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굴곡을 지나온 사람의 말은 쉽게 흘려들을 수 없다. 특히 그가 세계무대에서 활동하며 한국 사회의 변화를 몸소 경험한 인물이라면, 그가 전하는 인생의 이야기는 곧 하나의 역사이자 철학이 된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의 에세이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은 한 리더의 회고록이자, 한 인간이 자신과 세계를 성찰하며 깨달은 삶의 지혜를 담은 기록이다.
저자는 자신을 ‘1세대 글로벌 리더’라 부르기보다, “여전히 배우는 사람”이라 표현한다.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로 시작해 청와대, 재무부, 삼성, 중앙일보와 JTBC까지—그의 삶은 한국 현대사의 변화와 나란히 걸어왔다. 그러나 책 속의 홍석현은 권력자나 성공한 기업가가 아니라, 시행착오를 겪으며 자신을 다듬어온 한 인간으로 등장한다. 그는 “삶을 돌아보는 것은 곧 삶을 돌보는 일”이라고 말하며, 개인의 성장과 사회의 품격, 그리고 영성의 회복이라는 세 가지 화두를 꺼내 든다.

책은 ‘성장’, ‘품격’, ‘영성’이라는 세 개의 축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장’ 편에서는 그가 직접 만난 세계 지도자와 기업가들—리콴유, 이건희 회장 등—과의 경험을 통해 리더십의 본질을 탐색한다. 여기서 강조되는 핵심은 단순한 ‘성공’이 아니라 ‘판단’의 힘이다. 좋은 리더는 빠른 판단보다,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고 용서할 줄 아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비평가가 되지 말고 주인으로 살라”는 문장은 오늘을 사는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조언처럼 들린다. 남의 기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삶의 방향을 스스로 정하라는 말은, 변동성이 큰 시대에 더욱 울림 있게 다가온다.
‘품격’의 장에서는 외면의 화려함보다 내면의 단정함을 강조한다. 저자는 인간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말의 기술이 아니라 마음의 태도라고 말한다. “토론과 말싸움은 다르다”는 구절은, 상대를 이기려는 언어가 아닌 함께 성장하려는 대화를 지향하는 저자의 철학을 잘 드러낸다. 또한 그는 습관의 힘을 강조하며 “마음과 습관을 고쳐야 인생이 바뀐다”고 단언한다. 삶의 품격은 하루하루의 사소한 선택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다. 마지막 장 ‘영성’은 이 책의 깊이를 결정짓는 부분이다. 그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영성”이라 고백하며, 왜 사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외적 성취보다 중요한 것은 자기 내면의 평화와 나눔의 실천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조건 없는 행복만이 진짜 행복이다”라는 그의 말에는 오랜 세월 권력과 명예의 중심에 있던 사람이 도달한 통찰이 녹아 있다. 삶의 마지막에 남는 것은 결국 사랑과 관계, 그리고 자신을 돌보는 마음뿐이라는 깨달음이다.

개인적 체험을 토대로 한 이야기 속에 글로벌 감각과 시대적 통찰이 함께 녹아 있다. 이건희 회장과의 일화나 세계 지도자들과의 대화는 흥미롭지만, 그 안에 담긴 메시지는 늘 인간적인 성찰로 귀결된다. 화려한 이력 뒤에서 저자는 끊임없이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 살았는가? 나는 어떤 어른으로 남고 싶은가?”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단순히 과거를 돌아보는 회고록이 아니다. 앞으로 어떤 ‘품’과 ‘격’을 갖춘 어른으로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우리에게 던진다. 경쟁과 속도가 미덕이 된 시대, 저자는 오히려 “조금 느리게, 조금 더 깊이” 살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자신을 지키는 길이며, 공동체를 건강하게 만드는 길이라고 믿는다.

책을 덮고 나면 ‘좋은 어른이 된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성공보다 중요한 것은 품격이고, 지식보다 귀한 것은 영성이라는 그의 깨달음이 진심으로 다가온다. 청년에게는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으로, 중년에게는 삶을 다시 정돈하는 거울로, 그리고 노년에게는 마음의 평온을 전하는 위로의 책으로 읽힌다.
『인생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은 결국 한 시대의 리더가 후대에게 건네는 따뜻한 편지다. 인생의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흔들리는 이들에게, 이 책은 “주인으로 살라”는 단 한 문장의 진실을 일깨워 준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