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공항 - 내 안에 숨죽인 보헤미안 랩소디를 깨운다
신현정 글.그림.사진 / 창작마루결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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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서 있는 자리가 문득 낯설고 주위의 사물들이 이질적으로 느껴질때, 나의 존재 이유를 생각해 본다. 과연 우리는 자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내 마음 속 심연으로부터 우러나오는 소리에 귀기울여 본적이 있는지, 지쳐버린 내 몸과 영혼이 휴식을 원할 때 아무런 생각도 이유도 없이 나를 내려 놓고 훌쩍 떠나 본 적이 언제였을까?

 
스물일곱의 평범한 직장 여성인 작가는 어느날 문득 겁도 없이, 나와 세계의 크기를 가늠해 보고자 일상을 등지고 자신을 찾아 나선다.  나와 너 그리고 세상 사이에서 그녀의 위치는 어디쯤이며 그 절대적 가치는 과연 얼마 만큼일지....
 
세상의 전부를 그녀 안에 가두고 아무도 보고 싶지 않고, 알고 싶지 않고, 그래서 알고 싶지 않은 것들을 알게 돼도 모른척하고 어둡고 슬픈 그녀와 마주한다. 세상에 적당히 맞추고 살수 없기에 깊은 심해 바다 속 고래 앞에서 눈물을 뚝둑 떨군다.
 
그러던 중 문득 돌아본 자신이 서 있는 자리가 공항임을 깨닫는다. 세계가 자기이고 자기가 세계일 수 있음을 깨닫고 세계와 나를 구분짓던 그 경계는 모호해진다. 지금 그녀는 어느 곳으로든 자유로이 이동할 수 있으며 국경을 초월하여 하늘길은 무한한 자유와 열망을 향해 열려 있음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곤 마침내 훌훌 털어 버리고 눈물을 흠치고 흘린 물방울의 흔적을 빨아 고운 햇살아래 널었다.

비로소 그녀 안으로의 여행에서 돌아왔다. 출발했으나 출발하지 않은 곳, 나에게 벗어났으나 벗어나지 못한 자가 도착한 곳, 공항. 그녀가 공항에 서있다.
 
                                               겨울이 오면 봄이 오고,
                                             눈이 내리면 봄비가 내린다.
                                         눈발이 지난 자리에 새싹이 피어오르고,
                                          공항에 이르러 오랜 나를 떠난다.  
                                   
너와 너, 우리 그리고 세상에게 인사한다.
                                                “안녕, 공항.” 이라고.


마음의 문을 빼꼼히 열고 바라본 주변의 사물과 자연, 햇살 한 조각도 자신만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그림을 그리듯 글을 쓰고 이야기를 하듯 그림을 드렸다. 그녀의 그림속 코끼리는 말을 한다. 그녀는 이제 코기리를 풀어 풀밭에 놓아주고 샛노랗게 익어가는 벼와 꼭 닮은 노란 털빛의 치타와 심장이 터지도록 달리기 시합을 할 것이다. 
세상 밖으로 나온 그녀는 그녀 안의 자신를 향해 괜잖다고 다독이며 조용히 속삭인다. 지금을 온전히 느껴보라고...  나도 더불어 내안의 나를 토닥이며 세상과 마주할 용기를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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