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혁명 - 바스티유의 포성에서 나폴레옹까지 북캠퍼스 지식 포디움 시리즈 5
한스울리히 타머 지음, 나종석 옮김 / 북캠퍼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단순히 프랑스의 역사적 사건을 개괄하는 책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와 평등을 향해 어떻게 몸부림쳐 왔는지를 보여주는 압축적이면서도 치밀한 역사서이다. 한스울리히 타머는 역사학의 전통적 엄밀함을 기반으로, 혁명을 정치적 격변의 서사에만 가두지 않고 사회적 변화와 문화적 흐름까지 입체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혁명이 단순히 왕정이 무너지고 새로운 권력이 등장하는 정치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인간의 삶 전체를 바꾸어놓은 근대 민주주의의 기원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1789년 7월 14일 바스티유 함락이라는 상징적 사건에서 출발해 1799년 나폴레옹의 쿠데타로 혁명이 종결되는 과정을 따라가며, 10년이라는 격변의 시기를 생생히 복원하고 있다. 왕정의 몰락, 제헌의회의 개혁, 입헌군주제 실험, 루이 16세의 재판과 처형, 산악파 집권과 공포정치, 그리고 테르미도르 반동과 총재정부의 혼란까지, 주요 국면들이 긴장감 있게 서술되고 있다. 하지만 이 책의 진가는 단순한 사건 나열에 있지 않다. 저자는 혁명을 통해 새롭게 만들어진 정치적 질서, 민중의 집단적 경험, 의례와 상징을 통한 사회적 의미 부여, 언론과 출판을 매개로 한 여론 형성 등, 혁명이 인간의 생활세계 전반을 어떻게 재편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프랑스혁명을 단일한 원인이나 결과로 환원하지 않는다. 흔히 부르주아지의 성장과 봉건제의 몰락이라는 도식적 설명으로 이해되던 혁명을, 그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현상으로 풀어내고 있다. 농민 봉기와 도시 민중의 움직임, 계급 간 갈등과 정치 세력의 경쟁이 서로 교차하면서 혁명의 흐름을 이끌었음을 강조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폭력과 테러 역시 단순한 우발적 사건이 아니라 정치적 권력 투쟁의 결과였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이 책은 혁명을 도덕적 평가로만 접근하지 않고, 그 속에서 벌어진 인간 군상의 선택과 갈등을 냉정하게 해석하고 있다.

저자는 혁명기 동안 치러진 축제와 의례, 거리 풍경, 의복의 변화, 언론의 확산 등을 세밀하게 추적하며, 혁명이 추상적인 이념이 아니라 일상적 삶 속에서 어떻게 체화되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정치적 담론은 민중의 몸짓과 감정, 공동체의 의식 속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었으며, 이러한 문화적 맥락이야말로 혁명의 지속성과 폭발력을 뒷받침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혁명을 단순히 ‘정치사’의 영역에 가두지 않고, ‘살아 있는 역사’로 보여주려는 저자의 의도를 잘 드러내는 대목이다.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직접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모든 시대는 저마다의 바스티유를 가지고 있고 저마다의 포성을 필요로 한다”는 옮긴이의 말은, 혁명이 단순히 과거의 사건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과제임을 일깨운다. 자유와 평등, 인간 존엄이라는 가치는 결코 완성된 것이 아니며, 각 시대마다 새로운 형태로 다시 요구되고 있다는 점에서 프랑스혁명은 여전히 현재적 의미를 지니고 있다.


8장으로 나뉜 서술은 위기의 전조에서부터 시작해 혁명의 서막, 공화국의 탄생, 테러와 반동, 나폴레옹의 쿠데타까지 시간적 흐름을 따라가되, 각 장마다 정치·사회·문화적 층위가 교차한다. 이를 통해 독자는 혁명의 전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다양한 시각에서 사건을 재구성할 수 있다. 또한 옮긴이는 국내 학계의 용어 관행을 존중하면서도 일반 독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문장을 다듬어, 학술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프랑스혁명을 통해 근대 사회의 형성과정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를 제공하고 있다. 국가와 시민의 관계, 권력과 폭력의 문제, 대중과 지도자의 긴장, 이상과 현실의 간극 등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들을 던지고 있다.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혁명이 남긴 교훈을 단순히 역사적 사실로만 읽지 않고, 현재를 성찰하는 거울로 삼을 수 있다. 책은 두 가지 길을 동시에 걷고 있다. 하나는 학문적 엄밀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서사의 힘으로 독자를 몰입시키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과거의 혁명을 되살리면서 오늘의 문제를 성찰하도록 이끄는 길이다. 혁명은 끝난 사건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와 존엄을 위해 끊임없이 부딪히고 넘어서는 과정임을 보여주고 있다.


