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터 2021.7
샘터 편집부 지음 / 샘터사(잡지)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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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물방울 서평단이 되어 마주한 7월의 샘터.

오래전 서점에 가면 일반 잡지보다 작고 얇은 책들을 자주 펼쳐보곤 했었다.

시간이 제법 흘러 다시 보게 된 샘터는 여전히 평범한 이웃들의 따뜻한 이야기가 담겨있었다.

친정엄마에 대한 고마운 마음을 담은 이야기부터, 초보매실농사꾼, 작가를 꿈꾸는 중년주부의 구멍 난 운동화 이야기까지.

고맙고 따뜻한 사연들이 지친 일상에 활기를 불어넣는 기분이었다.

이달 샘터 테마는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다.

코로나로 집밖을 나가는 것도 쉽지않은 날들이 이어지고 있는데, 샘터 속 '우리 동네에서 만나요!'란 테마로 우리나라 이곳저곳을 만나니 읽는내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좋았다. 전북 무주, 경남 남해, 인천 창영동, 경기 파주, 경남 김해, 서울 상수동, 경기 수원, 경북 상주까지 못 가본 곳이 더 많지만 노트에 기록해두었다가 한군데씩 다녀가고 싶다.

특히 경기도 파주에서 주민기자들이 매호1,000부씩 제작하는 <디어교하>는 기회가 된다면 한 번 읽어보고 싶었다.

지역주민들이 애정을 담아 만들어 낸 소식지에는 무슨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기대되는 마음이 크다.

7월 프리마켓 소식을 담은 페이지에는 집에서 가까운 경주가 눈에 띄었다.

매주 토요일 마다 청년 작가들이 만든 경주기념품들을 선보인다니 기회가 된다면 한 번 가보고 싶어졌다.

책을 통해 알게 되는 것들이 하나 둘 늘어나는 요즘이다.

샘터를 보면서 알게 된 프릳츠 커피는 생소했는데 검색해보니 제법 유명한 커피였다.

원두도 판매하고 있어서 추후에 한 번 주문해봐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평범하지만 소중한 오늘

우린 조금 울컥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잊히는건 아무래도 너무 슬펐다.

우린 멈춰 서서 돌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네모반듯하게 정리된 돌들이 가지런히 쌓여 있었다.

시시한 농담과 특색 없는 식사를 한 오늘이 그냥 이렇게 저물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오히려 벌 것 아닌 날들이 가파르게 요동치는 생의 그래프를 완만하게 이어주는 건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평범한 날들이, 보통의 우정이, 시시한 농담들이 그토록 애틋하고 소중한 건지도 모른다.

지방에 살지만 오래전, 유명하다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던 기억이 난다. 사진을 보니 어설프게 나마 기억이 떠올랐다.

고즈넉한 시간 책을 읽다가 저 글귀에 살짝 울컥했다.

모든 것이 자유롭지 않은 오늘이 미워서 어쩔 줄 모르다가도, 기억에서 떠오른 어떤 시간이 그립고 서글퍼서 마음이 작아졌던 날들이

이어졌다. 시시한 농담과 별 것 없이 먹고 마신 한 끼의 식사가 오늘이라서 고마운 마음이다.

'지금 이 순간~'이라는 노래가 갑자기 떠오른다. 좋은 생각, 행복한 상상, 오늘부터 한 번 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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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들어도 좋은 말 - 이석원 이야기 산문집, 개정판
이석원 지음 / 을유문화사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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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협찬

#도서제공

지나온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굳이 복습하지 않고

다가올 빛나는 순간들을 애써 점치지 않으며

그저 오늘을 삽니다.

언제 들어도 좋은 말

몇 해 전, 너무 솔직해서 우울했고 슬펐고, 그런데도 웃음이 났던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작가 이석원.

