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고 한 조각 내인생의책 푸른봄 문학 (돌멩이 문고) 8
마리아투 카마라.수전 맥클리랜드 지음, 위문숙 옮김 / 내인생의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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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끝에 서 있다고 느꼈을 때,
나에게는 망고 한 조각이 있었습니다."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두려워하는 내게, 한 소녀가 다가왔다.
<망고 한 조각> 속의 주인공 마리아투는 절망의 늪에 빠져도 용기를 잃지 말 것을 자신의 아프고 시린 경험을 통해 온몸으로 이야기한다.
최근 읽었던 책들이 밝은 내용으로 시작되지 않은지라, 나는 또다시 이 책을 잡기가 조금은 두렵기도 했던 것 같다.
나는 지금, 그녀의 이야기를 조심스레 풀어보려한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웃음이 허락되지 않는 곳, 시에라리온_
1991년부터 2002년까지 내전에 휘말려 마을과 농장이 파괴되고 수천명의 아이들이 겁탈 당하고 목숨을 잃는 일들이 반복되는 곳.
불안한 시에라리온의 중심에 마리아투가 있다.
아직은 작고 보호받아야 할 그 아이에게 닥친 불행은 글로 읽기에도 비참하고 고통스럽기만 했다.
내전을 피해 도망친 숲 속에서 고모부의 친구에게 겁탈을 당해 생명을 잉태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모른채 임신을 하게 되는 열네 살의 가엾은 아이, 눈 앞에서 살려달라고 울부짖는 자신의 이웃이 처참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작은 아이, 소년병의 '대통령에게 새 손을 달라'는 웃음 섞인 야유에 의해 두 손이 잘려나갔던 아이.
그 아이가 바로, 마리아투였다.
신에게 수없이 죽음을 달라고 간청했던 아이는 손목의 상처가 엄습하는 고통에 정신을 잃지만 온 세상에 울릴 것만 같던 총소리를 뒤로하고 쫓기고 이끌리듯 흙먼지를 가르고 달리고 걷기를 반복한다.
 

망고 한 조각
왜 이 책의 제목이 '망고 한 조각'일까 궁금했던 내게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가다 실마리를 발견했다.
반군을 피해 몸을 숨기며 발걸음을 옮기던 마리아투가 처음으로 만난 낯선 남자가 천으로 감싼 곳에 내려놓은 망고가 그녀를 위로했기 때문이리라 .
손으로 먹여주는 것은 비참하다고 생각한 아이에게 살포시 내려놓은 망고 몇 조각은 단순히 고통과 배고픔을 채워주는 것이 아닌, 삶을 이어가고자 하는 용기고 희망이었을 것이다.
남자는 프리타운으로 가라는 말을 남긴 채 그녀를 향해 돌아서지만 마리아투는 스스로를 위로하며 프리타운으로 향한다.
병원에서 상처 치료와 보살핌을 받게 된 아이를 보면서 잃어버린 손목때문에 비통한 심정이었지만 이제는 더이상 아픔이 없기를 바라고 또 바랐다.
하지만 마리아투의 뱃속에서 자라고 있는 생명의 존재를 이즈음에서 알게 되었다.

작은 아이가 새로운 생명을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을런지, 거룩하고 소중하기만 한 잉태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런지 덜컥 겁이났다.
증오로 품을 수 없었던, 품고 싶지 않았던 아이는 마리아투의 자궁에서 자라 출산에 이르지만 흔히 있던 영양실조로 10개월의 삶을 허락한 채 숨을 거두게 된다.
모든 것이 자신의 잘못인 것만 같아 절망하는 마리아투에게 어떤 말을 전해야좋을지 먹먹한 심정이었다.
 

마리아투의 삶은 어떻게 될까?
그녀는 망고 한 조각에서 본 희망을 끝까지 지켜낼 수 있을까?
책의 후반부를 향해 갈수록 마리아투는 더이상 시련과 고통 속에서 허우적대지 않았다. 의수를 하기 위해 향했던 영국에서 당당히 스스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용기를 지닌 그녀는 더이상 아이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이 충분히 성장해 자신의 삶에 대해 꿈을 꾸고있었다.
마리아투는 캐나다에서 영어 공부를 시작하고 학교 교육을 받기 시작했으며 현재는 토론토에서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상처를 바탕으로 분쟁지역 아동보호 유니세프 특사로 활동하며 용기와 희망을 주고 있다고 한다.

분단된 나라에서 살면서도 전쟁에 대한 위험과 고통을 알지 못했던 내게 마리아투의 이야기는 충격적이고 두렵기만 했다.
생각할 수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실들이 오늘날 누군가에게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 안일하게 살아가고 있는 내 삶에 말로 할 수 없는 자극을 준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도 살아있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는 저자의 말처럼 보잘 것없는 무언가로 인해 용기를 얻을 수 있다면 아직 우리네 삶은 살아갈만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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