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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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계신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요,

나머지는 전부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을 알려주는 책, <울지 말고 꽃을 보라>는 정호승 시인의 책이다.
오래 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시집을 통해 본 그의 시들을 뒤로 하고 마주한 이 책은 5장의 짧은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따듯하게 읽히고 온기를 쉬이 불어넣어 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는 책과 마주하면서 아주 작은 것도 쓰임이 있다는 작은 진리와 순수한 마음으로 겨울이면 어김없이 첫눈을 기다리던 설렘, 그리고 노력해야만 눈 앞에 펼쳐진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는 진실도 알아간다.

책의 이야기 중에서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마을에서 산 그가 있다.
여름 가뭄 때도 마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의 오랜 기갈을 해소해 주는 연못이 고마웠지만 흘러 넘치는 샘물이 늘 아까웠던 그였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찰랑거리는 연못을 보며 그제서야 그는 고여있는 물은 썩고 만다는 진리를 깨우친다.
그리고 사람도 샘처럼 사랑이 흘러 넘쳐야 살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아간다.

책 속에서는 이렇듯 소소한 일상을 닮은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못생겼지만 은은항 향 때문에 모과가 나는 철이면 우리집 어느곳에는 꼭 모과가 자리한다. 책에서 마주한 모과 이야기는 작지만 감동이 몰려온다.
스스로를 쓸모없이 못나게 비유한 모과는 차츰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썩어가는 모과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고 한다.
실패 후엔 성공의 향기가 난다는 말처럼 모과는 오랜 실패의 시간 끝에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는 실패한 시간이라고 좌절하지만 결국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성공이란 값진 열매로 반짝이는 빛을 발하리라는 믿음을 모과 이야기에서 보았던 듯 싶다.
물론 노력이라는 튼튼한 밑거름이 꼭 있어야하겠지만.

산들 부는 바람이 좋은 계절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정호승 시인의 책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 한 것 같다.
조금은 순수하고 맑게 살아야겠다 싶은 날이다.
울지 말고 꽃을 보며 사랑으로 피워진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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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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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나'가 되었으며 K1과 K2는 합체하여 온전한 하나의 'K'가 되었다. 온전한 K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알파, K를 낳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들이 태어나기 전의 태초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본문 중에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포장해주고 상징해주는 내 이름이, 매일 지나가던 익숙한 길이_

‘왜?’란 의문을 품게 되면 신기하게도 ‘원래부터 그랬으니까.’식의 대답만 자꾸 맴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경험하고 낯선 길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따금씩 마주하던 의문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K가 되어 질문을 품고 또 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주말 일상이 갑작스레 흔들리기 시작한 후로 사흘간 그는 쫓고 쫓기는 기억과 현실 앞에서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주말마다 미사에 꼭 참석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인 K가 맞이한 어느 주말은 여느 때와 달랐다.

수년간 주말에는 자명종을 꼭 꺼두었지만 갑자기 울리는 자명종소리와 평소와 달리 느껴지는 아내,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수없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직장에서의 직함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온 그의 혼란스러운 일상과 마주하면서 잃어버린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바쁘게 지나치는 하루 속에서 그는 스스로만을 위한 작은 여유도 잊은 채, 삶에 주어진 역할대로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K의 모습에만 국한 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헛헛함이 몰려왔다.

정성껏 쌓은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갑작스레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그의 사흘을 보면서 쉽게 허물어지고 다시 보듬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생의 몫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어떤 식의 결론이 헛헛함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까 하면서_

도시에 강진이 발생한 후 K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낯설고 두려웠던 시간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익숙하던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어려웠고 또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문학적 깊이가 얕은 내게는 최인호 작가의 명성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철학적인 바탕 위에 수없이 써내려간 문장의 깊이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리라 이해해본다.

가끔 나조차도 스스로가 낯설 때, 먹먹한 기운이 온 마음을 덮어버릴 때가 있다.

생각의 꼬리가 돌고 돌다보면 처음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늘 그런 식이라고.’ 어둠 뒤의 빛, 빛 뒤의 흐림처럼 우리 생도 평범한 그런 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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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내 인생
김애란 지음 / 창비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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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 그리고 여름을 구성하는 모든 것의 아름다움.


