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 - 공간에 가치를 더하고, 경험을 설계하는 비주얼 머천다이징
목경숙 외 지음 / 지음미디어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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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서점에 가보면 수많은 창업과 마케팅 관련 서적이 즐비하다. 하지만 막상 작은 매장을 운영하거나 새로 사업을 준비하는 사람에게 현실적으로 와 닿는 지침을 제시하는 책은 많지 않다.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은 그 공백을 채우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겉보기에 단순히 인테리어나 진열 방법을 다루는 책처럼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는 고객의 마음을 움직이고 공간 전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기획하는 방법을 체계적으로 다루고 있다.



이 책은 “왜 어떤 매장은 늘 사람들로 붐비고, 같은 상권에 있어도 어떤 곳은 발길이 뜸할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한다. 저자들은 현장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비주얼 머천다이저와 공간 디자이너들이다. 즉, 단순히 이론이 아니라 실제 매장 운영에서 부딪히며 얻은 통찰을 담고 있다. 이 때문에 책을 읽는 내내 현장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팁이 자연스럽게 와 닿는다. 책에서 강조하는 핵심은 ‘공간은 상품보다 먼저 말을 건다’는 사실이다. 고객이 매장을 지나가다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결정적인 순간은 상품의 종류가 아니라 입구에서 마주한 분위기에서 비롯된다. 조명의 따뜻함, 색채의 조화, 진열 방식에서 오는 시각적 흐름이 곧 브랜드의 첫인상이다. 이 첫인상이 긍정적으로 형성될 때, 사람들은 계획에 없던 쇼핑도 시작한다. 저자들은 이 미묘한 감각적 경험이 매장의 성패를 가른다고 강조한다. 또한 이 책은 매장 운영을 단순히 ‘예쁘게 꾸미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 공간 배치, 동선 설계, 조명과 색채의 활용, 상품 배열 방식 등 모든 요소가 하나의 심리적 설득 장치라는 시각에서 접근한다. 예컨대 상품을 어떻게 높이와 방향에 따라 배치하느냐, 고객의 시선을 어디로 흐르게 하느냐에 따라 구매 결정 과정이 달라진다는 설명은 매우 실용적이다. 특히 ‘진열은 단순히 물건을 올려놓는 일이 아니라 고객의 행동을 유도하는 설계 행위’라는 대목은 매장 운영자라면 반드시 되새겨야 할 부분이다. 책의 장점은 다양한 사례를 통해 독자가 쉽게 상상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이다. 패션, 리빙, 뷰티, 편집숍, 프랜차이즈 등 여러 분야에서 실제 적용된 방식들이 소개되며, 각각의 상황에 맞게 어떤 전략을 취할 수 있는지 구체적으로 보여준다. 예를 들어 브랜드 색채를 어떻게 공간에 녹여내면 고객의 기억 속에 오래 남을 수 있는지, 시즌에 맞는 테마를 적용하면 매장이 어떻게 살아나는지를 읽다 보면 실제 내 가게에 적용해보고 싶은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책 후반부에서는 단순히 오프라인 매장의 비주얼 전략을 넘어서, 디지털 시대의 브랜딩까지 연결한다. 이제는 소비자가 매장에서만 브랜드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온라인 검색과 SNS, 심지어 메타버스까지 이어진다. 따라서 브랜드 경험은 어느 한 접점에서만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온·오프라인 전반에서 일관되게 구축되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결국 공간 기획과 디지털 전략은 별개의 것이 아니라, 서로 보완하며 고객의 경험을 확장시키는 도구라는 점을 일깨운다.



여러 저자가 공동으로 참여했음에도 책은 혼란스럽지 않고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각자의 전문 분야가 적절히 분담되어 있기 때문이다. 매장의 정체성을 살리는 방법, 고객의 동선을 설계하는 전략, 색과 빛을 활용한 감성 자극, 상품 진열 테크닉, 스토리텔링 기반의 공간 연출, 마지막으로 디지털 시대의 브랜드 전략까지 단계적으로 이어진다. 독자는 이 흐름을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매장은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하나의 서사적 무대”라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은 단순히 상업적인 공간 꾸미기에 그치지 않고, 고객이 브랜드와 감정적으로 연결되도록 만드는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다시 말해 매장을 찾는 사람이 단순히 ‘물건을 사는 손님’에서 ‘다시 돌아오고 싶어 하는 팬’으로 변하도록 이끄는 전략을 다루고 있다.

