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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리전쟁 ㅣ 이타카 新괴담문학 시리즈 1
진산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0년 7월
평점 :
품절
올여름은 유난히도 더위가 일찍 찾아와 기승을 부린다. 열대야에 밤잠 설치길 여러 날. 아! 이럴 바에는 아에 소름이 돋고 머리털이 곤두설만큼 으시시한 추리소설이나 공포물을 읽으리라 결심하고 집어든 책마다 통 시원잖다. 귀신이란 제목과는 달리 우리나리의 토종 귀신들을 비교,분석해 놓질 않나. 소복입은 한 많은 처녀 귀신이 우리네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조곤조곤 설명하질 않나. 더위를 식혀줄 남량 특선 시리즈를 볼 것을...
별반 기대 없이 펼쳐든 '바리전쟁' . 야심차게 준비한 새로운 괴담문학 시리즈라는느 그럴듯한 선전 문구에 혹해 그리고 무협과 로맨스, 동화와 설화 등 장르와 형식을 넘나드는 작가 '진산'의 뛰어난 솜씨를 칭찬하는 글로 인해 (실은 무협이나 인터넷 소설과는 담쌓고 사는 내게 생소한 작가지만) ‘괴이’를 다루는 정통 문학을 이참에 접해 보기로 했다.
우리에게 친숙한 ‘바리데기 설화’를 바탕으로 했기에 호기심도 동힌다
주인공 진영은 달걀 완숙을 위해 스톱워치로 시간을 측정하는 따분할 정도로 성실하고 합리적인 대학원생이다. 그에게 세상이란 그저 현실적이고 눈에 보이는 대상일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귀신이나 마녀도 저승과 이승을 오가는 영혼도 UFO의 존재도 믿지 않는 지극히 현실적이며 과학적인 평범한 청년이다. 그런 그에게
공포의 대상이며 악몽의 원인, 십년간이나 집을 떠나오게 만든 그것이 있으니 어릴 적 아버지가 데리고 온 여동생 수영이다. 진영은 수영이 집으로 온 그날, 그녀에게 붙어 다니는 검은 그림자를 보게된다. 그에게만 보이는 그림자의 정체와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행동하는 수영을 여동생으로 인정하지 못할 뿐더러 인간이 아닌 전설 속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 꼬리가 아홉개나 달린 구미호가 아닌가하는 착각에 빠지곤 한다. 그녀의 존재가 두렵고 악몽에 시달리던 그는 재수까지 강행하면서 서울에 있는 대학에가기위해 고군분투한 결과 드디어 그녀에게서 도망쳐 서울로 상경한다.
그리고 악모가함께 그녀이 존재도 잊고 지냈다. 한 통의 전화를 받기 전까지.
10년 후, 고향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가 걸려 온다. 아버지가 몇일째 잠에서 깨어나지 못한 상태에 있다며 집에 들르라는 어머니의 말에 잊고 지냈던 악몽들이 되살아나고 10년만에 고향에 가게된다. 그리고 다시 맞딱뜨린 수영.
여동생, 수영의 정체는 무엇인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그에게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던 걸까?
“옛이야기라면 옛이야기고, 서사무가라면 서사무가이며, 종교로서 보자면 무조신격이고, 문학으로 보면 무속신화의 주인공입니다. 딸만 여섯 있던 오구대왕의 일곱째 공주로 태어나셨고, 나자마자 버려졌기에 버린 아이라는 뜻으로 바리라 불렸습니다. 자신을 버린 부모의 병을 고치기 위해 온갖 고난을 감수하며 서천 서역국으로 가서 선약을 구해와 죽은 부모를 되살리고, 끝내는 신이 되었습니다. 어떤 신이 되었을 것 같습니까?”
- p.172
오랜 옛적부터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이 세계’ 저편의 ‘저 세계’를 믿어 왔다. ‘이 세계’란 일상과 상식의 세계로 눈에 보이는 세상이라면 ‘저 세계’는 믿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기도하는 한갓 미신에 해당하는 세계이다. 그리고 ‘저 세계’를 오가며 접촉할 수 있는 힘을 지닌 자들이 바로 무당들이다. 무당의 ‘巫’는 하늘과 땅을 잇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이 책의 주되 줄거리를 이루는 무당들이 백 년에 한 번, 저 세계와 통할 권한을 두고 싸움이 버어진다. 그 싸움의 결정권을 쥔 자는, 사람의 몸으로 저승에 가서 생명의 수를 가지고 돌아온 ‘바리공주’와 저승의 신 ‘무장신선(巫長神仙)’ 이다.
과연 누가 백 년 동안 하늘과 땅을 이계와 저계를 연결하는 권한을 가질 것인가?
벡년만에 환새안 바리공주는 누구이며 바리의 아버지 오구대왕과 무장신선은 대체누구란 말인가?
신 내리는 것, 부당이 된다는 것은 봐주는 거라는 말이 한동안 머리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이제껏 가져왔던 무속신앙이나 무당에 관한 편견이나 선입관들이 하나씩 무너져 내린다. 무당이란 존재는 아픈 사람들을 위로해주 말을 들어주고 외면하지 않고 함께 아파해 주는 존재란다.“내 몸 아프게 하고, 내 맘 아프게 해도, 어쩔 수 없는 거래요. 봐주는 거래요. 용서해주는 거래요. 그래야 안 아프대요. 그래야 도망치지 않는 거래요.”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세계, 우리와 꼭 닮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사차원 세계가 존재 한다고 상상한 적이 있다. 어릴적 본 만화영화의 한장면처럼 커다란 거울속을 걸어서 통과하면 또다른 세계의 나를 만날 수 있지 안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사차원 세계와 외계인에 관해 믿고 있으며 지금도 연구 중에 있다. 심지어 세계각지에서 UFO를 보았다고 증언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섬득하고 소름돋는 공포채험이나 기대했던 하늘을 날며 무술을 겨루는 장면은 하나도 없었음에도 바리신화에대한 이해와 더불어 귀신이란 믿는이들에게 그리고 어디든지 깃들수 있다는 우리의 민간 신앙에 부정적인 시각을 거두게 되었다. 작가의 이야기대로 세상이 변하고, 사람이 변해도 귀신이 꼭 죽어야만 하는 건 아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