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늙은 자식과 가장 젊은 부모의 이야기가 되는
책, <두근두근 내 인생>_

아이는 남들보다 빠른 시간을 산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모습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름이는 열일곱 소년이다.
남들보다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늙어버리는 '조로'에 걸린 아름이의 이야기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누군가는 시간이 가장 무섭도 두렵다, 고 했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상상과는 조금 다른 미래를 만들고, 100% 만족하기 힘든 지금이 바로 '시간'이 되니까.
책을 읽는 내내 아름이에게도 시간은 두려웠을 것만 같았다.
꿈꾸고 또 꿈꾸고 싶은 날들이 어느새 저만치씩 자꾸만 앞서고 이제는 홀연히 자취마저 뒤로 감추어버렸으니 말이다.
생에 주어진 시간의 몇분의 일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아름이에게 몸의 청춘을 앗아가는 병은 분명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아름이에게는 서툴지만 사랑을 전하는 부모가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도 못한 채, 열일곱에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그들의 삶도 책 속 깊이 스며들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때론 아름이의 부모가 되어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름이가 되어 부모를 사랑하는 법을, 아름이의 유일한 친구인 서하가 되어 벗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노력해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길지 않은 생의 시간을 사랑하고 꿈꾸고 노력하는데 써야만 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듯 하다.

나는 너무나 겁쟁이여서 모든 것이 두렵다.
사는게 바빠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 채로 안녕을 고한 내 인연들이 그렇고, 아이의 이유없는 울음이 때론 두렵고,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대는 약간의 잡음들이, 자꾸만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놈이 아쉽고 또 두렵다.
삶의 살아가는 누군가의 속도와 살아내야만 하는 다른 이의 속도가 같지 않다면, 아름이의 속도는 조금만 더디어도 좋았을텐데...
아직은 못해 본 것이 훨씬 많은 아이에게 약간의 시간이라도 더 남아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름이의 두근거리는 심장이 나를 활짝 웃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심장이, 비록 몸은 남들보다 늙었지만 마음은 열일곱 청춘 이름처럼 쿵쾅대는 아름이의 심장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느낌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 오늘도 내일도 알 수 없는 이 두근거림이 지속되기를, 오래토록 반짝이는 생의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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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 펄 벅이 들려주는 사랑과 인생의 지혜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1
펄 벅 지음, 하지연 옮김 / 책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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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여자라는 사실을 기뻐하며 받아들이렴."

사랑하는 사람 사이에 경쟁 따위는 있을 수 없는 거란다. 누가 이기고 지고 하는 문제는 없는 거야. 나는 남녀 간에 싸움이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하던 사람들이 싸운다면 그것만으로도 둘 다 이미 패배 한 거나 다름없어. 승리는, 생사를 초월한 승리는 두 사람이 하나로 융화될 때 얻을 수 있는 거야.

엄마가 되고 난 후, 아이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줘야 할 지, 어떤 모습을 보여줘야 좋을지 늘 고민하게 된다.
아직은 어린 아이지만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면 좋은지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고 싶은 마음도 앞선다.
어떤 삶이 좋을 것이다, 고 쉽게 단정지어 말해 줄 수는 없지만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야 할 지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눌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딸아, 너는 인생을 이렇게 살아라> 책 속에는 펄벅이 전하는 부모의 메세지가 있다.
딸을 위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책 속 단어 하나 하나가  마음에 그리고 눈에 자꾸만 들어온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필체, 자신만의 철학이 묻어 나는 글은 앞으로 딸과 내가 살아가면서 겪게 될 수 많은 이야기를 옮겨놓은 것 같았다.
특히 이 책의 중심이 되는 연애, 사랑, 결혼에 대한 이야기는 한 편으로는 공감을 자아내기도 했던 듯 싶다.
아직은 작기만 한 아이의 손을 부모가 아닌 누군가가 잡아주고, 사랑을 하고 때론 아픈 이별도 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통해 새로운 가족을 만나게 될 딸을 생각하면 왠지모를 낯선 감정이 몰려온다.
훗날 아이가 자라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들을 해오면 나는 어떤 대답을 해줘야할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면서_

 당당한 여자, 현명한 엄마가 해주어야 할 대답이 담겨있는 이 책을 두고두고 읽으면서 아이에게 솔직하고 조금은 대담한 이야기를 나눠줘야겠다.

