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블록체인은 종종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달리는 기술로 여겨지지만, 《CRYPTO.AI》는 이 두 기술이 결코 대립적 관계가 아니라 서로를 강화하며 새로운 시대를 여는 ‘쌍두마차’임을 설득력 있게 보여주고 있다. 인류가 직면한 디지털 전환의 핵심에는 지능의 진화와 신뢰의 구조가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AI와 블록체인은 서로를 필요로 하는 필연적인 관계에 있다. 이 책은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해, 두 기술이 교차하며 만들어낼 미래의 경제적·사회적 질서를 입체적으로 탐색하고 있다. 저자는 AI 혁명의 상징인 ChatGPT의 등장이 단순한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인간의 사고 체계를 재편하는 거대한 변곡점이라 보고 있다. 인공지능은 창조의 도구이자, 사고의 확장판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블록체인은 인간 사회가 신뢰를 관리하고 권리를 보증하는 방식에 대한 새로운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러한 맥락에서 AI가 ‘쓰기’의 힘이라면, 블록체인은 ‘소유’의 규칙이라고 말한다. 즉, AI가 지식을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면, 블록체인은 그 지식의 주체와 소유를 증명하고 보존하는 기반이 되는 셈이다.

책은 기술의 본질을 단순한 이론이나 트렌드로 다루지 않는다. FTX 파산과 테라-루나 사태 같은 시장의 현실적 사례를 통해 블록체인의 구조적 한계를 짚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이 기술이 다시 주목받는지를 보여준다. 동시에, AI의 발전이 불러온 저작권 논쟁과 노동시장 재편 문제를 함께 다루며, 두 기술이 경제와 사회 전반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를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을 잠식하고, 블록체인이 데이터의 주권을 재정의하면서, 새로운 윤리적 규칙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흥미로운 부분은 두 기술의 결합이 단순한 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신뢰의 재구성’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저자의 관점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이 만들어내는 정보의 진위를 구분하고 결과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해서는 블록체인의 검증 체계가 필요하다. 반대로 블록체인이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도, AI의 연산 능력과 자동화된 분석이 필수적이다. 결국 두 기술은 서로의 약점을 보완하며, 투명성과 효율성이라는 두 축을 함께 완성해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책이 설득력을 가지는 이유는 기술에 대한 분석만이 아니라, 그 기술을 둘러싼 철학적 질문을 함께 제기하기 때문이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확장하는 도구인가, 아니면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는 존재인가? 블록체인은 자유의 기술인가, 아니면 새로운 형태의 통제 수단인가? 저자들은 이러한 질문을 회피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 둘의 결합 속에서 ‘인간 증명’이라는 주제를 꺼내 들며,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보존하기 위한 수단이 될 수 있는지 탐색하고 있다.

Sam Altman이 주도하는 Worldcoin 프로젝트는 기술의 미래를 가장 상징적으로 드러내는 사례로 다뤄진다. 인공지능이 만들어내는 콘텐츠의 진위를 식별하고, 인간이 생성한 데이터와 AI가 생산한 결과를 구분하기 위해 ‘인간임을 증명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발상은, 기술 발전이 결국 인간의 본질로 회귀하게 됨을 보여준다. 이는 기술이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를 더욱 명확히 규정하게 만드는 과정임을 시사한다. 《CRYPTO.AI》는 AI와 블록체인의 교차점에서 ‘미래 경제의 헌법’을 쓰고 있는 듯한 통찰의 기록이다. 저자들은 두 기술이 경쟁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 보완적 파트너로 진화하고 있음을 명쾌하게 증명하고 있다. AI가 지식의 창조를 담당한다면, 블록체인은 그 지식의 신뢰를 보증하는 체계가 된다. 하나는 사고의 확장이고, 다른 하나는 질서의 구축이다. 결국 이 책은 인간이 만든 두 기술이 다시 인간 중심의 디지털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는 ‘미래 선언문’이라 할 수 있다.

AI와 블록체인은 결코 적이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자극하며 더 큰 도약을 가능하게 하는 동반자이다. 《CRYPTO.AI》는 그 상호작용의 본질을 꿰뚫고, 기술이 인간 사회와 맺을 새로운 관계를 통찰하고 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변화의 파도는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것은 두 기술이 만나 만들어내는 하나의 에너지, 즉 미래를 여는 ‘디지털 자기장’의 형성 과정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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