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의 가장 가난한 사치
김지수 지음 / PageOne(페이지원)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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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에디터 김지수 에세이 


 시는 늘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 같았다.
읽고 싶은데 쉽게 엄두는 나지 않고 안 읽자니 뭔가 자꾸만 아쉬운 느낌을 자아내곤 했다.
문득, 나도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고 표현하고 싶어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됐다.
스스로 해석하기가 조금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 했던 시를, 보그 에디터인 김지수의 해석으로 친근하게 읽혔다.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마주한 시는 어렵다는 느낌보다 일상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속리산에서'중에서/나희덕-

 산을 오르며 보아온 평평한 길을 오르막만 보며 달라온 삶에 비유한 모습, 그리고 친절한 에디터의 설명은 이해를 더한다.

인간의 기쁨과 시련은 우리 앞에 놓인 산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씨앗과 같은 형태 속에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추 한 알에 번개와 태풍과 태양이 다 들어 있는 것처럼.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생명으로서의 왕상한 반응이거나 타인에 대한 특별한 약속일지도 모른다.

산을 몇 번 오르지는 못했지만 앞만 보면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만 했는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맞고 내리쬐는 햇살도 나무가 마련해주는 작은 그늘도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시와 친근해 진 느낌이다.
책속에서 나열한 수많은 시와 글쓴이의 해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옛시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날 시가 편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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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
한창훈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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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나라를 찾아서...> 

 


이제서야 마주하게 된 <꽃의 나라>는 한창훈 작가의 신간이다.

책이 주는 즐거움을 알게 된 이후, 좋아하는 작가를 꼽으라면 신경숙, 한창훈, 김연수 정도가 되는 것 같다.

한창훈 작가의 글은 바다와 섬이 주를 이뤄서 그런지 읽고 있노라면 고향의 모습이 생경하다.

그런 그가, 새로운 소설을 출판사 인터넷 카페에 매일 개제를 했다.

참고 참다가 책으로 출간되면 마주하리라 마음 먹었는데 이런저런 사정으로 많이도 늦어버렸다.

 

각설하고, 책은 이전의 느낌과 많이 다른 모습이다.

주제도 그렇고, 배경도 그렇고, 느낌도 그랬다.

영화에서 스쳐 보게 된 광주민주화 항쟁을 소년의 눈으로 그린 <꽃의 나라>는 시대가 낳은 폭력이 배경이 된다.

꿈많은 소년이 섬을 떠나 와 육지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눈으로 보고 피부로 맞는 상경기로 시작해서 약간은 우울한 기운으로 끝을 맺는다.

사춘기의 호기도, 꿈도, 열정도, 모두가 폭력의 알 수 없는 정당화 아래 짓밟힌다.

군화에 짓밟힌 수 많은 사람들의 작은 인권들 처럼.

평범하게 꿈을 꾸던 소년은 아픈 기억을 평생 품에 안은 채, 성장을 할 것이다.

훗날 누군가의 부모가 되고 할아버지가 되면서 그랬노라 기억하리라 생각하니 마음 속에 무언가가 자꾸만 무겁게 침전되는 느낌이다.

 

 

새로운 곳을 돌아다니는 것은 낯선 사람의 사진을 들여다보는 것보다 더 흥분되는 일이었다. 먼 곳으로 가게 되면 한없이 싸돌아다니고 싶다는 충동을 나는 가지고 있었다. 집을 떠날 수만 있다면 지뢰밭이라도 갈 수 있다고 날마다 생각했기에 지난밤에 잠을 거의 못 잤을 정도였다. 나는 문서가 불타버린 노비처럼 자꾸 기분이 좋아져서 지그재그 걸어다녔다. 살다보면 좋은 날 있을 거라는 말을 사람들이 간혹 했는데 나의 경우가 그랬다. 몇 시간 만에 나는 이 도시를 사랑하게 되었다. -책 속에서-

 

책 속의 주인공처럼, 나 역시 집을 떠나는 것이 주는 행복감에 충만해있었던 시간이 있었다.

가족과 이별해야 한다는 아픈 현실을 직시하기 보다는 새로운 곳에서 더 큰 꿈을 꾸고 더 나은 삶과 마주할 수 있다는 작은 기대로 마음을 빼앗겨버렸던 그런 시간이.

주인공처럼 비약적인 표현까지는 아니더라도, 나는 적어도 그랬다. 그래서 소년의 마음이 더 깊게 와닿았다.

하지만 광주민주화 항쟁이라는 무거운 장애물이 소년의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그때 소년이 느껴야 할 좌절감은 어땠을까.

