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 여행자의 스케치북
이병수 지음 / 성안당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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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 : 광저우에서 만난 순간들:여행자의 스케치북

-글쓴이 : 이병수

-업체명 : 성안당

-후기내용 :



여행기이자 도시 인문 에세이로서, 도시를 낯선 관광지나 스펙터클한 풍경이 아닌, 삶의 온기와 결이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바라본 도서는 건축을 전공한 저자가 건설 프로젝트로 중국 광저우에 머무르는 동안, 바쁜 업무 틈틈이 스케치북을 들고 도시의 골목과 광장을 천천히 거닐며, 그렇게 모인 수채화 같은 하루하루의 기록을 따뜻한 글과 그림으로 풀어낸 결과물이다. 저자는 단순히 관광 명소만을 좇지 않는다. 도시의 상징물인 타워나 대극장, 고풍스러운 박물관들도 물론 소개되지만, 진짜 매력은 그보다 한 발 안쪽, 사람들이 일상을 살아내는 뒷골목과 시장, 작은 공원에 담겨 있다. 그는 유명하진 않지만 누군가에게는 삶의 중심이 되는 공간들, 낡았지만 시간이 켜켜이 쌓인 골목길들을 마치 오래된 친구를 소개하듯 조심스레 꺼내 보인다.



건축 엔지니어의 눈으로 도시를 보는 시선은 특별하다. 공간의 구조와 배치, 동선과 용도 같은 요소들이 그에게는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이야기를 품은 존재로 다가온다. 그런 시선 덕분에 광저우의 건축물과 도시 공간들은 단순히 ‘크다’, ‘예쁘다’ 같은 감탄사를 넘어, 시대의 변화와 사람들의 삶의 방식을 엿볼 수 있는 창으로 기능한다. 예컨대 오래된 벽돌공장이 창작 공간으로 탈바꿈한 이야기나, 철길을 따라 펼쳐진 풍경은 도시의 과거와 현재가 나란히 걷는 장면처럼 느껴진다. 그림은 말보다 더 많은 감정을 전한다. 페이지마다 담긴 수채화는 때로는 낯설고 때로는 익숙한 감정을 자아낸다. 광저우의 햇살, 습한 공기, 사람들이 나누는 인사, 길모퉁이의 냄새까지도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하다. 저자의 그림은 기술적인 완성도보다는 순간의 감각을 포착하는 데 집중하며, 그 안에서 도시의 ‘정서’가 드러난다. 독자들은 책장을 넘기며 어느새 저자의 시선을 따라 그 도시를 함께 걷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도서는 단지 여행지 정보를 전하려는 실용서가 아닌 정보와 감정이 고르게 어우러진, 한 도시를 향한 성찰에 가깝다. 광저우라는 도시를 전시물처럼 보여주는 대신, 일상을 살아가는 공간으로 소개하며, 우리가 사는 곳 역시 누군가에겐 낯선 여행지가 될 수 있음을 환기시킨다. 그 안에는 도시의 역사, 사람들의 표정, 시간의 결이 모두 스며들어 있다.

읽는 내내 느린 걸음이 권장된다. 급하게 훑을 것이 아니라, 한 장면씩 머물며 함께 숨 쉬는 느낌으로 읽어야 비로소 도서가 품고 있는 따뜻한 숨결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 광저우라는 도시는 결국, 그곳을 걷고 바라보고 사랑한 이의 시선 속에서 비로소 제 빛을 드러낸다. 그러니 이 책을 읽는 일은, 저자의 시선을 빌려 광저우를, 그리고 어쩌면 우리 자신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는 일일지도 모른다.