역사학도에게는 기본서로, 일반 독자에게는 근대 민주주의의 뿌리를 이해할 수 있는 친절한 안내서로 기능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 책은 혁명을 단순히 ‘프랑스의 역사’로 축소하지 않고, 인류 전체가 공유해야 할 보편적 가치의 실험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기에 오늘날의 독자에게도 여전히 울림을 주고 있으며, 우리 각자가 맞이해야 할 ‘바스티유’와 ‘포성’을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있다. 과거를 해석하는 동시에 현재를 성찰하게 하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넘어, 자유와 평등이라는 가치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확장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이 책은, 혁명을 이해하는 일이 곧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를 가늠하는 일이 될 수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리뷰어스

#리뷰어스서평단리뷰

#바스티유 #나폴레옹 #앙시앵레짐 #프랑스혁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AI MBA
강시철.곽영길 지음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AI MBA』는 인공지능을 단순한 기술 도구가 아니라 경영의 근본을 새롭게 재편하는 동력으로 바라보게 한다. 책은 효율이나 자동화에 머물렀던 디지털 전환의 범위를 넘어, 조직의 핵심 역량 자체를 다시 짜도록 요구하는 시대가 열렸음을 강조한다. 챗봇이 보고서를 만들고, 학습 알고리즘이 고객을 분류하며, 시스템이 투자 결정을 대신하는 현상이 이미 현실이 되었음을 설명하면서, 이제 경영자는 기술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 이를 조직 전체의 언어와 논리 속에 녹여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의 중심에는 리더의 역할이 놓여 있다. 변화 자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리더가 변화를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기술을 얼마나 빨리 도입했는지가 아니라, 기술과 조직, 윤리를 동시에 설계할 수 있는 통찰이 리더에게 필요함을 역설한다. 저자는 바로 이 지점에서 ‘AI를 이해하는 경영자’가 기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단언한다. 단순히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기술적 지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 결정 구조, 리더십 방식, 조직 문화를 새롭게 설계하는 능력이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책은 이론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실천적 도구를 제공한다. AI 기반 전략 수립, 고객 관리, 마케팅 자동화, 재무 시뮬레이션 등 구체적인 사례와 프레임워크가 각 장마다 제시되어 있다. 독자는 이를 통해 ‘AI가 중요하다’는 추상적 구호가 아니라 실제 경영 현장에서 적용 가능한 방법을 배우게 된다. 예컨대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 고객 세분화 전략, 재무 안정성을 위한 위험 관리, 조직 설계와 윤리적 통제까지, 폭넓은 주제가 체계적으로 다뤄진다.



책의 전반부는 데이터 기반 경영과 전략 기획을 다룬다. 데이터가 단순한 자료가 아니라 기업의 자원을 재발견하게 하는 자산으로 자리 잡았음을 설명하면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의사 결정 구조를 세우는 과정을 제시한다. 이어지는 장에서는 신경망과 딥러닝 같은 복잡한 기술을 경영 분석에 적용하는 방식을 소개하며, 기술 이해가 단순한 학습을 넘어 경영적 사고로 확장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중반부는 조직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중심이다. 경계 없는 구조, 자율적 의식, 디지털 윤리의 필요성을 설명하면서, 인간과 기술이 공존하는 조직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한다. 조직을 물리학적 비유로 풀어내는 방식은 다소 독창적이지만, 궁극적으로는 AI 시대에도 인간적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후 마케팅, CRM, 혁신 관리, 재무 관리 등 실무 영역이 차례로 다뤄진다. AI 기반 마케팅 전략은 소비자 행동을 새롭게 정의하며, 개인화된 경험과 알고리즘의 힘을 활용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CRM에서는 고객 관계 관리가 어떻게 알고리즘과 공진화할 수 있는지를 다루며, 디지털 환경에서 기업과 고객이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되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혁신 관리 장에서는 생성형 AI와 기업 문서 활용, AI 에이전트의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기술이 단순히 효율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창조적 과정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준다. 재무 관리 파트에서는 자금 운용, 위험 관리, 보고 체계의 변화가 소개된다. 특히 재무 안정성과 전략적 가치 창출이 AI 도입을 통해 어떻게 달성될 수 있는지 설명하면서, 기술의 도입이 곧바로 기업 경쟁력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강조한다.

