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스트 플레이어 - 왜 우리는 열광하고 그들은 세상을 지배하는가
매슈 사이드 지음, 신승미 옮김, 유영만 해제 / 행성B(행성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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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우리는 왜 수많은 스포츠 경기를 보면서 그들에게 열.광. 하는가?

 

월드컵이 열릴 때면 거리를 가득 메우는 관중들은 모두가 하나같이 '승리'를 외친다.

염원하던 16강 출전이 확정되는 순간, 거리는 붉은 물결로 일렁이기 시작하고 흥분 속에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을 보는 건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들과 나의 심리 속에는 어떤 '끌림'이 있길래 스포츠 경기와 스타들의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는 것일까.

 

책 <베스트 플레이어>는 스포츠 경기를 시청하기 좋아하는 나에게 참 흥미롭게 다가왔다.

단순히 승리와 패배라는 양분화된 결과가 전해주는 짜릿함 때문인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노력하는 자세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종종 냉혈한 승부의 세계를 즐긴다.

 

책은 꿈을 성취하기 위해서 어떤 태도, 생각, 행동으로 임해야 하는지를 구체적이고 설득력있는 여러가지 사례를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

세계에 알려진 유명 스포츠 스타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들의 시작과 과정, 승리의 순간을 전한다.

 

성공한 사람들은 평범하게 오늘을 사는 나와는 뭔가 다를거야. 라는 생각에 사로잡힌 나는 그들의 성공이야기가 많이 궁금했다.

하지만 그들의 시작 또한 보통 사람들의 여느 것과 다르지 않았다.

대신 그들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해가는 과정이 다르다.

과정 속에서 겪는 수많은 실패가 스스로를 성장시킬 수 있다는 끊임없는 자기확신과 도전하기를 게을리하지 않는 자세가 그들을 승리하는 사람들로 만들었다는 것을 나는 책을 통해 보고 또 보았다.

 

 

시도해봤는가?

실패해봤는가?

문제없다. 다시 시도하라.

다시 실패하라. 더 멋지게 실패하라.

 

나는 실패가 두렵다.

어릴 적 친구들과 공기놀이를 할 때도 그랬고 회사생활에서 주어진 업무를 할 때도 그랬다. 그리고 지금은 실패가 두려워 도전하는 것마저 낯설다.

 

재능이 아니라 노력을 칭찬해야 하고,

전심전력을 다하면 능력을 바꿀 수 있으며,

도전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이고,

실패는 폐단이 아니라 기회라고 가르쳐야 한다.

 

내 이런 사고방식에 대해 책 속의 베스트 플레이어들은 말한다.

자신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사고방식, 노력, 동기유발 등은 스포츠 세계 분만아니라, 성공을 위해서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하는 하나의 관문이라는 것을.

세계 수준의 실력은 사.고.방.식 에서 시작된다는 것을_

 

 

당장은 힘이 미치지 않는 목표라도 격차를

뛰어넘을 확실한 방법을 인식하고

지속적으로 노력하면 세계 수준의 기량을 얻을 수 있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반복하고 열중하면

격차가 사라지며, 힘이 미치지 않는

새로운 목표 또한 생겨난다.

 

자신의 능력에 비해 훨씬 어려운 도전들을 목적의식을 갖고 시도하면서 실패의 과정을 통해 자신의 한계를 초월하고자 노력하는 베스트 플레이어들의 훈련 과정을 보면서 승리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중요한 메세지를 얻었다.

노력은 결코 스스로를 배반하지 않는다면 진리처럼, 자신에 대한 믿음과 실패를 뛰어넘을 만큼의 반복된 노력은 승리의 핵심이라는 것을.

'승리'는 나와는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책을 통해 나의 일상도 조금은 더 특별해질 수 있으리라 꿈꾸게 되었다.

지금 나는 주문을 걸고 있다.

조금은 더 긍정적이어도 괜찮을 것 같다고, 조금은 더 자신있어해도 좋을 것 같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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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주르, 뚜르 - 제11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40
한윤섭 지음, 김진화 그림 / 문학동네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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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곳에 가면 나는 이방인이 된다.

그들이 호기심 어린 눈으로 쳐다보지 않아도, 수근거리지 않아도 다른 언어를 쓰고 다른 생김새를 인지하는 것은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닐 테니.

그런 약간의 이질감 속에 놓여 있다 보면, 나는 철저하게 이방인이 되는 것이다.




<봉주르, 뚜르>에서 만난 ‘봉주’역시 이방인의 모습으로 프랑스 뚜르마을과 만난다.

