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정 너머 한 시간
헤르만 헤세 지음, 신동화 옮김 / 엘리 / 2025년 12월
평점 :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헤르만 헤세를 세계 문학사에 등장시킨 초기 산문집 《자정 너머 한 시간》이 완전한 형태로 국내에 복간되었다. 이 책은 1899년 헤세가 문단에 처음 목소리를 내던 시기의 글들을 모은 작품집으로, 그의 문학적 정체성과 초기 사유를 가장 순수한 형태로 보여주는 텍스트다. 최근 독일에서 복간된 초판본을 충실히 옮겨와, 당시 실렸던 헤세의 서문과 아홉 편의 산문을 모두 수록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책의 제목이 암시하듯, 작품들은 인간의 내면이 가장 섬세하게 깨어나는 ‘자정 이후의 시간’을 배경으로 한다. 밤과 꿈, 고독과 침묵, 아름다움과 낭만 같은 정서들이 중심을 이루며, 젊은 예술가가 세계를 바라보는 감수성과 흔들림을 투명한 언어로 담아낸다. 이 글들은 훗날 《데미안》으로 이어지는 주제적 씨앗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으며, 헤세 문학의 원형을 엿볼 수 있는 창 역할을 한다. 아홉 편의 산문은 각각 짧지만 강렬한 인상과 서정성을 전달한다. 예술적 세계를 향한 욕망, 불안과 해방감이 교차하는 젊은 내면의 울림, 자연과 인간의 관계를 포착하는 섬세한 관찰 등이 주요한 색채를 이룬다. 서정시와 산문의 경계를 넘나드는 문체는 헤세 특유의 명징함과 고요한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며, 독자에게 꿈결 같은 여운을 남긴다. 릴케, 토마스 만, 지드, 롤랑, 융 등 여러 문인과 지성들이 이 책과 헤세의 초기 문학에 깊은 찬사를 보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들은 헤세의 문장이 언어의 절제와 감정의 깊이를 동시에 지니고 있으며, 내면의 고독을 고결한 예술로 승화시키는 힘을 지녔다고 평가한다.
《자정 너머 한 시간》은 헤세의 문학 세계에 첫발을 내딛는 독자에게 길잡이가 되는 책이자, 그의 작품을 오래 사랑해온 이들에게는 초기 시기의 순수한 빛을 다시 확인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그의 작품에서 일관되게 흐르는 자기 탐색, 고독의 고요함, 내면의 진실에 대한 집중이 이 책에서 이미 완성의 초입에 도달해 있다. 헤세의 문학적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는지를 가장 생생하게 보여주는 한 권이다.
#리앤프리#리앤프리서평단리뷰
#자정너머한시간#헤르만헤세#엘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