도서는 낯선 도시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에게도, 일상을 다르게 바라보고 싶은 이에게도, 무엇보다 ‘기록한다는 것’의 의미를 되새기고 싶은 독자에게도 잔잔한 울림을 줄 수 있다. 무겁지 않지만 가볍지도 않게, 도시와 사람, 공간과 시간 사이의 온도를 담아낸 이 여정은 읽는 이의 마음속에도 오래도록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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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즈 베트남 - 최고의 베트남 여행을 위한 한국인 맞춤형 가이드북, , '25~'26 최신판 프렌즈 Friends 14
안진헌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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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 : 프렌즈 베트남

-글쓴이 : 안진현

-업체명 : 중앙북스

-후기내용 :



단순한 여행 안내서를 넘어, 베트남을 처음 찾는 이들에게는 든든한 조력자이자, 여러 차례 다녀온 여행자에게는 새로움을 전해주는 길잡이 역할을 하고 있는 이번 최신 개정판은 특히 최근 부상한 여행지들과 현지의 생생한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어, 책장을 넘기는 것만으로도 현지의 바람과 향기가 느껴지는 듯하다.



도서는 전체적으로 여행자의 시선에 맞춘 세심한 구성으로 눈길을 끈다. 베트남을 남부, 중부, 북부로 나누어 각각의 지역적 특색을 살리고, 총 26개 도시를 꼼꼼히 소개하고 있다. 단순한 정보 나열이 아니라, 각 도시의 분위기와 문화적 맥락까지 함께 전달하고 있다는 점에서 차별성이 돋보인다. 베트남이 남북으로 길게 뻗은 나라임을 감안할 때, 지역마다의 기후와 음식, 문화적 분위기까지 고려한 안내는 여행자에게 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이번 개정판의 강점은 현장감을 살린 정보의 밀도에 있다. 저자는 직접 현지를 누비며 정보를 수집했고, 특히 푸꾸옥처럼 최근 주목받는 여행지에 대한 새로운 정보를 대폭 보강했다. SNS나 뉴스에서만 접하던 ‘뜨는 장소’들이 실제로 어떤 모습인지, 어떻게 접근하고 무엇을 즐기면 좋을지를 알차게 담아냈다. 변화가 빠른 현지 사정을 반영해 운영 시간이나 입장료까지 업데이트한 점은 특히 신뢰감을 준다. 도서의 구성 역시 목적형 여행에 최적화되어 있다. ‘4박 5일’부터 ‘18박 19일 종단 여행’까지 일정에 맞춘 여행 코스를 제시하고 있어, 초보 여행자는 물론 장기 여행을 준비하는 이들에게도 유용하다. 또한 미식 여행을 꿈꾸는 이들을 위해 지역별 대표 음식과 그 배경까지 정리해 놓았고, 베트남어와 영어, 한국어를 병기해 언어 장벽도 낮췄다. 식당에서 메뉴를 고르거나 택시를 탈 때에도 유용한 실용 정보가 가득하다.



가이드북의 핵심 중 하나인 지도도 두드러진 강점이다. 베트남 주요 도시의 구역별 상세 지도를 풍부하게 수록했으며, 명소, 숙소, 교통편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다. 낯선 거리를 걷는 데서 오는 막연한 불안을 줄이고, 스스로 길을 찾아가는 즐거움을 더해주는 중요한 요소다.

더불어 책 속 ‘Travel Plus’ 코너는 단순한 관광을 넘어, 베트남의 역사나 사회적 맥락을 엿볼 수 있는 페이지로 기능한다. 여행지에서 단순한 ‘보기’ 이상의 경험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현지의 맥락을 이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DMZ 방문법, 냐짱 보트 투어, 현지 맥주 문화 등은 책을 읽는 것만으로도 현지의 분위기를 간접 체험하게 한다.