사람들로 북적한 파리가 아닌 한적한 뚜르에서 봉주는 혼자만의 비밀을 갖게 된다.

봉주가 2층에 자리한 자신의 방 침대에 누워 뚜르의 밤풍경에 빠져들고 있을 때쯤, 파리에서는 본 적 없는 달빛과 마주한다.

흔하게 보던 별빛이 아니라 밝은 빛을 내리쬐는 달빛을.

봉주는 달이 비추는 빛을 따라가다 문득 자신의 방에 놓여 있는 책상 모서리에 적힌 글을 발견한다.

‘사랑하는 나의 조국, 사랑하는 나의 가족’ 그리고 ‘살아야한다’까지…….

집주인 듀랑 할아버지와 이웃들은 몇 십년간 이집에는 한국인이 산 적이 없다고들 하지만 봉주의 눈에 들어온 글귀는 분명히 한국어였다.




궁금증을 품은 채, 봉주는 뚜르에서의 일상에 적응해간다.

학교에서 만난 갈색으로 머리카락을 염색한 토시는 봉주와 같은 동양인이었다.

같은 반에 동양인 친구가 있다는 것이 새삼 기쁜 봉주의 마음과는 달리 토시는 무뚝뚝한 채로 봉주의 인사를 받는다.




봉주는 자신의 집에 살았던 일본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를 듣게 된다. 봉주와 비슷한 또래의 그 집 아이는 한국어를 아주 잘 했다는 것.

그러던 어느 날, 듀랑 할아버지에게서 예전에 살던 일본인 가족이 아직 뚜르에 살고 있으며 일본 음식점을 경영한다는 소식을 듣게 된다.

좁은 뚜르에서 그 곳을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봉주는 부모님과 그 곳, 자포네로 향한다.

이제 평온한 뚜르와는 어울리지 않는 절박한, 굳은 결심을 떠나 단호하기 까지 한 그 글을 쓴 사람을 만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 때문에 나 또한 봉주처럼 설레고 두근거렸다.

자포네에는 익숙한 얼굴, 토시가 있었다.

봉주는 어쩌면 토시가 한국어를 말하고 쓸 줄 아는 한국인일지도 모른다는 확신이 들었다.

자신도 모르게 큰 소리로 토시에게 그동안 궁금했던 질문들을 쏟아내는 봉주, 그리고 부정하던 토시의 눈에 비친 눈물.

자신의 한 마디 말이 토시의 마음에 상처를 입힌 것은 아닐지 어린 봉주의 마음도 아팠다.

토시는 봉주와 만난 이후 이틀째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늦은 밤 봉주를 찾아온다.

둘은 달빛이 내리쬐는 어두운 밤, 프레방도에 공원을 거니며 봉주가 궁금해 하던 비밀을 나눈다.

토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람이라고 했다.

그것은 우리가 잘 아는 또 다른 한국의 반, 북한의 다른 이름이었다.

책 속에서 북한의 아이와 마주한다는 것은 봉주만큼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너무도 낯선, 왠지 모를 이질감 때문이었을까.

이어 토시는 봉주가 본 글은 삼촌이 쓴 것이라 했고 자신은 언젠가 뚜르를 훌쩍 떠나게 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봉주는 토시가 자신의 모든 비밀을 말해주었던 그 날 밤, ‘친구’라는 이름을 마음에 담았다.

토시와 친구가 되었다고 행복해했지만 그 날 이후 토시는 학교에 나오지 않았고 선생님으로부터 토시 가족이 다른 곳으로 떠났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아무런 흔적 없이 뚜르를 떠나버린 토시를 그리워하던 봉주에게 한통의 편지가 전해진다.

자신을 친구라고 말해줘서 고맙다며 이제는 토시도 그리운 아빠와 함께 살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이 담겨있었다.




아이들의 헤어짐을 보면서 나는, 우리의 반쪽 역사를 떠올렸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흐릿해져버린 분단의 현실과 쉽게 와 닿지 못했던 분단의 고통을.

뚜르에서의 만남과 헤어짐을 보면서 분단된 지금의 우리 모습이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친구를 떠나보내야 하는 큰 상처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봉주가 마주한 조국, 가족, 살아야한다는 글귀가 내 눈에 자꾸만 아련하게 되살아나는 느낌이다.

봉주와 토시가 책 속에서 더 이상 헤어짐을 반복하지 않기를.

