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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는 늘 내게 너무 어려운 숙제 같았다.
읽고 싶은데 쉽게 엄두는 나지 않고 안 읽자니 뭔가 자꾸만 아쉬운 느낌을 자아내곤 했다.
문득, 나도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고 표현하고 싶어 이것저것 검색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됐다.
스스로 해석하기가 조금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 했던 시를, 보그 에디터인 김지수의 해석으로 친근하게 읽혔다.
그녀의 이야기와 함께 마주한 시는 어렵다는 느낌보다 일상과 닮아있다는 느낌이 강했다.
산다는 일은
더 높이 오르는 게 아니라
더 깊이 들어가는 것이라는 듯
평평한 길은 가도 가도 제자리 같았다
-'속리산에서'중에서/나희덕-
산을 오르며 보아온 평평한 길을 오르막만 보며 달라온 삶에 비유한 모습, 그리고 친절한 에디터의 설명은 이해를 더한다.
인간의 기쁨과 시련은 우리 앞에 놓인 산과는 별개로 처음부터 씨앗과 같은 형태 속에 숨어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대추 한 알에 번개와 태풍과 태양이 다 들어 있는 것처럼.
산다는 것은 그 자체가 생명으로서의 왕상한 반응이거나 타인에 대한 특별한 약속일지도 모른다.
산을 몇 번 오르지는 못했지만 앞만 보면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기만 했는데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도 맞고 내리쬐는 햇살도 나무가 마련해주는 작은 그늘도 다시금 생각해본다.
나는 이 한 권의 책을 통해 시와 친근해 진 느낌이다.
책속에서 나열한 수많은 시와 글쓴이의 해석이 참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옛시에도 도전해보려고 한다.
'어느날 시가 내게로 왔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느날 시가 편해졌다'고는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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