전직은 가수라고 했는데 나는 그를 글로 알게 됐었다. 혼자만의 일기를 기록한 것 같은 솔직한 글, 담담한 표현들이 내 일상에 큰 울림이 되어주었던 기억.

한 줄의 문장이 마음에 오래 남아 책에 밑줄도 그어두고, 노트 한 페이지에 크게 적어두었었는데 그 책이 다시 개정판으로 출간되었다.

책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것 같은데 가볍지 않고, 담담한 것 같은데도 웃음이 난다. 5년이 지나고 개정판이 출간되어 다시 마주해도 역시 나쁘지 않고 좋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은 세계와 세계가 만나는 일.

그래서 나는 사람을 만날 때 그 사람의 세계가 넓길 바란다.

내가 들여다볼 곳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나눌 수 있는 것들이 많은 사람이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가끔은 세계가 전혀 없는 사람도 있더라.

그러니 상대의 관점에서 내가 품은 세계는

면적이 얼마나 되는지도 한 번쯤 생각을 해 봐야 한다.

오래전 이 책을 읽으면서 한 남자의 연애 이야기를 담은 로맨스 에세이인가 생각했었다.

‘로맨스 에세이’를 읊조리면서 옅은 미소가 지어졌었는데 책은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평범한 사람들의 하루를 담기도 했고, 스스로를 위로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해보게 했었다.

이제는 아줌마의 삶을 살면서 남편이 아닌 다른 상대와 사랑에 빠질 확률이 0이어야만 하는 내게 저 글귀가 새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사랑을 나눌 남녀관계에서뿐만 아니라, 내가 무언가를 배우고 생활을 해나가면서 만나고, 만나게 될 사람들 모두와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것 같았다.

내가 품은 세계가 좁지는 않은지, 타인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나는 어떤 사람으로 나이 들어가야 하는지.

내게 인생은 경주가 아니라

혼자서 조용히 자신만의 화단을 가꾸는 일.

천천히 가는 것이 부끄럽지 않습니다.

나보다 빨리 달리는 사람들이 앞서 간다고도 생각지 않구요.

오늘도 감사히 보내시길.

시간이란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흔한 선물은 아닙니다.

요즘 나는 ‘내가 나이가 들었구나’라고 많은 부분에서 느낀다. 특히나 저런 글귀를 보면 나도 모르게 머리를 아래위로 격하게 흔들게 된다.

예전 같았으면 인생에 아주 긍정적인 사람이 쓴 좋은 글귀로만 여겼을 텐데, 이제는 저 말의 뜻을 알 것 같다.

삶을 살면서 자기 뜻대로 원하는 것을 이루었을 때 얻는 쾌감도 물론 좋겠지만, 남들보다 더디고 어설퍼도 나는 나대로 괜찮다는 것을 안다.

한창 육아에 매진할 때, 남들은 예쁘게 자신을 가꾸고 뭔가 열심히 배우며 하루에 충실한데 나는 늘어진 옷에, 매일 반복되는 지난한 하루가 화가 나서 못 견디겠던 날이 있었다.

내가 자꾸만 작아지던 날들이.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제 나는 괜찮다. 살다 보니 체념해야 하는 부분은 받아들이게 됐고, 아직도 놓지 못하는 것들은 마음에 담고 산다. 남들 눈을 아예 신경 쓰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덜 의식하는 방법을 나름 터득했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찾아내려고 애쓰고 지낸다.

오늘은 이 책을 읽으면서 커피 한 잔의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좋았고, 언제 들어도 좋은 말은 ‘오늘의 안녕’이 아닐까 혼자만의 정의도 내려보았다.

그저 오늘을 산다는 문장이 자꾸만 마음에 남는 것은 누구에게나 벗어나고픈 아픈 상황들이 반복됨에도 지나간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한다.

#에세이

#에세이추천

#산문

#사랑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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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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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것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나는, 이름을 알고 있는 작가들의 새 책이 반갑다. 좋아하는 다른 작가의 추천사를

보면서 더 빨리 마주하고 싶은 조급함에 서둘러 책을 읽고 내려놓았다.

