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금요일 저녁에 나비님을 만났다. 지난 번에 나비님께서 페이퍼에 튀르포와 히치콕과의 인터뷰집 <히치콕의 대화>를 원하시길래, 그 책 저 있다고 우편으로 보내 드리겠다고 했더니 나비님께서 서울 올라올 일 있으니 그 때 만나 받고 싶다고 하셨다.
그래서 기다리고 기다린 날이 지난 금요일 저녁.
나, 솔직히 나비님의 글을 읽으며서 글이 워낙 솔직담백하고 거침없어 멋 전혀 안 부리시고 아줌마삘(나비님께서 기분 나쁘실려나!) 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보자마자 머리부터 발끝까지 완전 멋지고 세련되심에 놀람. 아,나비님 정말 나비같구나,,,,, 하는 생각뿐. 근데 왜 닉넴을 자꾸 이미지랑 안 맞는다고 바꾸실려고 하시지 하면서, 갸우뚱 -.~
나비님을 위한 아무런 선물준비도 없이 달랑 저 책 한권 들고 나갔더니(평상시 나란 사람이 생각 없이 사는지라), 나비님께서는 기억을 위해 샤넬 루즈를 선물해 주셔서 어찌나 미안하던지. 게다가 내가 가지고 있는 <히치콕과의 인터뷰>는 너덜너덜하고 더러운 헌책. 표지도 저 책이 아니고 94년(?)으로 찍힌 초판본 책이라 더 미안해서 어쩔 줄 몰랐다. 그나마 지금 위안이 되는 것은 이 책 오늘 아침에 검색해 봤더니 현재 절판, 헌책으로 사만원 찍혀 팔고 있다는 것. 그래도 여전히 미안한 맘, 입니다.
나비님과는 알라딘 덧글로만 한 오년 넘게 친분을 쌓고 있었던 분이라 만나서 이야기 하는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전.혀. 이런저런 이야기하는데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오히려 헤어질 때는 무척 아쉬웠다는. 저녁 시간이라 김치찌개 먹었는데, 나비님이나 나나 대학로에서 파는 김치찌개의 맛은 별로였다. 고기가 너무 많고 (나비님도 고기 싫어하시고 나도 고기 싫어해서 김치찌개용 고기 다 남기고 왔다. 게다가 어찌나 두꺼운지), 달걀말이도 케챱과 머스타드 범벅이서 별로... 그냥 소금간으로 해서 나왔으면 맛있게 먹을텐데, 다음에 만날때는 맛집을 알아보고 만나야겠다고 불끈 다짐.
2. 금요일 저녁 나비님 만나서 황홀한 기분에, 늦은 시간 알라딘 들어왔다가 내가 좋아하는 알라디너 S분이 다시 글을 올려서 완전 기분 업업. 금요일 저녁 기분 끝장으로 좋았다는.
3. 주말에는 큰 애때문에 알게 된 엄마들 모임이 있어 1시쯤 만나 저녁 6시 반에 헤어졌다. 1월에 모임을 가지지 않아서 그런지, 서로들 할말이 많아 저녁할 시간을 지나서 집에 들어가고 말았다. 애아빠는 배 고파 죽겠다고 난리고 애들은 이것저것 군것질 해서 집안꼴이 엉망. 휴~
4. 어제는 딸애가 <토르>보러 가자고 해서 아침겸 점심 먹고 서둘러 영화 보러 갔다. 애들 영화 보는 사이 저녁 먹을 찬거리 좀 사고 커피 한잔 마시니깐 시간이 후딱. <런닝맨> 봐야한다면서 서둘러 집에 들어가니 어제와 마찬가지로 애아빠 배고파다고 난리. 휴, 정말 라면 끓여 먹었더구만. 배속에 거지가 들어앉았나. 쉴 틈도 없이 밥 앉히고 반찬 만들고..... 인터넷도 못하고 잠깐 알라딘에 들어와 하이드님께 꽃 주문하고,
5. 오늘 아침에 느긋하게 인터넷 들어가 다음 기사 훑어보다가, 휘트니 휴스턴 사망이라는 기사 보고 놀랬다. 저 표지의 LP판을 산 게 중학교 3학년때인가 고 1일때였는데,,,마돈나의 앨범과 저 앨범 LP판 을 동네레코드점에서 사 들고 집에 오면서 설레였던 기분, 삼십년이 지나도 기억하고 있는데, 아침에 그 기사 보고 한순간 가슴이 푹 꺼지더라.
마약으로 목소리가 망가져 더 이상 노래 못할 거라는, 마약때문에 오래 살지는 못할 거라는 추측성 기사를 읽어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갑작스런 부고 소식에 당황스럽다.
6. 난 덧글을 아는 분만, 나한테 거부감을 안 느끼는 분들에게 다는 편이다. 그러니깐 내 서재에 와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가시는 분들만. 그런 분들은 나한테 호감을 보이는 분들이라고 생각하고, 내가 그 분들에게 덧글 달아도 기분 나빠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말이다. 블로그 초창기 시절 덧글 달았다가 된통 혼난 경험이 있어, 그 트라우마가 아직도 남아 있는지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글을 쓰는 분이라도 함부로 덧글을 달지 않는다.
이번에 알라딘에서 최윤 선생을 초청하는 자리가 있어 덥석 신청했다가 재수 없게 또 덧글로 상처 받았다. 정말 재수없게 말이다. 그런 식으로 덧글에 대한 답글을 쓰면 당사자인 나는 상처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지. 내 방에 와서 비덧으로 왜 그렇게 생각했는지에 대한 아무런 글도 없이 남들 다 보는 그 자리에서 그런 식으로 덧글 달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만약 그 분이 이 글 보면, 그럼 넌 뭐냐, 나한테 비덧으로 조근조근 항의하지 않고 그런식으로 공개 페이퍼를 쓰냐고 하실지 모르겠다. 그 덧글 읽고 너무 황당해서 그 자리에서 지워버렸다. 그래서 당신의 닉넴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인을 깔아 뭉개며 생각 깊은 척 하는 당신의 오지랖때문에 최윤 선생 한번 보고 싶었는데, 가고 싶은 맘이 푹 꺽인 것에 화가 나서 이 말만은 꼭 전하고 싶다. 너나 잘 하세요.
덧. 나비님은 기억을 너무 과대평가하시는 듯 해요. 자꾸 공부하라고 하셔서. 전 글 못 쓰고 공부는 예나 지금이나 젬병인 걸요. 전 제 자신을 너무 잘 알아요. 나비님~ 근데 딱 하나, 글재주가 없다는 것을 알긴 하지만, 저는 마돈나에 대한 글은 꼭 한번 써보고 싶기는 해요. 아마 그게 평소 소원일거에요. 이번에 타임지에 마돈나에 대한 http://entertainment.time.com/2012/02/04/take-a-bow-madonnas-extraordinary-music-career/#madonna-7 사진과 글 읽으면서 더 절실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