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낸 순간 : 소설 - 날마다 읽고 쓴다는 것 우리가 보낸 순간
김연수 지음 / 마음산책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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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에도 지지 말고, 바람에도 지지 말고,

다른 모든 일에는 영악해지더라도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 앞에서는 한없이 순진해지시길.

 

p.189

시간이 지나면 우리도 알게 되겠죠.

살아 있는 동안에는 우리에게 소중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을 결코 찾을 수 없으리란 것을.

대신에 돌아보면 그런 시간을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그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만족스러운 시간이 됐다는 걸.

왜냐하면 시간이 지나면 어쨌거나 우리는 충분히 살게 될 테니까요.

그때가 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더 이상 없을 테니까요.

지나온 모든 시간은 저절로 소중한 시간이 될 테니까요.

 

 

나는 책을 읽다가 마음에 드는 글귀를 발견하게 되면 펜을 들고 무작정 기록 아닌 기록을 한다. 노트와 펜이 없다면 핸드폰 메모란에라도 적어둔다.

언제부터였는지 모르겠지만 문득 나는 그 글귀들을 나만의 보물처럼 담아두고 싶었던 것 같다.

돌아서고 나면 잊혀질 것만 같아서 그 '순간'을 애써 잡고 싶었던 것일까.

 

<우리가 보낸 순간>은 같은 제목으로 시와 소설편이 따로 존재한다.

먼저 읽게 된 소설편과 같이 책 속에는 여러 편의 소설과 시가 조금씩 나열되어 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작가의 생각이 묻어나는 글귀들이 자리한다.

이 책은 김연수 작가의 삶 속 '순간의 기록'인 것만 같다.

책 속에는 그의 생각이, 성격이 돋보이는 글귀가 가득하고 그의 일상이 하나 둘 묻어져나온다.

어디선가 읽어본 듯한 소설 귀퉁이를 만날 때면 나도 모르게 반가웠고 더 깊이 공감할 수 있었으며 작가의 생각을 적은 페이지와 마주할 때면 그저, 좋았다.

작가만의 '순간'이 아니라 나의 일상에서 접하는 '순간'인 듯도 했다.

 

글을 읽고, 문장을 기억하고, 삶의 일부와 맞춰보고 나열하고 하나씩 써 내려가는 느낌은 어떨까.

나는 책 마지막즈음에 남긴 작가의 말 중에서 약간의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날마다 글을 쓴다는 건 자신이 원하는 바로 그 사람이 되는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우리의 모습은 달라진다.

나의 모습이 조금 달라지기 위해서 나는 오늘부터 부지런히 순간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먹어본다.

 

삶을 살아내는 수많은 기억의 '순간'들 속에서 때론 지치기도, 희망을 품기도 한다.

작가의 기억을 통해 '순간'의 추억과 따뜻함을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가 날마다 읽고 눈과 마음에 담았던 49편의 소설들이 그의 추억과 만나 이야기가 되고 희망과 꿈을 노래하는 것만 같았다.

읽는 내내 책을 읽는 기쁨으로 충만했고 헛헛했던 마음이 잠시나마 무언가로 채워진 듯 했다.

나도 조금은 더 꿈꿔도 괜찮을 것 같다는 위로가 전해지는 것만 같아서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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