걸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가면서 ‘나는 오늘 하루를 얼마나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지’ 의문이 생겼다.
매일 불평하고 도전하기 두려워하고, 불만으로 가득한 하루를 보내고 있지는 않은지.
미운 사람에 대한 험담만 잔뜩 토로하면서 내 자신의 모습은 제대로 보지 못하는 삶을 살고 있지는 않은지.
실패의 아픔이 고통스럽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쉽게 시작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지 하고 말이다.

나는 이 책을 통해 그녀의 오늘을 보았다.
오지마을에서 아픈 사람들을 돕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미소를 짓게 해주는 그녀의 하루를.
10원이 없어 가축이 먹는 물을 마시고 죽어가는 수 만 명의 아이들의 안타까운 삶까지도.
얇은 천에 한 번만 걸러내어 10원 짜리 정화약만 넣으면 충분히 깨끗해지는 물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야 되는 사람들의 일상. 물 때문에 각종 병에 노출되어야만 하는 가난하고 고단한 세계 이웃들의 삶을.

맑은 공기, 깨끗한 물, 원한다면 배우고 싶은 것을 충분히 공부할 수 있고, 입고 싶고 먹고 싶은 것들을 영위할 수 있는 내 삶.
하루에도 수백 번 외쳐대는 불만들과 한숨이 그들의 삶과 조우하면서 초연해졌다.

지금, 이 순간 새로운 길을 택한 후 잔뜩 긴장한 채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있다면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나도 지금 당신과 똑같은 처지이고 똑같은 마음이라고.
그러니 당신과 나 우리 둘이 각자의 새로운 문을 힘차게 두드리자고. 열릴 때까지 두드리자고. 힘들어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나는 당신을 생각할 테니 당신도 나를 생각해보라고.
그래서 마침내 각자가 두드리던 문이 활짝 열리면 서로의 어깨를 감싸 안고 등 두드려주며 그동안 애썼다, 수고했다, 진심으로 축하한다는 말을 해주자고.

 

한비야.
그녀의 이야기가 담긴 글들은 내게 늘 변화와 자극을 끝없이 남긴다.
그런 자극들은 비록 내가 그녀와 같은 삶을 살 수는 없지만 그녀를 응원하는 이유다.
하루라는 시간을 두 번 사는 것처럼 늘 바쁘고 정신없는 그녀의 삶이 부러워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지금 나는 새로운 길 앞에 서 있다.
아직은 정해진 것이 없어 두렵지만 그녀의 조언처럼 '열심히 열릴 때까지 두드리자'고 마음  먹는다.
책을 통해 자극 받고 0.1%의 작은 수치지만 조금씩 변화되는 내 모습이 느껴진다. 그래서 나는 글이 좋다. 각종 유식하고 어렵기만 한 문구가 가득한 글이 아닌 이렇게 사람 냄새 가득한 글들이.

조금은 낯설고 힘들어 보이는 삶을 살지만 그 속에서 웃음을 잃지 않는 그녀가 부럽다.
늘 도전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쉬지 않는 그녀를 만나면 꼭 '짜요!'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그녀는 쉼 없이 스스로의 삶과 글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소리 없는 ‘화이팅’을 전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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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칵찰칵 - 잊지마, 힘든 오늘은 멋진 추억이 될 거야!
송창민 지음 / 해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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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그랬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타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그래서 나는 매번 결심한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야지.' 하고.

하지만 현실 속 나는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이 어색하고 나와 다른 색깔(?)을 가진 타인과의 마주침에도 인색하다.

이런 내게 <찰칵찰칵>이란 책은 새롭다.

저자는 대한민국 대표 연애컨설턴트 답게 사랑에 대한 감정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쉽게 풀어나간다. 그리고 타인을 대하는 나의 태도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수 있게 한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나는 무수히 많은 슬픔과 분노를 느끼고 홀로 호기를 부려보기도 한다.

지금의 내 모습이 세상에서 가장 절망 스럽고 가장 위로받아야만 하는 슬픈 존재라고 말이다.

 

저마다 자신의 슬픔만이 크다고 내세우지만

나의 슬픔과 타인의 슬픔은 비교할 수가 없다.

섣불리 두 슬픔을 비교하다가는 동정조차 받을 수 없게 된다.

슬픔은 무엇보다 이기적이다.

그래서 타인의 슬픔에 공감할 수 없을 때가 더 많다.

 

얼마전 읽은 <세계의 끝 여자친구>란 소설에서 타인을 100% 이해하기란 어렵다는 것을 문득 깨달았다. 고민에 빠진 상대방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이해'를 위한 노력이란 것을.

