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뽀뽀 상자
파울로 코엘료 외 지음, 임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8월
평점 :
절판
나에게도 아이가 생겼다.
'부모'라는 새로운 이름이 주어졌고, 어떻게 키워야 할지, 사랑하는 마음은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 나는 오늘도 여전히 아이의 눈빛을 바라보며 공부중이다.
조금은 위태롭고 서툰 내게 책 한권이 다가왔다.
<뽀뽀상자>_
나는 달콤한 제목처럼 뭔가 재미있고 발랄한 이야기가 전해질 것만 같은 책을 펼쳐들었다.
이 책에는 '사랑'에 대한 어린시절의 기억이 담겨 있다.
열일곱개의 이야기들은 결국, 사랑을 전하는 방법도 충분히 보고 듣고 배워야한다는 것임을 말하고 있는 듯 했다.
책 속에서 부모가 된 남자는 모든 것이 낯설다.
자신을 바라보며 우는 아이 앞에서 그는 때론 무심하게, 때론 서툴게 아이를 바라본다. 젖을 토해내는 딸을 위해 급히 뽀뽀상자를 마련하지만 자신의 부주의로 상자는 깨진다. 그리고 다시 딸은 웃음을 잃고 시름시름 앓게 된다.
그는 깨져버린 뽀뽀상자만이 아이를 위한 최선을 방법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픈 아이와 마주한 그의 눈에서 흐르던 눈물과 정성어린 입맞춤은 세상 어떤 뽀뽀상자보다 크고 위대한 효과를 발산하기 시작한다.
결국 아이에게는 달콤하기만 한 뽀뽀상자가 아닌 다정한 아빠의 손길이 필요했던 것이리라.
문득 사랑이란 두 단어의 힘이 새삼스럽게 다가왔다.
내가 아주 어린 아이였을 때, 나를 향한 부모님의 상냥한 목소리가 전해지는 것만 같았다.
나 또한 그런 사랑과 정성으로 내 아이를 성장시킬 수 있을까? 뽀뽀상자 없이도 아이의 몸과 마음을 자라게 할 수 있을까?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이 서툴렀던 이야기 속 그와 뽀뽀상자를 바라보면서 스스로에게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았다.
p.104
내 생각에는 삶을 아무 관심 없이 대하는 것이 모든 죄악 중에서도 가장 나쁜 죄악인 것 같아.
각각의 존재는, 삶의 매순간은, 그 나름의 중요한 의미를, 그리고 그 나름의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잊지 말아라.
책 속 루시에게는 일상을 함께 나누고 자신의 생각에 공감해주는 누군가가 필요했다. 대도시의 대학 졸업장이나 상장이 아닌, 왜 매일 아침 이불을 깔끔하게 개어야하는지지에 대해 자신을 충분히 이해시켜줄 누군가가.
루시는 일기장에 하루를 기록하며 스스로 만든 작원 낙원 속에서 살아간다.
잔소리라고 생각했던 부모님의 목소리는 그녀를 더욱 외롭게 만들고 철저히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게 한다.
어느날 루시의 눈에 성장한 어른인 그가 전해 주는 이야기는 그녀를 행복하게 하고 꿈꾸게 만든다.
작은 낙원 뿐만 아니라 넓은 세상 속에서도 스스로의 존재는 충분히 빛날 수 있음을 그녀는 알아가게 된다.
나는 훗날 내 아이에게 저런 이야기를 나눠줄 수 있을까.
행복한 유년시절의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내 앞에 놓인 열일 곱개의 이야기들은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사랑'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책 속에서 전해지는 따스한 울림이 내게도 사랑을 전해야하는 이유를 느끼게 했다.
얼마남지 않은 한 해의 끝에 서서 <뽀뽀상자>를 읽으며 누군가의 소리에 귀를 열고 진심으로 이해하리라 다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