이 도시는 내게 모든 것을 해줄 수 있고, 그래서 나는 모든 것을 다 꿈꿀 수 있다고 믿었을 소년에게 폭력의 현실은 너무 잔인했다.

단순히 피가 나고 살이 찢기는 고통이 아니라, 사춘기 소년만이 품을 수 있는 꿈을 그렇게 짓밟아버렸으니.

 

책의 끝은 여전히 암흑이다. 한창훈 작가의 글을 읽고나면 늘 유쾌한 기운에 쌓이곤 했는데 이번 책은 정반대의 느낌이다.

처음의 시작을 보면서 소년이 도시에서 행복의 단꿈에 젖은 모습만을 상상했었는데 다소 아쉬운 마음이 파고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꽃의 나라, 그 곳은 수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꿈이 집약된 그런 곳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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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 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
박성덕 지음 / 지식채널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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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투성이 부부 관계를 되돌리는 감정테라피_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_

사람은 서로가 달라서 분명히 맞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친구, 선후배, 회사동료, 그리고 가족까지도 약간의 갈등과 이해는 필수다.
부부간에도 이런 문제는 분명 존재한다.
서로의 가치관이 다르고, 살아온 환경이 다른 남녀가 새로운 가족을 만들고 살아가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는 것을 결혼 3년차가 되면서 조금씩 느끼고 있다.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는 쉽게 싸우고 오해가 쌓여 상처의 골을 깊게 만들기도 하는 평범한 부부들을 위한 심리처방전이다.
때론 누군가의 경우를 예시로 문제점을 되짚어보고 이해하면서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부부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사랑의 콩깍지_
누군가는 만나고 사랑하는 사람들이라면 콩깍지 효과를 쉬이 여길 수 없을 것이다. 상대방의 좋은 면만 보고 나쁜 부분도 좋은 식으로 해석하게 되는 사랑하기에 만들어 진 콩깍지.
콩깍지가 씐 상태를 심리학 용어로 핑크렌즈 효과라고 한다.
인간의 뇌를 연구한 결과 사랑은 갈망, 끌림, 애착의 3단계를 지나게 되며 많은 부분들이 애착 단계에서 위기에 직면하게 된단다.
하나의 문제점에 봉착하게 되면 왜 이 사람과 결혼했을까, 왜 이 사람을 선택했을까 하는 질문들이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게 된다.
결국엔 ‘사랑하기 때문’이라는 답이 나오고 서로를 이해하지 못했다는 문제점이 지적된다고 한다.
책을 읽어내려 갈수록 부분관계에 대한 공부와 이해가 필요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문제점이 생기고 언성이 높아지면 서로에 대한 이해보다는 자기주장을 내세우기에만 앞서게 되고 결국은 상처를 내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책 속에서 언급하고 있는 수많은 상황들이 결코 낯설지 않았다.
행복한 가정을 만들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풀어야할 숙제는 결국 ‘상대방에 대한 이해’인 것 같다.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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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말고 꽃을 보라 - 정호승의 인생 동화
정호승 지음, 박항률 그림 / 해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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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지금 누군가를 사랑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당신은 지금 누구를 사랑하고 계신가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요,

나머지는 전부 배경음악에 지나지 않습니다.

 

사랑을 알려주는 책, <울지 말고 꽃을 보라>는 정호승 시인의 책이다.
오래 전 <외로우니까 사람이다>는 시집을 통해 본 그의 시들을 뒤로 하고 마주한 이 책은 5장의 짧은 동화로 구성되어 있다.
따듯하게 읽히고 온기를 쉬이 불어넣어 주는 이야기가 가득하다.

나는 책과 마주하면서 아주 작은 것도 쓰임이 있다는 작은 진리와 순수한 마음으로 겨울이면 어김없이 첫눈을 기다리던 설렘, 그리고 노력해야만 눈 앞에 펼쳐진 세상과 마주할 수 있다는 진실도 알아간다.

책의 이야기 중에서 마르지 않는 샘이 있는 마을에서 산 그가 있다.
여름 가뭄 때도 마르지 않아 마을 사람들의 오랜 기갈을 해소해 주는 연못이 고마웠지만 흘러 넘치는 샘물이 늘 아까웠던 그였다.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찰랑거리는 연못을 보며 그제서야 그는 고여있는 물은 썩고 만다는 진리를 깨우친다.
그리고 사람도 샘처럼 사랑이 흘러 넘쳐야 살 수 있다는 것도 함께 알아간다.

책 속에서는 이렇듯 소소한 일상을 닮은 이야기가 펼쳐지기도 한다.