요즘 미디어 속에 보이는 집은 예쁘고 좋고 있어보이고 따뜻하고, 심지어 살고 있는 사람들도 다 행복해보인다.

집을 찾아주는 프로그램이 많고, 시골 촌집을 젊은 사람들의 기호에 맞게 고쳐 소개하는 유튜브를 보면서 나도 그런 집 하나 갖고 싶다는 바람이 간절했다.

그런 집에서라면 '그들은 아름다운 집에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란 글귀가 썩 어울리지 않을까 싶었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애잔하다. 편안하고 안락하며 따스함까지 겸비한 집이 아니라, 춥고 덥다니.

p.31

집도 사람과 같다.

사람에게 인격이 있으며 집도 그와 같은 것이 있다.

집도 생각할 줄 안다.

집도 표정을 가지고 있다.

때는 집이 말도 한다.

집은 웃는다. 집은 울기도 한다.

나는 그 모든 것을 느낌으로 알았다.

내가 기억하는 우리 집에서 부모님은 아직도 살고 계신다.

섬에서 나고 자란 내게 집은 엄마의 오랜 바람이었다. 남의 집이 아닌 아빠의 이름으로 된 진짜 우리 집.

아마 내가 큰아이 나이정도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아빠가 배를 타고 나가 생선을 잡아오면 엄마가 팔고, 그 돈으로

마련한 집이 우리의 첫 집이었다.

커다란 내 방이 생겨 혼자 자는 밤이 마냥 좋았던 나는, 내리는 비에 한두 방울씩 떨어지던 천장의 물기를 기억한다.

엄마와 나는 여기저기 새는 비에 조금은 울었던 것도 같고, 아빠는 한숨을 쉬었던 것 같은 그 날이 책을 읽으면서 생각났다. 좋으면서도 불안했던 날들에 대한 기억이.

p.47

하여간 나는, 광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기 위해 고향, 시골을 떠났다.

떠난 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것은 아직 생각지 못하고.

도시로 가는 것이 좋은 것 같기도 하고 좋지 않은 것 같기도 했다.

시골을 벗어난다는 것이 어떤 해방감을 주기도 했지만 또 한편으로는 뭔가 불안했다.

불안하고도 싫지 않은 묘한 기분, 아, 나도 이제부터 도시 사람이 되는건가, 하는.

책 속에 나오는 도시는, 내게 배를 타고 섬을 떠나 마주하게 되는 육지였다.

여객선을 타고 도시에서 온 손님처럼 섬을 떠나오던 날 이후로 나는 고향에 쉽게 가지 못했다.

도시에서 기숙사가 내 첫 집이었고, 그 뒤로 자취방이 나의 새로운 집이 되었다.

이제는 결혼을 하고 아이들과 함께사는 새로운 진짜 나의집이 생긴 것만 같아서 섬에 가지 않게 되었다.

책을 읽으면서 그립지만 이제는 기억에서 멀어진 나의집이 떠올랐다.

마음이 가라앉았다가 웃음이 났다가 내 공간이 생겼던 첫 날의 설렘이 기억났다.

내 것, 나만의 것, 그 욕심이 생겼던 그날이 좋았다.

사고싶은 것을 사고 허기를 채워도 그때만큼은 아닌 것 같아 아쉬운 순간들이 많지만.

p.214

내가 기억하는 내 가족의 최초 모습은 어느 여름날 아침에

식구들이 평상에 둘러앉아 밥을 먹고 있는 것이었다.

'밥이나 집이나 한가지로'란 소제목을 보며 깊게 공감했다.

익숙해서 그런가보다 했던 날들이 나이가 들면서 종종 그리워진다.