마지막 부분은 윤리와 지속 가능성을 강조한다. AI의 힘이 커질수록 책임 있는 리더십과 윤리적 통제의 필요성이 커진다는 점을 짚는다. ESG와 연결된 AI 경영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주장이 담겨 있으며, 경쟁력의 재정의가 필요하다는 메시지로 이어진다.



책은 ‘이론적 깊이와 실무적 적용’을 동시에 다룬 점이다. 단순히 기술을 나열하거나 경영 이론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도구와 전략을 제시한다. 또한 경영자를 위한 안내서라는 점에서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접근이 돋보인다. 조직을 이끄는 사람이 읽었을 때 당장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으며, 동시에 장기적인 변화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각을 확장하게 된다. 『AI MBA』는 단순히 미래를 예측하는 책이 아니다. 이미 진행 중인 변화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묻고, 그 선택의 무게를 리더에게 다시 돌려놓는다. 경영자가 AI를 단순한 유행으로 소비한다면 조직은 곧 뒤처질 것이고, 이를 전략적 언어로 변환한다면 기업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다. 책은 리더에게 두려움 대신 준비된 자신감을 제공하며, 변화의 파도를 기회로 삼을 수 있도록 돕는다. 책은 AI 시대를 맞이한 경영자에게 단순한 참고서가 아니라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라 할 수 있다. 당장의 실무와 장기적 전략을 동시에 고민하는 사람에게, 『AI MBA』는 가장 실질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길잡이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서 와, 코인은 처음이지? - 암호화폐가 처음인 당신에게 꼭 필요한 이야기
김재광 지음 / 북카라반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북뉴스 서평 카페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암호화폐라는 주제는 그동안 전문가나 일부 투자자만의 영역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이제는 대중의 일상에 스며들어 뉴스, 광고, 대화 속에서 쉽게 마주하게 되는 현실이 되었다. 『어서 와, 코인은 처음이지?』라는 책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여전히 낯설고 어려운 세계를 가까이 다가올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 책은 처음 접하는 독자도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도록 친근한 언어와 사례를 사용하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구조와 개념을 단계적으로 풀어낸다.



책은 암호화폐가 왜 등장하게 되었는지, 전통 금융과 어떤 차이를 가지는지, 가격 변동이 어떤 원리로 일어나는지를 설명한다. 단순히 기술적 정보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투자자로서 누구나 갖게 되는 궁금증을 차근차근 해소해 나가도록 구성되어 있다. 독자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이라는 대표적 사례를 통해 디지털 자산의 특징과 한계를 이해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미래 금융 시스템의 변화를 함께 그려볼 수 있게 된다.

특히 이 책은 알트코인, 밈코인, 스테이블코인 등 다양한 형태의 자산을 다룬다. 각각의 장점과 위험 요인을 균형 있게 소개하면서도, 맹목적인 추종이 아닌 신중한 판단을 강조한다. 독자가 시장을 단순한 유행이나 투기의 장으로 바라보지 않도록, 근거 있는 설명과 실제 사례를 통해 시각을 넓혀준다. 이러한 점에서 책은 단순한 초보자 안내서가 아니라, 스스로 기준을 세우고 판단할 수 있는 기초 체력을 길러주는 학습서의 성격을 띠고 있다. 중반부는 블록체인의 구조, 스마트 계약, NFT, 디파이와 같은 기술적 주제를 흥미롭게 풀어낸다. 어려운 개념을 게임이나 자동판매기 같은 비유로 이해하게 하면서, 독자가 기술 발전이 가져올 사회적 변화를 자연스럽게 그려보도록 한다.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도구가 아니라, 금융 생태계를 혁신할 수 있는 기반으로 블록체인을 바라보게 만드는 부분이 특히 눈에 띈다.


