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자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를 현대 아기 연구로 재해석한다. 아기는 중력이나 고체성 같은 물리 법칙을 이해하는 동시에, 보이지 않는 의도에도 반응한다. 이처럼 물리적 세계와 정신적 세계를 병행 처리하는 능력이 인간을 다른 존재와 구분짓는다. 동물이나 인공지능이 쉽게 넘지 못하는 경계도 여기서 비롯된다. 그는 이 이원적 사고 틀이 선과 악, 삶과 죽음, 물질과 영혼 같은 형이상학적 범주를 자연스럽게 불러오며, 인간만의 ‘메타 사고’ 구조를 가능하게 한다고 본다.
책은 도덕·종교·예술의 기원도 이 틀 안에서 조망한다. 쓰레기 더미의 소변기가 예술로 평가받거나, 위작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는 현상 뒤에는 ‘본질을 추구하는 심리’가 숨어 있다. 타인을 마음 가진 존재로 보는 직관이 공감과 연대의 바탕이 되며, 이는 가까운 혈육에서 시작해 낯선 타인에게까지 확장된다. 이 과정에서 예술, 종교, 윤리 의식이 싹트고, 사회의 도덕 범위가 넓어진다.
블룸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실험 데이터와 진화론적 해석을 교차해 제시한다. 피아제식 구성주의나 행동주의처럼 환경이 전부를 결정한다는 견해를 비판하며, 인간 인지의 선천적 기반을 강조한다. 그러나 그는 타고난 틀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않는다. 인간다움은 본능과 문화, 직관과 이성의 상호작용 속에서 완성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이 책의 매력은 학문적 논의를 대중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게 풀어낸 데 있다. 실험 장면과 일상적인 사례가 철학적 논제와 자연스럽게 맞물려, 무겁지만 지루하지 않다. 블룸은 독자에게 인간 본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면서도, 그 끝에서 우리가 지녀야 할 태도까지 암시한다. 즉, 우리에게 주어진 이성과 본질 추구 본능을 어떻게 가꾸어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