 펄 벅의 다른 책은 아쉽게도 아직 마주하지 못했지만 이 책을 통해 그녀의 문체와 이야기 구성의 힘을 살짝 알게 된 것 같다.
이 책을 빌미로 그녀의 대표작을 한 번 찾아서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딸을 둔 엄마, 그리고 누군가의 엄마가 될 여자의 삶을 사는 그들에게 한 번쯤은 조심스레 권하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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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행복해지기 - 우리 시대 멘토 20인의 행복수업
박완서.김지원.양애경 외 지음 / 북오션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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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멘토 20인의 행복수업_



불행한 사람은 불행만 생각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행복만을 생각하지 않는다.

불행한 사람은 불행 때문에 불행한 사람이 된 게 아니다. 불행하다는 생각에 젖어 살기 때문에 불행해진다.

행복한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행복한 조건을 갖고 있어서 행복한 게 아니다. 그들은 행복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행복해진다.

불행은 그것을 불행이라고 꼭꼭 씹으며 향유하는 사람의 몫이듯 행복은 그것을 행복으로 향유할 수 있는 사람의 몫이다.

남들이 크게 행복이라고 아무리 외쳐도 행복을 향유하는 능력이 없는 사람은 행복할 수가 없다. -책 속에서-

 

 

누구를 인생의 멘토로 삼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이 조금은 달라진다고 믿었던 내 학창시절에 나의 멘토는 한비야 였다.

안정된 자리를 박차고 세상 밖으로 나간 그녀는 작은 영웅 같아 보였다.

걸어서 지구를 몇 바퀴나 돌면서 세계의 밝고 어두운 모습을 눈에 담고 마음에 담았던 그녀의 책을 읽고 있노라면, 나도 그런 영웅처럼 살아야겠다 생각하곤 했으니.

다른건 몰라도 뭐든 배우려고 노력하고 접해보자 마음 먹었던 건 순전히 그녀 때문이었으리라. 중국 땅을 겁 없이 밟아보게 된 것도 그녀의 영향 때문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뭔가를 새롭게 시작하기에는 도전에 대한 설렘보다 두려움이 앞서게 됐다.

그리고 품었던 시간들을 놓치고 살아가면서, 조금씩 행복도 사라져만 간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때의 멘토는 청춘이란 이름의 시간들 속에 자리하게 됐지만 내겐 스무명의 새로운 멘토들이 생겼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행복'에 대해 곱씹어 보게 됐다.

[그래도 행복해지기]란 책 속에서 전하는 스무 명의 멘토들은 괜찮다, 괜찮다고, 행복은 벚꽃과도 같은 것이라 한다.

벚꽃은 금새 지지만 또 다시 봄이되면 아름다운 자태로 활짝 피어 눈과 마음을 설레고 즐겁게 만들어 준다. 행복도 같은 이치라고.

 

나는 먹을 것이 부족해서 허덕인 기억이 없고, 부모님의 부재로 아파했던 시간이 없으며, 보편적으로 아팠던, 경험이 없다.

그러고 보니, 내 삶에는 큰 시련이 없었던 것 같기도 하다.

어느 순간, 찰나의 고통으로 우울해하고 외로워했으며 행복하지 않다 생각했던 부정의 시간들은 많았지만.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살아라'고 했던 어느 유명한 누군가의 말처럼, 무난하게 흘러온 내 시간들에 조금 더 충실해져야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내일 돌아본 나의 오늘이 내게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었을지라도, 후회되지 않게...

생각처럼 쉽지않은 가장 어려운 다짐, 그리고 행복하다 말할 수 있는 여유,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 열심히 풀어야할 숙제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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