베트남이라는 나라는 기후나 교통, 문화 차이 등에서 여행자에게 다소의 불편을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도서는 그런 잠재적 불편을 미리 인지하고 해소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치 미리 다녀온 친구가 귀띔해 주듯, 사소하지만 유용한 팁들이 여행의 질을 높인다. 한국인이 자주 찾는 지역과 명소 위주로 구성되어 있어, 현실적인 정보와 감성적인 만족을 동시에 채워주는 점도 인상 깊다. 어떻게 느끼고, 어떻게 경험하면 좋을지를 함께 안내해주는 여행의 동반자로, 최신 트렌드를 놓치지 않으면서도, 초심자를 위한 친절함을 잃지 않는 도서는 베트남을 계획 중인 누구에게나 유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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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 비즈니스를 위한 논리적 글쓰기 도감
아카바 유지 지음, 이지현 옮김 / 유엑스리뷰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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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제목 : 맥킨지의 로지컬 라이팅

-글쓴이 : 아카바 유지

-업체명 : 유엑스리뷰

-후기내용 :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를 두려워한다. 머릿속에 할 말은 가득한데 막상 글을 쓰려 하면 도무지 손이 움직이지 않는다. 간단한 이메일조차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쓰기 일쑤다. 흔히들 ‘문장력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지만, 도서는 근본 원인을 다르게 짚는다. 글이 어색한 이유는 문장의 기술이 아니라, 정돈되지 않은 사고에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바로 이 출발점에서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글을 잘 쓰기 이전에 ‘생각을 바로잡는 법’부터 알려주는 글쓰기 전략서다.


저자는 세계적 컨설팅 기업 맥킨지 출신으로, 글쓰기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했던 인물이다. 그는 컨설턴트로서 수많은 기획서와 보고서를 작성했지만, 처음부터 글을 잘 썼던 건 아니다. 오히려 입사 초기엔 넘치는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정리하지 못해 매번 글쓰기 앞에서 멈춰 섰다고 고백한다. 그가 이 책에서 강조하는 건, 맥킨지식 보고서 작성법을 통해 배운 ‘생각의 정리’가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점이다. 일상에서 자주 접하는 실무 글쓰기, 예컨대 기획서나 이메일, 보고서 작성에서 어떻게 논리를 세우고 내용을 정돈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 과정에서 ‘결론-이유-사실’ 구조나 ‘개요-상세-개요’ 구성, 개조식 문장 구성법 등 실전에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프레임을 제시한다. 흥미로운 점은 글쓰기의 틀을 단순한 형식으로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도식과 시각화로 보여주며 독자가 머릿속에서 사고의 흐름을 그릴 수 있게 만든다는 것이다.



저자는 글을 쓸 때 우선 '무엇을 왜 전달하려는가'를 명확히 해야 한다고 말한다. 생각의 출발점이 흔들리면 문장은 자연스럽게 중언부언하게 되고, 결국 독자는 핵심을 놓치게 된다. 이 책은 단순히 문장 표현을 가르치지 않는다. 오히려 독자가 본인의 사고 패턴을 돌아보고, 메시지를 명확하게 만드는 사고 훈련을 하게끔 이끈다. 이를 위해 현실적인 예시와 만화 형식의 짧은 컷들을 활용해, 실제 글쓰기 상황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직관적으로 보여준다. 또한, ‘좋은 문장’을 쓰기 위한 원칙들—주어와 서술어의 일치, 불필요한 수식어 제거, 문장의 흐름을 고려한 배치 등—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그것이 단지 문장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정리 방식임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특히 글을 쓰면서 동시에 사고도 정돈된다는 저자의 관점은, 글쓰기를 어렵게 느끼는 독자들에게 깊은 공감을 준다. 문장을 고치는 것이 곧 생각을 다듬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전반에 걸쳐 강조되는 것은 ‘명확하게 쓰는 것’이 곧 ‘명확하게 생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메시지다. 글은 결국 생각의 반영이며, 정돈된 사고 없이 잘 쓴 글은 나올 수 없다는 사실을 독자가 체득하게 만든다. 논술을 준비하는 학생, 업무용 문서를 자주 작성하는 실무자, 혹은 ‘감성적 글쓰기’에 익숙하지만 이제는 논리적으로 말하고 싶은 이들에게 이 책은 탁월한 안내서가 되어줄 것이다.