못생겼지만 은은항 향 때문에 모과가 나는 철이면 우리집 어느곳에는 꼭 모과가 자리한다. 책에서 마주한 모과 이야기는 작지만 감동이 몰려온다.
스스로를 쓸모없이 못나게 비유한 모과는 차츰 썩어가기 시작한다. 그런데 사람들은 썩어가는 모과에서 나는 향기가 좋다고 한다.
실패 후엔 성공의 향기가 난다는 말처럼 모과는 오랜 실패의 시간 끝에 아름다운 향기를 내뿜고 있었다.
누군가는 실패한 시간이라고 좌절하지만 결국엔 오랜 시간이 지나면 성공이란 값진 열매로 반짝이는 빛을 발하리라는 믿음을 모과 이야기에서 보았던 듯 싶다.
물론 노력이라는 튼튼한 밑거름이 꼭 있어야하겠지만.

산들 부는 바람이 좋은 계절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정호승 시인의 책에서 작은 희망을 발견 한 것 같다.
조금은 순수하고 맑게 살아야겠다 싶은 날이다.
울지 말고 꽃을 보며 사랑으로 피워진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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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익은 타인들의 도시
최인호 지음 / 여백(여백미디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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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곧 '나'가 되었으며 K1과 K2는 합체하여 온전한 하나의 'K'가 되었다. 온전한 K는 하늘과 땅이 갈라지기 전의 알파, K를 낳은 아버지와 아버지의 아버지, 아버지와 그 아버지의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와 그 할아버지의 아버지들이 태어나기 전의 태초로 돌아갈 때가 되었다고 생각하였다. -본문 중에서-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를 포장해주고 상징해주는 내 이름이, 매일 지나가던 익숙한 길이_

‘왜?’란 의문을 품게 되면 신기하게도 ‘원래부터 그랬으니까.’식의 대답만 자꾸 맴돈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는 어려운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새로운 자아를 경험하고 낯선 길을 여행하는 기분이었다고 할까.

이따금씩 마주하던 의문이 덩그러니 놓여있는 이야기 속에서 나는 K가 되어 질문을 품고 또 품었던 것 같다.




평범한 주말 일상이 갑작스레 흔들리기 시작한 후로 사흘간 그는 쫓고 쫓기는 기억과 현실 앞에서 두리번거리기 일쑤다.

주말마다 미사에 꼭 참석하는 이 시대의 평범한 가장인 K가 맞이한 어느 주말은 여느 때와 달랐다.

수년간 주말에는 자명종을 꼭 꺼두었지만 갑자기 울리는 자명종소리와 평소와 달리 느껴지는 아내, 오랜 시간 보지 못했던 누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자신을 바라보며 또 다른 누군가가 아닐까 하는 수없는 의구심을 갖게 된다.

누군가의 남편, 아버지, 직장에서의 직함으로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에 충실해 온 그의 혼란스러운 일상과 마주하면서 잃어버린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바쁘게 지나치는 하루 속에서 그는 스스로만을 위한 작은 여유도 잊은 채, 삶에 주어진 역할대로 부지런히 움직이기만 한 것 같았다.

아마도 그것은, K의 모습에만 국한 된 것만은 아니란 생각에 헛헛함이 몰려왔다.

정성껏 쌓은 모래성이 허물어지듯 갑작스레 모든 것이 사라져버린 그의 사흘을 보면서 쉽게 허물어지고 다시 보듬고 노력하며 살아가야 하는 것이 생의 몫은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이야기의 끝은 어떻게 될까 궁금했다. 어떤 식의 결론이 헛헛함을 조금이나마 메울 수 있을까 하면서_

도시에 강진이 발생한 후 K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온다. 낯설고 두려웠던 시간이 눈앞에서 사라지고 익숙하던 자신의 모습을 하나씩 발견하게 되면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어려웠고 또 어려웠던 소설이었다.

문학적 깊이가 얕은 내게는 최인호 작가의 명성만으로도 숨이 턱턱 막히는 것만 같았다.

철학적인 바탕 위에 수없이 써내려간 문장의 깊이는 상상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것이리라 이해해본다.

가끔 나조차도 스스로가 낯설 때, 먹먹한 기운이 온 마음을 덮어버릴 때가 있다.

생각의 꼬리가 돌고 돌다보면 처음 그 자리에 똬리를 틀고 앉아 있는 기분이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늘 그런 식이라고.’ 어둠 뒤의 빛, 빛 뒤의 흐림처럼 우리 생도 평범한 그런 식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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