친구가 됨과 동시에 이별하지 않아도 될 시간들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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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 - 스물여덟 명의 아이들과 함께 쓴 희망교육에세이
고정원 지음 / 리더스가이드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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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권의 책이, 이름 모를 음악이, 낯선 여행지가 우리에게는 때론 예기치 않은 '위로'가 되기도 한다.
상처 주고 받으면서, 때때로 아파하기도 하면서 우리는 주어진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기에 위로는 누구에게나 필요한 것이리라 생각한다.

내가 만난 책 <교실 밖 아이들 책으로 만나다>는 중학교에서 지역사회교육전문가라는 이름으로 책과 함께 살아가는 고정원 선생님과 제자들의 이야기다.
책 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주변의 시선으로 보면 하나 같이 '문제아'다.
그들은 노는 아이, 선생님의 말을 듣지 않는 아이, 가출을 일삼는 아이, 아이들의 돈을 뺏고 학교에 잘 나오지 않는 소위 '못된 아이'다.
하지만 그들의 못됨이 엄마의 가출, 아버지의 폭력, 대물림되는 가난 등등의 아픔 때문에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만약 내 어린시절이 그러했다면, 스스로도 용납되지 않을 만큼 불행했다면 나는 지금의 밝은 얼굴을 가질 수 있었을까. 조심스레 생각해보았다.

 
책의 저자인 고정원 선생님은
삶의 열병을 앓고 있는 제자들에게 조심스레 다가가 이야기를 들어주고 상처를 책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한다.
그녀의 목소리를 통해 아이들은 위로를 받고 새로운 꿈을 꾸고 희망을 발견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중도 포기하는 아이들도 있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아이도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이 책 속에서 발견한 것은 여린 아이들의 갈기갈기 헤진 마음이었다.
그리고 책을 통해 조금씩 달라져가는 아이들의 모습이었다.

  


아이들을 만나면서 청소년기 아픔 하나 없는 아이들은 없다는 생각을 했다. 그 아픔이 크든 작든 아이들에게는 이야기를 들어 줄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다. p.118

누구에게나 시련은 두렵고 낯설고 도망가고 싶은 현실이 된다.
또한 오늘을 사는 우리는 자신이 짊어진 슬픔이 세상에서 가장 크고 아픈 상처라고 생각하는 습성이 있다고 한다.
한창 삶의 과도기를 겪는 청소년기에 들어선 아이들의 마음은 더 그러하리라 짐작이 된다.
책 속에서 만난 아이들은 저마다의 아픔들을 간직한 채, 스스로에게까지 학대를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문득, 아이들의 행동이 옳고 그른 것을 판단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옳고 그른 것의 차이를 애써 외면해버린 것은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이 처한 현실이 너무 싫고 벗어날 방법을 찾지 못해서 주저않아 버리고 희망을 져버린 아이들의 이야기를 마주할 때면 내 마음도 먹먹해져왔다.
하지만 삶의 멘토로 삼을 만큼 마음을 나누고 아픔을 나눌 선생님의 존재를 느낄때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베어나오기도 했다.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받아보지 못했던, 관심과 사랑을 나눠주던 선생님의 존재가 어쩌면 아주 낯설지만 놓고 싶지 않은 희망의 끈이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이 책과 조우하면서 아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일 줄 알고, 소통할 줄 아는 선생님이 있어 나의 겨울도 참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외로운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에게 미소를 주고 희망을 전해주는 그녀의 이야기가 고마웠다. 앞으로 더 많은 아이들이 그녀가 권해주는 책을 통해 조금은 더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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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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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나는 오늘도 여전히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며 공부중이다.

조금은 위태롭고 서툰 내게 책 한권이 다가왔다.

 

<뽀뽀상자>_

나는 달콤한 제목처럼 뭔가 재미있고 발랄한 이야기가 전해질 것만 같은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다.

열일곱개의 이야기들은 결국,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충분히 보고 듣고 배워야한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책 속에서 부모가 된 남자는 모든 것이 낯설다.

자신을 바라보며 우는 아이 앞에서 그는 때론 무심하게, 때론 서툴게 아이를 바라본다. 젖을 토해내는 딸을 위해 급히 뽀뽀상자를 마련하지만 자신의 부주의로 상자는 깨진다. 그리고 다시 딸은 웃음을 잃고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는 깨져버린 뽀뽀상자만이 아이를 위한 최선을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픈 아이와 마주한 그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과 정성어린 입맞춤은 세상 어떤 뽀뽀상자보다 크고 위대한 효과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에게는 달콤하기만 한 뽀뽀상자가 아닌 다정한 아빠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문득 사랑이란 두 단어의 힘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나를 향한 부모님의 상냥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런 사랑과 정성으로 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뽀뽀상자 없이도 아이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던 이야기 속 그와 뽀뽀상자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p.104

내 생각에는 삶을 아무 관심 없이 대하는 것이 모든 죄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죄악인 것 같아.