도서는 글쓰기의 겉모습이 아닌 본질에 집중한다. 무엇을 말할지, 어떻게 배열할지, 어떤 흐름으로 독자를 설득할지를 구조적으로 훈련시키는, 사고를 설계하는 실용 도구라 할 수 있다. 글을 잘 쓰고 싶다기보다는 제대로 쓰고 싶다고 느낀다면, 분명 그 갈증을 채워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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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도 설계하는 시대가 온다 - AI와 바이오 혁명이 바꾸는 노화의 미래
박상철.권순용.강시철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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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감성 'e북카페'를 통해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오래 사는 법을 말하는 것이 아닌 ‘늙음’이라는 단어에 담긴 퇴보의 이미지를 과감히 뒤집고, 그것을 조절 가능하고 주체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과정’으로 재정의하고 있는 도서의 저자들은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쌓아온 오랜 경험과 인사이트를 바탕으로, 기술의 진보와 윤리적 성찰 사이를 정교하게 가로지른다. 도서는 처음부터 강력한 메시지를 던진다. 노화는 더 이상 자연에 맡기는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기술의 눈부신 발전은 이제 생물학적 시계를 되돌릴 가능성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AI는 노화를 예측하고 관리하는 수준까지 발전하고 있고, 줄기세포나 유전체 분석은 개개인의 특성에 맞춘 맞춤 치료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디지털 트윈, 나노 로봇, 생체 임플란트 같은 기술들은 과거에는 상상조차 어려웠던 방식으로 노화에 대응하고 있다.






단순한 기술 설명에 그치지 않고, 기술이 인간 삶의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면밀히 살펴보면서, 동시에 그 기술이 품고 있는 윤리적 질문도 놓치지 않는다. 예컨대 생명 연장 기술이 사회적 불평등을 심화시킬 가능성, 정보 접근성의 격차, 생명 데이터의 소유권 문제 등은 기술 낙관론을 경계하게 만든다. 전반부에서는 AI와 바이오 기술이 의료 혁신을 어떻게 이끄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소개한다. 신약 개발이 몇 년에서 몇 개월로 단축되고, 유전자 분석을 통해 노화 속도를 예측하거나 조절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다. 기술이 개인의 수명은 물론 삶의 질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차분히 설명하고 있다. 중반부로 넘어가면서 독자는 재생의학, 뇌과학, 나노 기술 등 점점 더 세밀하고 고도화된 영역으로 들어가게 된다. 줄기세포 치료나 3D 프린팅 장기 이식, 뇌파를 읽어 기기를 조종하는 기술은 이제 단순한 실험이 아닌 상용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으며, 이는 노년의 신체적 제약을 넘어서기 위한 구체적 도전으로 읽힌다. ‘엑소스켈레톤’이나 ‘디지털 공생’ 같은 개념에서 찾아볼 수 있듯이, 기술은 단순히 건강을 보조하는 역할을 넘어서, 고령층이 다시 사회적 주체로서 역할을 수행하도록 돕는다. 이는 고령화가 사회적 부담이라는 관념을 해체하고, 오히려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바꿔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도서의 말미에서는 한국 사회가 보여주는 독특한 고령화 양상에 주목한다. 기술에 익숙한 세대와 빠르게 진화하는 플랫폼 환경이 만나는 이른바 ‘K-시니어’ 현상은 고령층이 단지 복지의 대상이 아니라 산업 실험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은 웨어러블, 가상현실, 생체기술 등을 통해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가고 있으며, 이는 고령사회에서 기술 활용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나 경계심에서 벗어나, 독자가 보다 깊이 있는 판단을 할 수 있도록 도우며, 중요한 것은 기술의 발전 그 자체가 아니라, 그것이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적용되고, 어떤 기준으로 운용되는가에 있음을 주지하고, 과학과 기술이 이끄는 시대에, 인간은 어떤 삶을 선택해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서는 단순한 미래 전망서가 아니라, 노화라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이고 성찰적인 안내서로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얼마나 오래 사느냐가 아니라, 그 시간을 어떻게 의미 있게 채울 수 있을까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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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를 향해 쏴라
최인 지음 / 글여울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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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리뷰는 '리앤프리' 카페를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한 인간의 인생사를 시대라는 큰 톱니바퀴 속에 던져 넣고, 그것이 어떻게 그의 존재를 갈기갈기 찢고 이끌어가는지를 집요하게 따라가는 도서의 작품 속 주인공 ‘태오’는 특별한 능력도 야망도 없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이다. 그럼에도 그는 비범한 시대의 풍랑에 휘말려 자신도 모르게 방향을 잃고, 점점 자신이 바라던 삶과 멀어져 간다. 이야기는 단순히 개인의 성장서사가 아니다. 그것은 오히려 ‘성장’이라는 단어를 조롱이라도 하듯, 거꾸로 흘러간다. 일반적인 서사가 현재에서 미래로 나아간다면, 이 작품은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며 결국 인간의 시작, 즉 뱃속이라는 종착점으로 되돌아간다. 이러한 서사 구조는 단순한 형식적 실험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부조리함과 무력함을 극적으로 부각시키는 장치다.



