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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 버돗의 선물 - 한정판 스페셜 기프트 세트 (스태들러 색연필 세트 + 그림엽서 + 케이스)
테드 겁 지음, 공경희 옮김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우리는 가지지 못한 것을 소망하며 산다.
때로는 돈을 바라보면서, 혹은 명예를 추구하면서 조금 더 갖기 위해 하루를 살고 내일을 살아간다.
성공이란 이름 앞에서 남들보다 빠르고 가까이 나아가기를 열망한다.
주어진 삶에 쉽게 만족하는 사람이 없듯, 내가 가진 것을 선뜻 나눠주는 삶을 산다는 것은 영화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더욱 어렵다.
객관적으로 볼 때 많이 갖고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필요이상의 선행을 베풀지 않는 것이 내가 사는 오늘의 모습이다.
누군가에게 조금이지만 삶의 일부를 나눠주는 것, 그것은 어떤 의미가 될까?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는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생애는 얼마나 값질까?
쉽게 좇아갈 수 없기에 가치 있는 삶을 사는 것은 상상만으로도 충분히 설레고 또 매력적이다.
쉽지 않은 것임을 알기에 낯설지만 그런 사실과 마주한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미소가 지어진다.
‘희망’의 가치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의 위로가 되기 때문임을 알기에.
<MR. 버돗의 선물>은 희망을 노래하는 책이다.
책은 2008년 지은이가 조부의 가방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낡은 가방 한쪽에 자리한 수많은 편지와 편지를 보내는 이들에게 10달러를 보내주겠다는 1933년의 신문기사는 버돗의 모든 이야기가 밝혀지는 시발점이 된다.
누구나 궁핍했고 힘들었던 대공황시절, 자신의 현실만 바라보기도 벅찼을 법 한 시간, 선행의 손길을 내민 그의 이야기는 진정한 선물의 가치를 발휘한다.
버돗, 그는 누구일까?
그는 왜 이웃들에게 얼마의 돈을 선물하고자 했던 것일까?
책 속에는 버돗의 존재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선행을 베풀게 된 동기와 버돗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과 후손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아무런 대가없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던 가난한 시대의 작은 희망씨앗, 그의 삶이 내 안으로 서서히 스며들었다.
유년시절의 기억은 우리 삶에서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른다고 한다.
버돗은 그런 의미에서 행복한 유년시절을 경험하지 못했다. 그가 기억하는 어린 시절은 고국으로부터 침입자로 내몰렸던 서럽고 가슴 아픈 시간이었다.
대공황으로 인해 절망 끝으로 치닫는 캔턴의 일상이 그에게 아픈 과거를 떠올리게 했다.
버돗의 또 다른 이름인 샘스톤은 어디에서나 가난하고 약한 유대인이자 이방인이었다.
그는 미국이란 나라에서 사회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기를 바랐다. 고국에서 갖지 못했던 소속감을 새로운 곳에서 갖고 싶었던 것이다.
어둡고 좁은 시간을 견뎌내 온 그는 시련 앞에서 좌절해가는 외롭고 가난한 이웃의 아픔을 결코 타인의 몫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었다.
그들의 눈물 앞에서 자신이 마음속에 품고 있었던 희망을 선물하기로 한 버돗은 작은 기적을 선물하기에 이른다.
수많은 사람들이 버돗의 도움을 기다리며 편지를 썼다.
가장들은 파산 후 자신의 속내를 담아 다시 일어서리라는 용기를 마음에 품고 편지를 보내왔다. 아이들의 옷과 신발을 크리스마스선물로 주고 싶다던 모정어린 엄마의 편지도, 굶주림을 피하고 싶은 어린아이의 절규어린 도움의 목소리를 담은 편지도 있었다.
버돗은 힘든 이웃들의 편지에 계획했던 두 배 수의 사람들에게 5달러를 선물했다.
그가 보낸 5달러는 배고픈 자에게는 비어 있던 식탁 위에 풍족하게 먹을 빵이 올라오게 했고, 추위에 지친 이들에게는 따뜻한 땔감이 되었다. 또 가난에 지쳐 미소를 잃은 아이들에게는 희망과 함께 옷과 인형, 신발이 되어 주었다.
나는 버돗과 그의 이웃들이 5달러로 인해 지을 수 있었던 미소를 상상했다. 선물은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모두 행복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면서.
1933년을 산 이웃들에게는 5달러가 선물이었다면, 나는 나눔의 마음이 담긴 따스한 이 책을 선물 받았다.
자신의 아픔만 우선시하면서 타인의 고통에는 자꾸만 무뎌지는 내게 버돗의 이야기는 희망 그 이상을 말하고 있다.
나누고 싶은 마음을 갖는 것은 쉽지만 그 마음을 실천하기란 어렵다.
버돗의 용기 있는 선택에 내 마음도 조금씩 용기를 얻어 가는 것만 같았다.
삶을 좀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다는 용기, 쉽게 포기하지 말자는 용기, 나보다 어려운 사람들을 뒤돌아볼 수 있는 용기까지도.
스산하게 불어오는 겨울바람 뒤에는 어딘가에 따듯한 온기가 자리하고 있음을 버돗의 이야기를 마주하며 마음속 깊은 곳에 담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