이 책은 특히 처음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유용하다. 막연히 ‘좋은 상품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제로는 상품의 질만으로는 고객을 붙잡을 수 없다. 오감을 만족시키는 공간, 브랜드의 이야기를 담은 연출, 그리고 일관된 경험을 제공할 때 비로소 사람들이 다시 찾아온다. 이미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소상공인에게도, 조금만 시선을 달리해 공간을 조정하면 새로운 가능성이 열릴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

결국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잘 팔리는 매장은 우연히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의 심리와 행동을 세심히 고려하고, 공간과 색채, 조명과 진열, 스토리와 경험을 종합적으로 설계할 때 비로소 매장은 살아난다. 『잘 팔리는 매장의 비밀』은 이 과정을 구체적이고 실질적으로 보여주며, 창업자와 매장 운영자에게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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끌어당기는 세일즈 - SNS로 억대 매출을 만든 워킹맘의 실전 전략
윤도연 지음 / 노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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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끌어당기는 세일즈』는 한 여성의 삶이 어떻게 무너졌다가 다시 세워질 수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실전적 전략을 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어린 시절부터 여러 직업을 거치며 평범하지 않은 길을 걸어왔다. 패스트푸드점 관리자에서 유치원 교사, 해운회사 직원, 은행원, 보험 설계사, 화장품 컨설턴트까지 그녀의 이력은 다양하다. 그 과정마다 상황은 순탄치 않았지만, 어려움 속에서도 늘 새로운 길을 열어낸 것이 특징이다.



저자가 인생의 전환점마다 선택한 방식은 ‘팔기’였다. 단순히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다시 세우고 타인과 관계 맺는 방식으로서의 도전이었다. 학생 시절에는 소박한 물건으로 작은 장사를 시작했고,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사건을 맞이하며 생활의 무게를 감당해야 할 때는 전혀 새로운 분야에 뛰어들었다. 때로는 실패하고 좌절했지만, 그 경험을 자산으로 삼아 다시 앞으로 나아갔다. 책은 이 과정을 가감 없이 담아내며, 독자에게 "나도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고 있다. 책의 중심에는 회복력에 대한 메시지가 자리 잡고 있다. 저자는 수많은 거절과 냉대, 심지어 건강과 생명의 위기까지 겪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무너지는 대신, 더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강해졌다. 자신을 믿는 마음, 긍정적인 태도, 끊임없는 실행이 결국 새로운 기회를 끌어냈다. 저자가 강조하는 점은 인생을 바꾸는 힘은 특별한 재능이나 거창한 배경에서 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매일의 작은 선택과 행동이 쌓여 변화가 만들어진다고 말하고 있다. 책은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처음에는 저자의 좌충우돌 인생 여정을 통해 독자가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만든다. 이어서 위기의 순간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그 과정에서 어떤 전환이 일어났는지를 보여준다. 중반부에서는 특정 업계에서 이룬 성과와 그 비결을 구체적으로 정리한다. 단순한 경험담에 그치지 않고,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는 원칙과 방법론으로 풀어낸 점이 인상적이다. 후반부에서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낸 이야기가 담겨 있다. 온라인 기반의 활동, 위탁 판매와 구매 대행, 콘텐츠 제작 등 현대적인 방식의 일하는 모델을 제시하며, 독자에게 시야를 넓혀준다. 마지막 부분은 마음가짐과 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목표를 구체화하고 매일 반복하며, 긍정적인 에너지를 유지하는 방법을 제시하는데, 이는 단순한 자기계발 구호가 아니라 저자가 직접 체험한 과정에서 나온 것이다.



이 책은 특히 여성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출산과 육아로 인해 커리어가 단절되거나, 생활의 무게로 인해 새로운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에게 저자의 경험은 구체적인 용기와 방법을 제공한다. 또한 투잡이나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는 현실적인 대안과 아이디어가 담겨 있다. 화려한 학력이나 특별한 배경이 없어도, 일상 속에서 자신만의 길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저자의 삶이 증명하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전해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스스로를 응원하는 힘’이다. 누구도 지지하지 않을 때 자신을 믿고 행동하는 용기, 그것이 결국 환경을 바꾸고 성과를 이끌어낸다. 많은 자기계발서가 추상적인 이론에 머무는 데 비해, 『끌어당기는 세일즈』는 실제로 부딪히고 넘어지며 배운 생생한 이야기이기에 무게감이 다르다.