각각의 존재는, 삶의 매순간은,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그리고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라.

 

책 속 루시에게는 일상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대도시의 대학 졸업장이나 상장이 아닌, 왜 매일 아침 이불을 깔끔하게 개어야하는지지에 대해 자신을 충분히 이해시켜줄 누군가가.

루시는 일기장에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 만든 작원 낙원 속에서 살아간다.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목소리는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철저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날 루시의 눈에 성장한 어른인 그가 전해 주는 이야기는 그녀를 행복하게 하고 꿈꾸게 만든다.

작은 낙원 뿐만 아니라 넓은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존재는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그녀는 알아가게 된다.  

나는 훗날 내 아이에게 저런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을까.

행복한 유년시절의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내 앞에 놓인 열일 곱개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울림이 내게도 사랑을 전해야하는 이유를 느끼게 했다.

얼마남지 않은 한 해의 끝에 서서 <뽀뽀상자>를 읽으며 누군가의 소리에 귀를 열고 진심으로 이해하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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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노니는 집 - 제9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30
이영서 지음, 김동성 그림 / 문학동네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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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 성장하는 아이, 장이_

 

낯선 환경, 마주대할 누군가가 없어서 외로운 시간들이 반복되던 때가 나에게도, 있었다.

우연히 꺼내 든 한 권의 책으로 위로 받았고 벗 삼았으며 마음을 소통 했던 시간이_

그렇게 나는 책과 조금 가까워졌고 좋아하게 되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느샌가 좋아함의 본질 외에,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에 쫓기듯 좀 더 깊이 다가가지 못했고 생각하지 못했던 듯 싶다.

 

<책과 노니는 집>에서 만난 장이는 책에 대한 애정이 많은 아이다.

필사쟁이 아버지가 쥘부채에 써준 글을 마음에 담을 만큼 장이는 진심으로 책을 좋아할 줄 아는 아이다.

장이는 아버지의 글을 좋아했고 아버지와 함께 작은 책방을 꾸리는 것을 꿈꾸었다.

하지만 천주학 책을 필사했다는 이유로 천주학쟁이로 몰려 매를 맞고 세상과 이별한 아버지의 죽음 앞에서 어린 아들은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갑작스레 찾아 온 이별 앞에서 장이는 책을 통해 슬픔을 이겨내고 위로 받으면서, 수많은 책들을 벗삼아 꿈을 꾸는 아이로 성장한다.

책방에서 심부름을 하며 책 가까이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장이는 어느날, 홍교리의 집을 찾게 되고, 그 곳에서 사방 가득 책이 꽂혀 있는 풍경과 조우한다.

나는 문득, 문 위 현판에 새겨진 '책과 노니는 집'이란 뜻의 '서유당'을 보면서 환하게 웃는 장이의 모습을 상상했다.

아버지가 꿈꾸던 작은 책방의 모습이 그럴 것이라는 확신에 찬 장이의 행복한 눈빛을

본 것 같기도 하고.

 

"책은 읽는 재미도 좋지만, 모아 두고 아껴 두는 재미도 그만이다. 재미있다, 유익하다 주변에서 권해 주는 책을 한 권, 두 권 사 모아서 서가에 꽂아 놓으면 드나들 때마다 그 책들이 안부라도 건네는 양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지. 어느 책을 먼저 읽을까 고민하는 것도 설레고, 이 책을 읽으면서도 저 책이 궁금해 자꾸 마음이 가는 것도 난 좋다."

홍교리가 장이에게 전해주는 이야기에서 나의 서재에도 책장 가득 책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려본다.

장이가 수많은 책들을 바라보며 행복해 한 것처럼 나에게도 어느새 미소가 자리하고 있었다. 책이 주는 교감이 이런 것은 아닐까, 혼자 생각하면서.

 

책을 마주하면서 시련을 이겨내고 조금씩 성장해가는 장이의 모습은, 스스로에게 '나는 얼마나 책에 대한 애정을 갖고 있는가'하는 의문을 품어보게 했다.

눈에 담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런지, 머리에 닿고 마음에 닿기까지는 조금 부족한 '책 읽기'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런지 생각했다.

책과 소통하는 장이의 어린 눈빛을 보면서 깊이 있는 책 읽기에 대해 스스로 다짐해본다. 책과 노니는 집에서 즐거이 웃음을 머금은 장이의 성장한 모습이 마음에 아로 새겨지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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