태오의 삶은 다양한 역사적 사건과 맞물리며 전개된다. 해방, 전쟁, 군사정권의 폭력, 민주화 투쟁, 경제위기, 팬데믹까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뿐 아니라 세계적 격변의 한복판에서 그의 삶은 그야말로 끊임없는 전환점과 단절을 경험한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은 그의 삶을 깨우치게 하지도, 특별한 결단으로 이끌지도 않는다. 오히려 그를 더욱 모순되고 갈등적인 인간으로 만들 뿐이다. 처음에는 세상이 낯설고 무섭기만 했던 태오가 점차 그 안에 스며들며, 결국 자신도 세상을 닮아간다는 점은 섬뜩하다. 그는 무언가에 맞서 싸우는 대신, 체념하고 순응하고, 때로는 동화되어 간다. 부조리에 물든 사회 속에서 결국 부조리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은 불편하고도 안타깝다. 이 소설은 독자로 하여금 질문을 던지게 한다. 부조리를 피해 도망칠 수는 없는 것인가, 아니면 모두가 결국 그 안에 흡수되어 파괴되어야만 하는가?




작품이 끝을 향해 갈수록, 태오는 자신이 찾아 헤매던 ‘파랑새’가 부조리의 또 다른 얼굴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토록 갈망하던 구원은 결국 허상이었다. 작가는 그 순간을 단지 절망으로 그리지 않는다. 오히려 절망 너머에 있는 자기 인식의 순간으로 다가간다. 총구를 들이댄 대상은 외부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며, 그 총성은 세계를 향한 반항이자, 동시에 자신을 향한 참회다. 이 소설은 장르로 보자면 일종의 역사소설이자 성장소설이며, 철학소설이다. 그러나 그 어느 하나로도 규정하기 어렵다. 밀도 높은 문장, 적절하게 배치된 대사, 그리고 생생한 사건 묘사는 독자에게 숨 쉴 틈을 주지 않는다. 특히 문체는 감정의 과잉 없이 간결하고 단단하다. 하지만 그 단단함 속에서 작가의 절절한 진심이 배어 나와, 문장 하나하나가 읽는 이를 오래 붙잡는다.



도서를 읽고 나면, ‘부조리’라는 단어가 더 이상 추상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그것은 뉴스 속 사건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상이고, 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현실이며, 때론 우리 자신일 수 있다. 그리고 그 부조리 앞에서 총을 들 용기를 낸 태오의 선택은 독자에게 또 다른 질문을 던진며, 고통스러운 시대를 살아낸 한 인간의 기록이며, 동시에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으로, 절망의 바닥에서 피어오르는 마지막 인간적인 눈빛과 눈물이 얼마나 소중한지 일깨워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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