삶에 활기가 넘쳤던 젊은 엄마와 아빠가 그렇고, 아빠가 배를 타고 바다에 나가 잡아온 생선으로 차려낸

소박한 밥상이 그랬다. 내 아이들만큼 해사하게 웃을 수 있었던 어린 나와 내 동생이 그렇고.

책을 읽으면서 섬에 있는 우리 집이 자꾸만 떠올랐다.

이제는 몸의 여기저기가 아파 병원진료때문에 섬에서 육지로 나올 수 밖에 없는 부모님은 1년에 몇 번씩

자식들의 집으로 오신다. 나와 동생은 자연스럽게 섬에 있는 우리 집을 찾는 횟수가 줄게 되고, 특히 나는

몇 년 동안 가보질 못했다. 이제는 익숙해진 도시생활이 며칠간의 우리 집 생활을 불편하게 여기게 되었다.

우리 집에서 내 방이 처음 생겼다는 이유만으로 행복해하던 어린 아이는 이제, 방이 작고 불편하다는 생각을 가진

어른이 되었다. 부모님이 건강때문에 섬 생활을 정리하고 나오시게 되면 사라지게 될지도 모르는 우리 집을

생각하니 갑자기 너무 외로워졌다. 비가 새고, 방이 몇개 되지 않았던, 작고 불편했던 우리 집을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어렸던 내가 통째로 사라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섬의 창고 지붕 위에 올라가 아무렇게나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아빠가 탄 배를 찾던 시간이, 활어회를 파느라

집에 오지 못한 부모님을 기다리던 어두운 밤이.

어떤 형태로든 집은 여전히 각자에게 남아있다. 춥고 더웠던, 작고 초라했던 우리 집에서 함께 한 시간이

그리워진다. 지긋지긋하고 벗어나고 싶었던 날들이, 지금의 내가 혼자 있는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해준 것이라

믿는다. 나를 조금 더 단단하게 해주지 않았나 하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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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고 싶다는 농담 - 허지웅 에세이
허지웅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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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지웅 작가의 새로운 책이 출간됐다.

예전에 방송에서 열심히 청소하던 모습이 인상깊었던, 말 잘하고 담백하지만 날카로운 글을 쓰는 허지웅.

그가 갑작스레 암 투병소식을 전하며 기억에서 차츰 잊혀져 갔는데 얼마 전에 방송에서 완쾌소식으로 마주하니

오래 전 연락이 끊긴 친구를 만난 듯한 마음에 반가웠다.

그가 의미심장한 제목의 책 '살고 싶다는 농담'으로 다시금 글을 쓰고 방송을 하니 읽어보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

우리의 삶은 남들만큼 비범하고, 남들의 삶은 우리만큼 초라한다.

한 줄에 담긴 삶의 메세지는 죽음의 문턱까지 가 본 저자의 진심이자, 사실이다.

나도 엄마로, 아줌마로, 아내로 10년을 넘게 살았고 40대를 바라보니 주변에서 아픈 사람들의 소식이 많이 들린다.

아이 친구의 엄마로 건너건너 알게 된 사람의 갑작스런 투병소식과 남편의 회사 지인들, 양가 어른들 지인 분들의 암 진단 이야기까지.

누군가는 완쾌가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도 전해지지만 끝내 안 좋은 소식을 듣게 되는 경우도 많다.

그럴 때마다 나는, 내가, 우리가족이, 아프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 앞서게 되고 안타깝고 서러운 그들의 삶을 되새겨 보게 된다.

흔히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지만 막상 산다는 게 건강만 앞세우기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사랑하는 아이를

내 손으로 돌 볼 수도 없고, 많은 돈을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죽음의 문턱과 싸워야 하는데 말이다.

남들보다 초라해보이는 내 하루, 나보다 훨씬 좋아보이는 남들의 삶도 결국에는 거기서 거기일텐데, 자각하기란 역시 쉽지가 않다.

결론에 사로잡혀 있으면 정말 중요한 것들이 사소해진다.

