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세상에서 가장 늙은 자식과 가장 젊은 부모의 이야기가 되는
책, <두근두근 내 인생>_
아이는 남들보다 빠른 시간을 산다.
내가 가장 예뻤을 때의 모습을 결코 상상할 수 없는 아름이는 열일곱 소년이다.
남들보다 비교할 수 없는 속도로 늙어버리는 '조로'에 걸린 아름이의 이야기가 나를 두근거리게 만든다.
누군가는 시간이 가장 무섭도 두렵다, 고 했다.
절대 되돌릴 수 없는 추억을 만들고 상상과는 조금 다른 미래를 만들고, 100% 만족하기 힘든 지금이 바로 '시간'이 되니까.
책을 읽는 내내 아름이에게도 시간은 두려웠을 것만 같았다.
꿈꾸고 또 꿈꾸고 싶은 날들이 어느새 저만치씩 자꾸만 앞서고 이제는 홀연히 자취마저 뒤로 감추어버렸으니 말이다.
생에 주어진 시간의 몇분의 일도 제대로 살아보지 못한 아름이에게 몸의 청춘을 앗아가는 병은 분명 무섭고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아름이에게는 서툴지만 사랑을 전하는 부모가 있다.
삶을 살아가는 방법을 알지도 못한 채, 열일곱에 한 아이의 부모가 된 그들의 삶도 책 속 깊이 스며들었다.
나는 이 소설을 통해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때론 아름이의 부모가 되어 자식을 사랑하는 방법을, 아름이가 되어 부모를 사랑하는 법을, 아름이의 유일한 친구인 서하가 되어 벗을 사랑하는 마음을 나누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한 노력해야 한다는 어느 작가의 말처럼, 길지 않은 생의 시간을 사랑하고 꿈꾸고 노력하는데 써야만 한다는 걸 이제서야 알게 된 듯 하다.
나는 너무나 겁쟁이여서 모든 것이 두렵다.
사는게 바빠 이런 저런 이유로 오랜 시간 연락이 끊긴 채로 안녕을 고한 내 인연들이 그렇고, 아이의 이유없는 울음이 때론 두렵고, 나를 향해 사납게 짖어대는 약간의 잡음들이, 자꾸만 자꾸만 흘러가는 시간이라는 놈이 아쉽고 또 두렵다.
삶의 살아가는 누군가의 속도와 살아내야만 하는 다른 이의 속도가 같지 않다면, 아름이의 속도는 조금만 더디어도 좋았을텐데...
아직은 못해 본 것이 훨씬 많은 아이에게 약간의 시간이라도 더 남아있다면 좋았을텐데 하는 안타까운 마음을 뒤로하고, 아름이의 두근거리는 심장이 나를 활짝 웃게 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두근거리는 심장이, 비록 몸은 남들보다 늙었지만 마음은 열일곱 청춘 이름처럼 쿵쾅대는 아름이의 심장소리가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느낌이다.
두근두근 내 인생, 오늘도 내일도 알 수 없는 이 두근거림이 지속되기를, 오래토록 반짝이는 생의 시간을 살아가기 위해 노력해야겠다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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