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놓고 막말하는 인종차별주의자, 이슬람에 대한 적대감, 여성혐오와 성추문등. 설마 저런 사람이 대통령이 되겠어!!!라고 생각했던 트럼프가 대통령 당선이라니, 어제 예상밖 충격으로 하루 종일 기분이 엿 같았다. 쟤네도 우리꼴 나겠네, 이명박이 국가를 지 재산이나 불리는 수익모델로 삼은 것처럼 저 놈도 저러겠지! 라는 경험주의가 허탈한 감정을, 그리고 국가적, 사회적 통합보다는 분열적인 그의 정치적 슬로건이 노골적으로 백인 다수에 의해 인정받은 것이라 충격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영국이 브렉시트를 선택했을 때 어느 정도는 예견했어야했다. 영국도 결국 브렉시트를 선택한 커다란 이유가 반이민정서에 깔린 복지축소와 일자리를 뺏길 수 있다는 공포때문이었다는데, 아마 이러한 복잡한 심정은 미국이나 영국뿐만 아니라 유럽내에서도 상당할 것 같다. 주변 눈치 보느냐 드러내놓고 말을 못할 뿐이지. 현재 스웨덴이나 독일조차 반이민정서가 투표로 보여주고 있으니 말이다.
힐러리가 우위를 차지한 지역을 보면, 미국대륙 양쪽 해안가 일부분, 잘 사는 지역이다. 미국이 IT강국이고 과학강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그 혜택이 미국대륙 전 지역이 아닌 일부 지역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휴, 솔직히 포춘지가 선정한 100대기업이니 유망한 기업이니 호들갑 떨며 선정한 기업들 보면 대부분이 미국 기업이라는 것을 아는가! 저렇게 일자리 많은 기업들이 미국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인 노동자들이 소외되었다고 트럼프를 뽑을 정도면, 우리 나란 뭐먹고 사는지 진심 궁금하다만,
지난 7월에 허핀턴 포스트에 기고한 트럼프가 당선될 수 있다는 마이클 무어의 분석적인 글을 읽으니, 미국 백인의 분노가 왜 트럼프에게 몰표를 던졌는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미국 제조업의 몰락,나프타조약에 의해 미국내 자동차 제조업체가 멕시코로 이전하면서 일자릴 잃은 백인이나 흑인 노동자의 분노가 엄청나다는 것, 힐러리가 여자이기에 싫다가 아니라 자신들의 일자리를 뺏은 장본인이며 구식정치인의 대표자이기에 싫다는 것이다. 밖에서 보는 힐러리와 안에서 보는 힐러리의 위상이 이렇게 다르다니, 좀 놀랍긴 한데, 이전에 미국의 정치지형이 변하고 있다는 것을 우린 버니 샌더스의 돌풍을 보고 알 수 있지 않았나 싶다. 버니 샌더스와 경합하기 전만 해도 힐러리의 정치적공약은 기득권 세력을 위한 구태의연한 정치 공약일뿐, 버니 샌더스가 일으키는 사회주의적 공약은 아니었다는 것을 우리는 다시 한번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세계는 이제 힐러리같은 구태정치인을 원하지 않는다, 란 메세지를 미국민들은 전 세계에 보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미국대통령 선거일전에 막 끝낸 이진순과와글이 쓴 듣보정이란 책을 읽으면서 이러한 메세지는 더 명확해졌다. 이 책은 현대의 정치움직임에 대해 쓴 글인데, 권하고 싶을 정도로 세계의 정치참여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글이다. 트럼프처럼 정치적 분열보다는 국민의 통합적인 의견을 보여주는 사회적 시스템이 다른 나라에는 어떻게 작동되고 있는지를 여러 유형을 통해 보여주고 있으나 이 시스템이 다양한 의견, 심지어 드러내놓고 보여주지 않는 차별적이고 적대적이고 분열적인 의견조차 정치 지형 시스템에서 포착할 수 있을지 모른다란 생각이 든다.
어젠 아침부터 힐러리가 되겠지란 맘에 가장 높은 <유리천장깨기>라는 책까지 꺼내들고 읽으려했다가 트럼프의 역전 소식에 읽기를 그만 두고 장하준의 보호무역과 제조업을 강조한 <나쁜 사마리안>을 조금 읽었다. 내가 고등학교 다닐때만해도 교과서에 제조업보다 서비업 직업이 많아야 선진국으로 가는 단계라 배웠는데, 역사의 뚜껑을 열어보니 서비스업보다 제조업이 강한 독일과 일본이 세계강국이 되었다. 아마 이제 세계는 그 어느때보다 제조업이나 무엇가 만들어 낼 수 있는 산업(심지어 덴마크처럼 가구 디자인이라도)을 많이 가지고 있는 나라가 최대강국이 되지 않을까, 금융같은 투기보다 더 단단한 유형의 제조업을 보유하고 밀어주는 정책들이 더 강력해지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