결론에 매달려 있으면 속과 결이 복잡한 현실을 억지로 단순하게

조작해서 자기 결론에 끼워 맞추게 된다.

세상은 원래 이러저러하다는 거창한 결론에 심취하면 전혀 그와

관계없는 상황들을 마음대로 조각내어 이러저러한 결론에 오려 붙인 뒤,

보아라 세상은 이렇게 이러저러하다는 선언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생각은 정작 소중한 것들을 하찮게 보게 만든다.

이와 같은 생각은 삶을 망친다.

살고 싶다는 농담 p.23

나도 결론에만 사로잡히지 말고 결심을 하는 하루를 보내야겠다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경제활동을 하고 싶어했던 전업맘이었지만 책을 읽을 수 있는 약간의 여유에 대한 고마움은 잊고 지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줄 수 있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 하찮게 느끼기도 했고,

스스로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사람으로 몰아부치기도 했었다.

하지만 다 부질없다는 것을 최근에 깨달았고 직시했다.

당분간은 나는 많은 결심을 하면서 결론내지 않고 천천히 고민해 볼 생각이다.

시간이 많이 지난 후 제일 그리워 할 순간은 바로 지금, 아이들과 함께 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는 것을 이제는 조금 알 것도 같다.

내가 할 수 있는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만큼을 사는 것이 가장 의미있는 인생같다.

자기 삶이 애틋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 누구나 자신이 오해받는다고 생각한다. 사실이다.

누군가에 관한 평가는 정확한 기준과 기록에 의해 좌우되지 않는다.

평가하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결정된다. 맞다. 정말 불공평하다. 하지만 그게 현실이다.

이와 같은 현실을 두고 누군가는 자신을 향한 평가로부터 스스로를 분리시킨다.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죽을힘을 다해 그걸 해낸다. 그리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한다. 반면 누군가는 끝내 평가로부터 헤어나지 못하고 자신과 주변을 파괴한다.

살고 싶다는 농담 p.141

어디선가 읽었던 책의 내용 중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슬픔과 고통과 고민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단다.

내가 처한 현실, 문제가 다른 사람들의 상황보다 훨씬 심각하고 위태롭게 받아들인다고.

위의 문장을 읽고 또 읽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묵묵히 하는'사람들은 현실 앞에서 중심을 잘 잡을 수 있다고 받아들였다.

타인의 시선보다 내가 나를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내공을 기를 수 있어야 한다고도.

언젠가 모두에게 다가 올 '죽음'이라는 문턱 앞에 마주섰을 저자의 심정이 상상조차 되지 않지만 적어도 한가지는 알 것 같았다.

내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그러므로 간절히 바라오니 피해 의식과 결별하고 타인과 더불어 살아가기로 결심하라는 것.

무엇보다 등 떠밀려 아무런 선택권이 없었다는 듯이 살아가는 게 아닌 자기 의지에 따라

살기로 결정하고 당장 지금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

오직 그것만이 우리 삶에 균형과 평온을 가져올 것이다.

살고 싶다는 농담 p.274

저자는 스스로에게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하고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마음으로 살아갈 생각이라고.

'이 순간부터 자신의 시간을 살아내라는 것'이란 짧은 글에 담겨져 있는 메세지가 오늘을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면 좋겠다.

나도 자기 주문처럼, 어떤 방식으로든 내 인생은 스스로 나아가야 하고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지 말라고 오늘도 나를

위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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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오묘한 심리학 - 그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고, 그 누구도 말해주지 않는
김소희 지음 / 센세이션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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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보이지 않던 육아가 조금은 느슨해진 느낌을 받았던 결혼 10년 차, 큰 아이가 9살이 되던 해 둘째 아이가 태어났다. 다시 시작된 작은 아이를 키우는 일은, 단순히 잠을 푹 잘 수 없는 것을 넘어서 내가 사라지는 것만 같은 불안한 기운이 잦아들기도 했다.