사랑하는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고, 가족간의 유대를 이어가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친구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 책 역시, '노력'의 필요성을 다시금 말해주는 것 같다.

너와 내가 다르다는 것, 그래서 이해하고 받아들여야만 한다는 그 무언가를.

 

감정이란 것은 눈빛과 닮았다.

눈빛을 전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말해줄 수 없는 것처럼, 감정이란 것은 일방통행이 불가능하다. 눈길을 주고 관심을 가져주지 않으면 서로 외면하게 되는 인간관계와 닮았다.

고인 물이 썩어가는 것처럼 감정 역시 가만히 놔두게 되면 고여서 본연의 색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내가 스스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처럼 삶 속에서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찰칵찰칵>책을 통해 지금 이 순간을 사는 내 모습을 다시금 조명해본다.

쉽게 상처주고 상처받으며 사는 내 모습을, 혼자만의 슬픔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며 사는 내 모습을, 포기하기를 주저하지 않는 내 모습을.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조심스레 찾아본다.

평범하고 지극히 작고 보통스럽게.

찰칵찰칵. 언젠가 오늘을 웃으며 기억할 수 있도록 나만의 사진기에 하루의 내 모습을 담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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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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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훈 작가의 <공무도하>를 읽으면서 삶의 본질 중 하나인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갈망하며 산다.
나 또한 행복한 미래, 가정을 염두에 두고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겨나간다.
문득 행복이란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는 책읽기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무도하>는 잿빛을 닮아있다. 가만히 보면 색이 없는 것 같이 희미하기도 하고,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색을 띄고 있다. 책이 전하는 행복 역시 김훈 작가 고유 영역이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지만 강렬하고, 낯설고 차갑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책은 희미하게 ‘행복이란 것’을 전한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네 마음을 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공무도하>안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는 사건, 사고, 비리로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신문기자 문정수의 삶이 있다.
더럽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밥과 돈이 된다.
저수지가 터져 기르던 가축이 죽고 경작하던 논과 밭이 물바다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가 될 타인에게 전해야 하는 문정수의 삶.
그는 ‘해망’이라는 낯선 곳에서 자신의 삶을, 그리고 타인의 삶을 다시 조명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는 가득하다. 삼십년이란 시간을 기자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작가의 글은 기본으로 시작해 마무리를 짓는다.
누군가 그의 글처럼 삶의 핵심을 짚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될 만큼이나 간결하다. 나는 <공무도하>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삶을 자꾸만 발견한다.
중학교 미술교사의 삶을 사는 노목희.  

그녀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며 살아가지만 그림에는 생명도 없고, 그녀의 삶처럼 힘없는 흐릿함이 있을 뿐이다.
문득, 그녀가 그림을 마주하는 부분에서 내가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이 교차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 속 중심에 ‘해망’이라는 곳이 있다. 밀물이면 썰물의 물살을 따라 갯벌로 향했던 철새들이 다시 모여 마치 어린 시절 꿈을 안고 떠난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후 찾게 되는 고향 같은 곳.
그곳의 하루는 치열하다. 매일 거대한 폭격기들이 하늘 위를 배회하고 소음과 분진으로 곳곳이 상처 입었다. 충격 때문에 해망의 송아지는 기형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이혼과 노인의 자살이 늘고, 가출한 개와 과일조차도 날 자리를 찾지 못한다. 물고기의 어획량이 줄어 조업이 중단되고 삶을 살아가기에는 속도가 더디기만 한 그 곳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 오금자, 그녀를 좇아 문정수가 찾아온다. 살기 위해 동료의 이름을 발설하고 풀려난 장철수와 어느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귀금속을 빼돌린 전직 소방관 박옥출, 그리고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한국 남자와 결혼 후 가출한 후에라는 여자까지.

해망에서 해저 고철을 인양해 비루한 삶을 이어나가고자 했던 장철수와 후에, TV뉴스를 통해 아들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오금자의 이야기는 비루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했다. 벗어나기 힘든 늪에 빠진 삶의 여러 굴레들이.

해망. 그들이 한데모여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곳.
나는 그 곳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이 오늘을 사는 내게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과 닮아있음을 느꼈다. 무수한 우연들 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고리들은 때로는 윤리를 짓밟기도 하고, 뜬 눈을 감아버리게도 만들고, 양분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삶.을.살.아.간.다. 
행복하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조건하에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책은 처음과 끝의 뚜렷한 경계가 없다. 그것은 마치 행복과 불행 사이의 모호함과 닮아 있다. <공무도하>를 통해 결국엔 강을 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삶에 내 하루를 덧대어 보기도 했다. 상처투성이 미완성된 삶을 살고 있지만 오늘도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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