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 - 해양강국을 위한 바다의 인문학
김석균 지음 / 예미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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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김석균의 《바다는 작은 물을 가리지 않는다》는 바다를 통해 인류의 역사와 국가 전략, 그리고 한국 미래의 방향을 통찰하는 책이다. 저자는 해양경찰에서의 실무 경험과 학문적 연구를 바탕으로, 바다가 인간 문명과 국가의 흥망을 어떻게 결정해왔는지 인문학적 시선으로 풀어낸다. 책은 해양정책 보고서도, 단순한 해양사가도 아닌, 역사·정치·경제·전략을 아우르는 ‘해양 인문학’의 시도라 할 만하다.

책의 출발점은 “바다를 지배한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명제다. 로마제국에서 대항해시대 유럽 강국들, 그리고 현대 미국에 이르기까지 세계 질서를 주도한 국가는 모두 바다를 장악한 나라였다. 바다는 무역로이자 식민 확장의 통로였고, 기술과 산업, 군사력이 축적된 공간이었다. 저자는 이 역사적 지형을 통해 해양력이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국가 생존의 조건임을 환기한다. 특히 한국의 경우 바다는 성장의 기반이자 세계와 연결되는 창이었다. 원양어업과 조선, 해운은 산업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 축이었고, 수출로 경제를 확장할 수 있었던 것도 해상 네트워크 덕분이었다. 저자는 한국의 번영이 바다 위에서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미래 역시 해양 전략의 효율성과 상상력에 달려 있다고 말한다.

오늘 동아시아 해역은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분쟁 지역이다. 남중국해·동중국해·한반도 주변 바다는 중국의 해양 진출, 일본의 해상력 강화, 미국의 개입이 얽히며 긴장이 끊이지 않는다. 저자는 이러한 갈등이 단순한 영토 문제가 아니라 역사·전략·경제가 중첩된 구조적 문제임을 짚어내며, 이 지역이 세계적 갈등의 핵심이 될 가능성도 경고한다.

책의 중요한 공헌은 바다를 미래 산업의 중심으로 재해석한다는 점이다. 해저자원, 해양바이오, 해양에너지, 자율운항선박 등 이른바 ‘청색경제’는 한국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할 블루오션이다. 바다는 더 이상 과거의 전장이 아니라, 미래의 산업 지형을 결정하는 거대한 가능성의 공간이다.

저자의 문체는 전문적이지만 읽기 어렵지 않다. 역사와 전략, 산업 전망을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독자가 자연스럽게 흐름을 따라가도록 구성했다. 제목의 ‘해불양수’처럼 바다는 모든 것을 품는 공간이며, 이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곧 해양 인문학의 출발점이라 말한다. 책은 한국이 어떤 길을 걸어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바다라는 거울을 통해 사유하게 만든다. 바다를 이해하면 세계가 보이고, 바다를 이해하면 미래가 보인다는 사실을 단단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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