저자는 공무원이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가진 세 아이의 엄마다. 나는 전업주부라 직업이 있는 저자와는 막연히 다른 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는 방식이나 대하는 자세는 다를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아이를 키우며 불현듯 찾아오는 공허함은 엄마로 오늘을 사는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것이었다.

결혼을 해서 행복하든 행복하지 않든,

이혼을 했든, 영원히 결혼하지 않든

그런 배경의 이름표는 중요하지 않다.

결국 내가 행복해야 누구와 함께해도 행복할 수 없다.

오직 나를 사랑할 수 있을 때 남도 사랑할 수 있다.

엄마의 오묘한심리학 p.97

내가 나를 다독여주고 사랑해 주는 일, 사실 쉽지 않다.

엄마가 되기 전의 나도 그랬고, 엄마가 되어서도 그런 것 같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이 뭔지 고민하는 시간을 많이 갖지 못했던 것도 큰 것 같다.

경쟁하며 보낸 10대, 득과 실을 따져가며 입사해 직장 생활을 해야 했던 20대, 엄마로 또 다른 삶을 살고 있는 30대에도 나는 여전히 내가 잘할 수 있는 일과 행복해질 수 있는 일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아이에게 공부만 강요하는 엄마로 살지 않겠다는 다짐, 내 아이만큼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적어도 그것 하나쯤은 마음에 담을 수 있기를 바랐는데 나도 현실이라는 핑계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소리 지르지 않고 친구같이 다정한 엄마는 책이나 드라마, 영화 같은 곳에서만 존재하는 비현실적인 것만 같이 느껴지고.

저자는 내 아이는 나처럼 다 늦게 꿈을 찾는다며 힘들어하지 않게 품 안에 있을 때 단단해지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길 원한다고 했다. 두렵지만 스스로 세상 밖으로 나가겠다고 다짐하게 되는 순간이 오면 뒤에서 응원할 수 있는 든든한 엄마가 되고 싶다.


우리는 모두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며 살아가기도 바쁘다.

내가 아닌 사람이 나를 대신해 살아줄 수 없듯이

자기 자신조차도 정의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미로 같은 속마음을

꿰뚫어 보고 대신 어루만져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 감정은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

그것이 행복이든 불행이든! p.177


어떤 이유 때문인지 몸도 마음도 유난히 지치는 날들이 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평소와 같이 행동했을 뿐인데 내 목소리가 격해질 때가 있다. 내 마음은 내 것, 기복이 심한 내 감정도 스스로 다독여야 하는데 아이들에게 화를 표출할 때가 많았다. 뒤돌아서서 반성해보기도 하지만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짧은 책 속 구절을 읽다가 마지막 문장에서 멈칫했다. '내 감정은 오로지 내가 책임져야 한다.'라는 부분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다. 울고 웃으며 자신의 감정을 순간순간 보여주고 풀기도 하는데 나는 아이들보다 못한 것만 같았다. 엄마도 공부가 필요하다 싶었다. 내 마음을 천천히 살펴보는 여유와 탐구의 시간에 대한 공부 말이다.

자신을 위해 옷을 고르고, 책을 구입하고, 커피를 사서 마시면서 스스로를 다독이는 일.

아이들이 아닌 나만을 위해 구입하는 모든 것들과 나만의 시간은 '엄마'라는 이름표에는 어울리지 않는다고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는 동안 내가 상하고 외로워지는 것도 모르고.

저자는 드라마 작가라는 꿈에 도전하고 있다고 한다. 지치지 말고 상하지 말고 꿈에 한 발씩 다가설 수 있기를 엄마라는 이름으로 진심으로 응원한다. 나 또한 마음에 담아둔 나만의 꿈을 이루기 위해 매일 일기를 써 볼 참이다.

별 볼일 없는 내 하루가 훗날 허송세월이었다 한들, 후회하지 않기 위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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