투자의 실천적 측면에 대해서도 책은 구체적이다. 거래소 이용 방법, 지갑의 종류와 보관 방식, 매수와 매도의 시점 판단, 차트 읽기의 기본 요소 등을 체계적으로 정리한다. 처음 시작하는 독자가 혼란스럽지 않도록 순서에 맞게 설명하고, 실제 활용할 수 있는 팁을 제공한다. 손절과 익절, 분산투자와 포트폴리오 설계 같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상황과 성향을 고려한 선택이 중요하다는 점을 놓치지 않는다. 책은 투자 과정에서 반드시 경계해야 할 위험 요소를 강조한다. 사기성 프로젝트, 허위 정보, 과장된 약속 등 초보자가 쉽게 현혹될 수 있는 함정을 짚어주면서, 이를 구별하고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다. 단순히 조심하라는 경고에 그치지 않고, 구체적 사례와 체크리스트를 제공해 예방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이는 단순한 지식 전달을 넘어, 안전한 투자 습관을 자리 잡게 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마지막 부분은 암호화폐의 미래를 조망한다. 비트코인 ETF의 등장, 기관투자자의 참여, 각국의 중앙은행이 추진하는 디지털 화폐, Web3의 확산 등 다양한 흐름을 정리한다. 아직 확정되지 않은 미래에 대해 단정적으로 말하지 않으면서도, 독자가 장기적 시각에서 방향을 고민할 수 있게 돕는다. 지금 시작해도 될까라는 질문에 대해 성급한 권유 대신 충분한 이해와 준비를 강조하는 점이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책은 지식이 단순히 머릿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관점을 담고 있다. 투자를 공부로만 여기지 않고 습관으로 체화해야 한다는 메시지는 특히 인상 깊다. 차트를 읽는 눈을 기르고, 작은 실천을 반복하며, 나만의 기준을 세우는 과정을 통해 투자자는 점차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이 제시하는 방향은 단기적인 성과보다 장기적인 학습과 자기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서평을 마무리하며, 『어서 와, 코인은 처음이지?』는 단순한 초보자 입문서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암호화폐라는 낯선 세계를 이해하게 하고, 두려움 대신 호기심과 자신감을 심어준다. 투자라는 구체적 행동으로 나아가기 전에 알아야 할 기본기와 원칙을 체계적으로 제시하고, 무엇보다 독자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한다. 코인을 처음 접하는 사람뿐 아니라, 이미 시장에 발을 들였지만 기초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줄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북뉴스서평단리뷰