단순히 판매 기술을 배우는 책이 아닌 삶의 위기 앞에서 다시 일어서는 방법, 자신을 지탱하는 믿음, 그리고 작은 실행을 통해 원하는 삶을 만들어가는 여정을 담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풀어내며, 독자가 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길잡이를 제공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은 세일즈 현장에 있는 사람뿐만 아니라, 삶의 방향을 잃고 다시 시작하려는 모든 이들에게 유용하다. 『끌어당기는 세일즈』는 좌절을 경험한 사람일수록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책이며,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힘을 얻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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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향수 - 걸작의 캔버스에 아로새긴 향기들
노인호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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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과 후각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감각을 연결해 예술 감상의 지평을 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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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화와 향수 - 걸작의 캔버스에 아로새긴 향기들
노인호 지음 / 아멜리에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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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어스 클럽의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도서는 저자가 시각과 후각이라는 서로 다른 두 감각을 연결해 예술 감상의 지평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을 바라보는 순간 느껴지는 색채와 구도가 단순히 눈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향기를 통해 다시 한 번 깊이 각인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 책은 10년 넘게 이어온 강연과 전시, 그리고 조향사로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완성된 결과물이며, 독자가 작품을 마주할 때 새로운 방식으로 몰입할 수 있도록 안내한다.



책의 출발점은 모네의 〈수련〉이었다. 저자가 미국 유학 시절 뉴욕 현대미술관에서 이 작품을 보았을 때, 눈앞에 펼쳐진 연못의 색채에서 실제로 초록빛 향이 느껴졌다고 한다. 이 경험은 그에게 예술 감상이 단순히 ‘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감각 전체를 일깨울 수 있다는 사실을 각인시켰다. 이후 그는 명화와 향기를 결합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며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제공했고, 지금까지 900회가 넘는 강연을 이어오고 있다. 《명화와 향수》는 바로 그 과정을 집약해낸 책이다.

책은 여러 장르의 그림을 ‘향조’라는 후각적 분류와 연결한다. 플로럴, 애니멀릭, 우디, 시트러스, 몰트 등 향수의 분류 체계를 작품 감상에 접목시켜 각 그림에 맞는 향기를 대응시키는 방식이다. 예컨대 클림트의 〈키스〉에는 관능과 황금빛의 이미지에 어울리는 일랑일랑을, 르누아르의 인물화에는 장미의 향기를, 샤갈의 〈라일락 속 연인들〉에는 보랏빛 라일락을 매칭한다. 이러한 조합은 단순히 비유적인 차원을 넘어, 그림이 가진 분위기와 작가의 삶을 향기로 풀어내어 독자가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하게 만든다.



책의 장점은 특정 화가나 시대에 국한되지 않고 동서양을 아우른다는 점이다. 르네상스 이후 유럽의 거장들뿐 아니라, 겸재 정선, 조희룡, 추사 김정희 같은 조선 화가들의 작품까지 함께 다루고 있다. 이로써 독자는 향기를 매개로 자연스럽게 미술사의 흐름을 훑으며 감각적 이해를 쌓을 수 있다. 특히 조희룡의 〈홍백매화도〉 같은 작품에서는 실제로 매화 향이 풍겨오는 듯한 체험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히 도판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독자가 그림과 신체적으로 교감하는 길을 열어준다.

또한 책은 향수와 미술을 각각 별개의 세계로 다루지 않고, 두 예술의 구조적 유사성을 짚어낸다. 그림이 색채와 명암, 구도와 질감으로 이루어져 있듯, 향수도 탑 노트·미들 노트·베이스 노트가 어우러진 층위의 구조를 지니고 있다. 따라서 명화와 향수의 만남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이 아니라, 서로 다른 감각 예술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발견되는 본질적 친연성을 드러내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흥미로운 사례들이 이어진다. 반 고흐가 정신적 위기의 순간 붓꽃을 통해 마음을 다잡았던 이야기는 아이리스 향과 연결되며, 독자로 하여금 그의 고독과 희망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호퍼의 작품에서는 도시의 고독을 타바코 향으로 풀어내며, 정선의 산수화에서는 소나무 숲의 청량한 내음을 환기한다. 이처럼 각각의 작품은 향기를 매개로 한층 더 생생하게 다가온다.

