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포장해주고 상징해주는 내 이름이, 매일 지나가던 익숙한 길이_
‘왜?’란 의문을 품게 되면 신기하게도 ‘원래부터 그랬으니까.’식의 대답만 자꾸 맴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경험하고 낯선 길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따금씩 마주하던 의문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K가 되어 질문을 품고 또 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주말 일상이 갑작스레 흔들리기 시작한 후로 사흘간 그는 쫓고 쫓기는 기억과 현실 앞에서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주말마다 미사에 꼭 참석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인 K가 맞이한 어느 주말은 여느 때와 달랐다.
수년간 주말에는 자명종을 꼭 꺼두었지만 갑자기 울리는 자명종소리와 평소와 달리 느껴지는 아내,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수없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직장에서의 직함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온 그의 혼란스러운 일상과 마주하면서 잃어버린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바쁘게 지나치는 하루 속에서 그는 스스로만을 위한 작은 여유도 잊은 채, 삶에 주어진 역할대로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K의 모습에만 국한 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헛헛함이 몰려왔다.
정성껏 쌓은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갑작스레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그의 사흘을 보면서 쉽게 허물어지고 다시 보듬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생의 몫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어떤 식의 결론이 헛헛함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까 하면서_
도시에 강진이 발생한 후 K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낯설고 두려웠던 시간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익숙하던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어려웠고 또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문학적 깊이가 얕은 내게는 최인호 작가의 명성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철학적인 바탕 위에 수없이 써내려간 문장의 깊이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리라 이해해본다.
가끔 나조차도 스스로가 낯설 때, 먹먹한 기운이 온 마음을 덮어버릴 때가 있다.
생각의 꼬리가 돌고 돌다보면 처음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늘 그런 식이라고.’ 어둠 뒤의 빛, 빛 뒤의 흐림처럼 우리 생도 평범한 그런 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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