#북뉴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수학을 못한다는 착각 - 우리 스스로 수학 지능을 구축하는 놀라운 생각의 기술
다비드 베시 지음, 고유경 옮김 / 두시의나무 / 202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수학을 못한다는 착각』은 수학을 어렵게만 느껴온 이들에게 새로운 시선을 제시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은 수학을 잘하는 것은 오직 소수의 천재에게 주어진 특별한 재능이라고 믿고 있다. 그러나 저자는 그런 생각 자체가 착각이며, 누구나 스스로 수학 지능을 구축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수학은 선천적인 유전자의 문제가 아니라, 직관과 상상력, 그리고 반복적인 사고 훈련을 통해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공식 수학’과 ‘비공식 수학’이라는 두 가지 세계를 대비시켜 설명한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수학은 공식과 기호, 증명과 정의로 가득한 공식 수학이다. 이 과정은 논리적 구조를 이해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많은 이들이 수학을 기피하게 만든 주된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 수학자들이 실제로 사고하는 방식은 ‘비공식 수학’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그려 보고, 직관으로 추상적 대상을 감각하며, 반복적으로 상상하는 과정을 통해 이해를 확장해 나간다. 저자는 진짜 수학의 즐거움은 바로 이 비공식 수학에 있다고 단언하고 있다. 책 속에는 데카르트, 그로텐디크, 서스턴, 아인슈타인 같은 위대한 수학자들의 사례가 풍성하게 담겨 있다. 이들은 모두 수학을 단순한 계산이나 규칙이 아니라,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는 사고 방식으로 경험했다. 서스턴은 3차원 공간을 직관할 수 없었음에도 끊임없는 시도와 상상력을 통해 자기만의 인식을 구축했다. 그로텐디크는 무에서 새로운 수학적 언어를 만들어내며 ‘추상’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런 사례는 수학적 통찰이 단번에 번쩍 떠오르는 천재적 영감이 아니라, 인내와 열정, 그리고 상상력을 기초로 한 꾸준한 연습의 결과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수학을 단순히 학문으로서가 아니라, 인간의 인지적 능력과 감각의 확장으로 바라본다는 데 있다. 수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다르게 보는 훈련이다. 논리와 직관 사이에서 끊임없이 균형을 잡고, 스스로 틀릴 수 있음을 인정하면서 직관을 조정해가는 과정이 곧 수학적 사고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곧 수학을 잘한다는 것이 곧 ‘다르게 사고하는 힘’을 기르는 것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의 글은 학문적 설명보다 개인적인 체험과 사유에 가까워 독자에게 한결 친근하게 다가온다. 그는 어릴 적 수학을 접하며 가졌던 의문, 수학자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체득한 경험, 그리고 연구와 교육 속에서 깨달은 것들을 솔직하게 풀어놓고 있다. 덕분에 독자는 수학자만이 가진 특별한 두뇌 회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수학자의 사고 방식을 훈련할 수 있다는 사실에 안도감을 얻게 된다.

또한 이 책은 ‘수학 자기계발서’라는 독특한 성격을 띠고 있다. 수학을 포기한 이들이 다시금 도전할 수 있도록 심리적 장벽을 허물고, 실제로 사고 방식을 전환할 수 있는 훈련법과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시점을 바꾸어 사물을 바라보는 연습이나, 추상적 기호에 구체적인 이미지를 부여하는 방법 같은 것들이다. 이는 수학 학습뿐 아니라 문제 해결 능력 전반에도 적용할 수 있는 사고법이다.



『수학을 못한다는 착각』은 수학을 못한다고 믿는 이들에게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실제적인 가능성을 열어준다. 수학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타고난 재능이 아니라, 세계를 다르게 보는 눈과 꾸준히 반복하는 인내라는 메시지는 학생뿐 아니라 성인 독자에게도 울림을 준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수학이 더 이상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탐험할 만한 새로운 세계임을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수학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깨고, 누구나 수학의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는 용기 있는 선언이다. 논리와 직관, 추상과 상상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수학의 세계는, 사실 인간이 가진 가장 창조적인 능력을 보여주는 장이다. 『수학을 못한다는 착각』은 수학을 싫어하는 사람, 수학을 두려워하는 사람, 혹은 수학을 사랑하는 사람 모두에게 수학을 새롭게 경험하게 하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이 책은 결국 우리에게 말한다. “당신도 수학을 할 수 있다. 수학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름답지 않은 삶도 명작이 된다 - 이주헌 미술 에세이
이주헌 지음 / 쌤앤파커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리뷰는 컬처블룸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이주헌 평론가의 『아름답지 않은 삶도 명작이 된다』는 그림을 감상하는 또 다른 길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는 흔히 작품을 중심으로 미술을 이해하려 하지만, 저자는 화가의 삶을 알 때 그림이 비로소 살아난다고 말하고 있다. 그림 이전에는 늘 화가가 있었고, 그들의 기쁨과 슬픔, 고통과 희망이 붓끝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책은 다섯 가지 키워드, 즉 내면·행복·사랑·시대·순수로 화가 스물다섯 명의 삶과 작품을 조명하고 있다. 이 구분은 단순한 주제별 분류가 아니라, 인간이 살아가며 마주치는 근원적 물음을 예술가의 여정을 통해 탐색하는 틀로 작동하고 있다. 엘 그레코의 불안한 영혼, 호들러가 죽음을 응시하며 남긴 이미지, 앙소르가 가면에 담은 실존의 불안은 ‘내면’의 장에서 다뤄지고 있다. 티소의 화려한 무도회 장면 뒤에 숨은 상실과 고독, 할스의 웃음 속에 스며든 인생의 환희는 ‘행복’의 장에서 재해석되고 있다. 와토와 부셰, 프라고나르의 사랑 이야기는 낭만과 환상의 빛을 띠고 있지만, 실레의 경우처럼 사랑과 죽음이 교차하는 비극도 담기고 있다. 카라바조, 다비드, 키르히너 등은 시대의 폭풍 속에서 치열하게 흔들렸고, 고갱이나 마티스 같은 이들은 순수와 원시를 향한 끝없는 갈망으로 삶을 밀고 나갔다.



