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도하
김훈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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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훈 작가의 <공무도하>를 읽으면서 삶의 본질 중 하나인 ‘행복’에 대해 생각했다.
행복이란 무엇인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지.
수많은 사람들이 행복을 갈망하며 산다.
나 또한 행복한 미래, 가정을 염두에 두고 밥벌이의 지겨움을 이겨나간다.
문득 행복이란 정의하기 어려운 감정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끊임없는 책읽기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내고 싶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공무도하>는 잿빛을 닮아있다. 가만히 보면 색이 없는 것 같이 희미하기도 하고, 또 자세히 들여다보면 분명히 색을 띄고 있다. 책이 전하는 행복 역시 김훈 작가 고유 영역이다. 색깔이 뚜렷하지 않지만 강렬하고, 낯설고 차갑지만 결국에는 따뜻한.
책은 희미하게 ‘행복이란 것’을 전한다. 
 

인간은 비루하고, 인간은 치사하고, 인간은 던적스럽다.
‘네 마음을 안다.’는 것은 결코 사실이 될 수 없다. 인간은 자신이 아닌 그 누구도 이해할 수 없다. 다만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일 뿐.
<공무도하>안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을 강의 이쪽에 사는 사람들이 고스란히 남아있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사람들이.

책 속에는 사건, 사고, 비리로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신문기자 문정수의 삶이 있다.
더럽고 고통스러운 현실의 이야기가 그에게는 행복해지기 위해 꼭 필요한 밥과 돈이 된다.
저수지가 터져 기르던 가축이 죽고 경작하던 논과 밭이 물바다가 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독자가 될 타인에게 전해야 하는 문정수의 삶.
그는 ‘해망’이라는 낯선 곳에서 자신의 삶을, 그리고 타인의 삶을 다시 조명하게 된다.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책 속에는 가득하다. 삼십년이란 시간을 기자라는 직업으로 살아온 작가의 글은 기본으로 시작해 마무리를 짓는다.
누군가 그의 글처럼 삶의 핵심을 짚어줬으면 하고 바라게 될 만큼이나 간결하다. 나는 <공무도하>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삶을 자꾸만 발견한다.
중학교 미술교사의 삶을 사는 노목희.  

그녀는 그림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며 살아가지만 그림에는 생명도 없고, 그녀의 삶처럼 힘없는 흐릿함이 있을 뿐이다.
문득, 그녀가 그림을 마주하는 부분에서 내가 삶을 받아들이고 살아가는 모습이 교차된다. 보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살 수는 없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책 속 중심에 ‘해망’이라는 곳이 있다. 밀물이면 썰물의 물살을 따라 갯벌로 향했던 철새들이 다시 모여 마치 어린 시절 꿈을 안고 떠난 사람들이 시간이 흐른 후 찾게 되는 고향 같은 곳.
그곳의 하루는 치열하다. 매일 거대한 폭격기들이 하늘 위를 배회하고 소음과 분진으로 곳곳이 상처 입었다. 충격 때문에 해망의 송아지는 기형의 모습으로 태어나고 이혼과 노인의 자살이 늘고, 가출한 개와 과일조차도 날 자리를 찾지 못한다. 물고기의 어획량이 줄어 조업이 중단되고 삶을 살아가기에는 속도가 더디기만 한 그 곳에 사람들이 모여든다.
기르던 개에게 물려 죽은 소년의 어머니 오금자, 그녀를 좇아 문정수가 찾아온다. 살기 위해 동료의 이름을 발설하고 풀려난 장철수와 어느 백화점 화재현장에서 귀금속을 빼돌린 전직 소방관 박옥출, 그리고 결혼중개회사를 통해 한국 남자와 결혼 후 가출한 후에라는 여자까지.

해망에서 해저 고철을 인양해 비루한 삶을 이어나가고자 했던 장철수와 후에, TV뉴스를 통해 아들의 사망소식을 전해들은 오금자의 이야기는 비루한 인간의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듯 했다. 벗어나기 힘든 늪에 빠진 삶의 여러 굴레들이.

해망. 그들이 한데모여 삶을 이야기하고 있는 곳.
나는 그 곳에서 일어나는 무수한 일들이 오늘을 사는 내게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일들과 닮아있음을 느꼈다. 무수한 우연들 속에서 일어나는 삶의 고리들은 때로는 윤리를 짓밟기도 하고, 뜬 눈을 감아버리게도 만들고, 양분된 선택을 해야 한다는 것을.

삶.을.살.아.간.다. 
행복하기 위한 삶을 살아간다는 조건하에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으며 살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조심스러웠다.
책은 처음과 끝의 뚜렷한 경계가 없다. 그것은 마치 행복과 불행 사이의 모호함과 닮아 있다. <공무도하>를 통해 결국엔 강을 넘지 못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그들의 삶에 내 하루를 덧대어 보기도 했다. 상처투성이 미완성된 삶을 살고 있지만 오늘도 나는 행복해지기 위해 ‘노력하기’를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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