《명화와 향수》는 오늘날 콘텐츠 소비가 점점 더 자극적이고 즉각적인 반응을 추구하는 시대에 역행하는 듯 보인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이 책은 가치가 있다. 그림 앞에서 오래 머무르기 어려운 독자에게 향기는 새로운 단서를 제공해 시간을 붙잡게 하고, 이미 익숙한 그림을 보아온 이들에게는 새로운 감각적 통로를 열어준다.



책장을 덮고 나면, 미술관에서만 가능했던 경험이 집 안에서도 가능해진다. 특정 향수를 맡으며 작품을 떠올릴 때, 우리는 단순히 그림을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의 감정과 분위기까지 다시 소환하게 된다. 예술이란 결국 기억 속에 남아 오래도록 영향을 미치는 힘인데, 이 책은 그 과정을 향기를 통해 더욱 강하게,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준다.

미술 애호가와 향수 애호가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독창적 시도인 동시에 두 영역 모두에 낯선 이들에게도 새로운 경험을 제안하는 친절한 안내서이기도 하다. 감각이 단절된 삶에 지친 이들에게, 이 책은 다시금 감각의 문을 열어주는 작은 열쇠가 되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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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르트의 아기 - 세계적 심리학자 폴 블룸의 인간 본성 탐구 아포리아 8
폴 블룸 지음, 김수진 옮김 / 21세기북스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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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앤프리북카페'를 통해 출판사로부터

해당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



도서는 인간다움의 기원을 아기의 눈에서 찾고 있다. 저자인 폴 블룸은 발달심리학, 진화심리학, 인지과학, 철학을 종횡무진 넘나들며, 인간이 어떻게 신체와 정신, 물질과 마음을 구분하는 이원적 사고를 타고났는지를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그는 갓 태어난 영아가 이미 ‘선과 악’, ‘진짜와 가짜’, ‘물질과 영혼’을 가르는 본질 추구 성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직관은 문화적 학습의 결과가 아니라, 오랜 진화 과정에서 각인된 인지 구조에 가깝다.



블룸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아기가 돌도 되기 전에 사물의 물리적 속성과 의도를 분리해 인식하며, 사진 속 사과와 실제 사과를 구별하고, 살아 있는 움직임과 기계 작동을 구분한다고 보여준다. 이 초기의 본질주의적 사고가 성장하면서 도덕성, 종교적 신념, 예술적 감수성 같은 고유한 인간 문화를 만들어낸다고 본다. 침팬지나 다른 동물도 자기 새끼를 보호하고 약자를 돕지만, 얼굴도 모르는 먼 나라 사람을 위해 행동하는 존재는 인간뿐이다. 그 차이를 만드는 것이 바로 ‘마음’을 읽고 ‘본질’을 감지하는 능력이다.



저자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현대 아기 연구로 재해석한다. 아기는 중력이나 고체성 같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의도에도 반응한다. 이처럼 물리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를 병행 처리하는 능력이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짓는다. 동물이나 인공지능이 쉽게 넘지 못하는 경계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이 이원적 사고 틀이 선과 악, 삶과 죽음, 물질과 영혼 같은 형이상학적 범주를 자연스럽게 불러오며, 인간만의 ‘메타 사고’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책은 도덕·종교·예술의 기원도 이 틀 안에서 조망한다. 쓰레기 더미의 소변기가 예술로 평가받거나, 위작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현상 뒤에는 ‘본질을 추구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타인을 마음 가진 존재로 보는 직관이 공감과 연대의 바탕이 되며, 이는 가까운 혈육에서 시작해 낯선 타인에게까지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 종교, 윤리 의식이 싹트고, 사회의 도덕 범위가 넓어진다.

블룸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험 데이터와 진화론적 해석을 교차해 제시한다. 피아제식 구성주의나 행동주의처럼 환경이 전부를 결정한다는 견해를 비판하며, 인간 인지의 선천적 기반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틀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다움은 본능과 문화, 직관과 이성의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의 매력은 학문적 논의를 대중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풀어낸 데 있다. 실험 장면과 일상적인 사례가 철학적 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무겁지만 지루하지 않다. 블룸은 독자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그 끝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까지 암시한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이성과 본질 추구 본능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



도서는 AI 시대에도 유효한 메시지를 던진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변하지 않는 인간다움의 핵심은 이성과 감정의 균형, 개인과 공동체의 조화에 있다는 것이다. 아기의 순수한 인지 구조를 들여다보며, 인간이란 무엇인지, 우리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는지를 묻는 이 책은 심리학과 철학의 경계를 허물며, 인간을 이해하는 가장 생생한 창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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