저자는 화가를 단순히 위대한 천재로만 그리지 않는다. 그들은 시대에 상처 입은 개인이며, 사랑 앞에서 흔들리고 고독에 시달리는 인간이다. 예를 들어, 키르히너는 나치의 ‘퇴폐미술전’에 의해 작품 수백 점이 파괴되는 비극을 겪었고, 결국 스스로 생을 마감하고 있다. 그러나 그 절망조차도 그림 속에 고스란히 배어 있어 우리에게 시대의 폭력을 증언해주고 있다. 티소는 연인 캐슬린을 잃은 후에도 그녀를 모델로 삼아 그림을 그리며 사랑과 상실의 흔적을 남기고 있다. 고갱은 안락한 생활을 버리고 방랑의 길을 택하며, 원시적인 자연에서 순수한 색채와 형태를 찾고 있다. 이런 이야기는 단순히 미술사적 지식이 아니라, 인간 존재의 보편적 진실을 일깨워주고 있다.

이 책은 또한 미술 감상이 곧 사람을 이해하는 일임을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다. 곰브리치가 말했듯 미술 자체는 추상적 개념이 아니라, 미술가들이 있을 뿐이다. 작품을 이해하는 길은 곧 화가를 이해하는 길이며, 그들의 고통과 기쁨을 함께 느낄 때 그림은 단순한 이미지가 아니라 삶의 기록으로 다가온다. 피카소가 그림을 ‘또 다른 형태의 일기’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설명될 수 있다.

이주헌 평론가의 글은 학술적 분석보다 따뜻한 공감에 방점이 찍혀 있다. 그는 미술 평론가이면서 동시에 화가 출신이기에, 작품을 기술적인 분석으로만 접근하지 않고 ‘그리는 사람의 시선’에서 풀어내고 있다. 그렇기에 그의 미술 이야기는 언제나 사람 냄새가 나며, 독자는 그림을 본다는 느낌보다는 화가의 이야기를 곁에서 듣는 듯한 경험을 한다. 30년 넘게 이어온 그의 활동이 단순히 미술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미술을 삶과 연결하는 다리 역할을 해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림이 멀리 있는 세계의 산물이 아니라는 사실을 새삼 느끼게 된다. 호들러가 죽음을 응시했다면 우리 역시 죽음을 앞에 두고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고 있으며, 앙소르가 가면 뒤에 불안을 숨겼듯 우리 또한 일상 속에서 가면을 쓰고 살아가고 있다. 실레가 외로움 속에서 치열하게 자기 욕망을 표현했다면, 우리 역시 관계의 갈등과 고독 속에서 자기 자신을 찾아가고 있다. 결국 화가들의 삶은 시대와 공간을 달리할 뿐, 우리의 삶과 깊이 이어져 있다.


『아름답지 않은 삶도 명작이 된다』는 제목처럼,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불행과 상처로 가득한 삶도 결국 예술로 승화될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메시지는 그림을 감상하는 차원을 넘어, 우리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만든다. 고통과 혼란, 상실과 두려움 속에서도 삶은 여전히 아름다울 수 있으며,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될 수 있다는 위로를 전하고 있다. 단순히 미술을 소개하는 교양서가 아니라, 예술을 통해 사람을 이해하고 삶을 성찰하게 하는 인문학적 텍스트이다. 그림을 좋아하는 독자뿐 아니라, 삶의 의미와 인간의 본질을 고민하는 이들에게도 깊은 사유와 공감을 건네고 있다. 캔버스 너머로 화가의 목소리를 듣고, 그 속에서 우리의 이야기를 발견하는 것, 그것이 바로 이 책이 선사하는 진정한 미술 감상의 경험이라 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