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저녁 늦게 북플에 들어 갔다가 우향님의 영국이 멍청한 짓을 한 것일까?라는 페이퍼에 쓴 , 그리고 차브라는 책을 읽어보면 영국은 제조업이 존재하지 않고, 중산층은 사라졌다. 제조업 및 노동자를 적으로 생각하고, 노동자계층을 아예 없애버린 대처의 정책으로 현재 영국은 정상적이라고 보기도 힘들다, 라는 마지막 대목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한 나라의 운명을 좌우하는 건 어쩜 정치수장일지도 모르겠다라는 것이었다.

 

대처가 도대체 영국에 무슨 짓을 한거지?

 

사실 나는 영국의 브레시트 투표결과 전만해도 영국이 금융업이 성한 나라라인지 몰랐다. 그렇다고 다른 나라를 잘 안다고 할 수도 없지만, 영국하면 요즘은 디자인의 나라라는 정도. 물론 며칠 전에 읽은 타인속에서라는 sf소설속에 황량하게 짧게 묘사된 화학 제조공장의 급한 몰락을 읽긴 했지만, 이게 대처의 신자유주의 정책 즉 제조업과 노동자에 대한 탄압 그리고 서비스 산업의 융성으로 인한 영국의 현실인지 몰랐다는 것이다. 산업시대의 흐름 정도로만 생각했었다.

 

같은 신자유주의 노선을 걸어도 미국이 세계 천재들을 끌어모으며 IT강대국으로 나아갈 동안, 영국은 한때 과학대국임에도 불구하고 금융업만 융성하다니, 도대체 영국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었냔말이다. 영국은 내가 금융업이 강국인 나라라는 것을 모르는 대신에,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영국이 과학대국이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영국은 미적분과 힘의 역학을 만들어 낸 천재 뉴턴의 나라며, 오늘 날의 모든 전기통신이 있게한 전자기학의 마이클 패러데이와 맥스웰을 배출해 낸 나라이다. 심지어 해상시계를 만들어 낸 존 해리스부터  전자를 처음 발견한 톰슨, DNA분자 구조를 발견한 크릭까지. 아니 전쟁중에는 레이다와 컴퓨터의 시초가 된 앨런 튜링까지 배출해 낸 과학 천재들의 나라가 바로 영국이다.

 

저런 수 많은 천재과학자들을 가진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내세울 만한 제조업이 없다니... 반면에 우린 천재과학자들 하나 배출해내지 못해도 삼성이나 현대같은 제조업 국가가 되었는데. 이런 아이러니가 .... 

 

그런데 어쩌다 영국이 이 지경까지 된 것일까? 대처의 귀족주의와 엘리트주의로 인한 근시안적인 정책때문일까? 아니면 신자유주의가 모든 일자리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한 것일까? 역사에 만약이라면 가정은 없다한다지만, 만약 영국에 대처같은 정치인이 아닌 오바마같은 정치인(오바마는 포드자동차같은 제조업 살림)이 그 때 정권을 잡았다면 지금 영국은 어떻게 변했을까?

 

곰은 재주가 부리고 돈은 사람이 번다더니, 그 말이 딱 어울리는 나라가 수 많은 천재과학자들을 보유한 곰같은 영국 아닐까 싶다. 만약 영국이 미국과 같은 구글이나 삼성같은 기업을 육성하고 안고 갔다면 유럽연합에서 브렉시트를 강행했을까. 우리 나라의 경우, 저런 천재과학자들은 없지만, 김영삼 정권, 김대중정권이나 노무현정권이 반도체나 통신 기술 산업을 국가적 육성하면서 IT나 제조업국가로 살 수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내가  지금도 기억하는게 김영삼 정권인지 김대중정권때인지 삼성반도체 직원들이 명절 때 집에 못 내려가고 일한다고 삼성 수원 공장앞에서 뉴스 내 보내던 것을 기억한다. 그 때가 사실 IT가 뭔지도 몰랐고 정보통신이 지금과 같은 모습일 것이라고 생각도 못했을 때라, 그런가보다 하고 넘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국가적 지원없었다면 과연 현재 우리의 정보통신기술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릴까 싶다.

 

후세에 영국 역사에서 대처는 어떻게 평가받을까? 무척이나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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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이소오 2016-08-23 19:01   좋아요 1 | URL
대처와 레이건은 정말 자국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 불평등을 조장했다는 점에서 히틀러와 동급이라 봅니다.
국제적인 이명박근혜죠

기억의집 2016-08-23 23:10   좋아요 0 | URL
근데 참 알 수 없는 게 이명박이나 박근혜나 아주 욕심이 넘쳐나고 고집불통이고 자기권력에 도취되어 아몰랑~ 부정부패의 쌍벽을 이루며 대한민국을 말아먹으려 하는데... 대처나 레이건은 자기 권력으로 부정부패를 일삼지 않은 것 같더라구요. 진짜 저들은 신자유주의가 자기 나라를 구제할 거라 믿었던 게 아닌지...싶더라구요. 제가 싸울 기회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저는 클린턴이 섹스스캔들만 아니라면 정책적인 면에서 대단한 대통령이 아니였을까 싶더라구요~

blueyonder 2016-09-01 15:39   좋아요 0 | URL
사람은 누구나 쉽게 돈 벌고 싶어합니다. 금융업이란 게 생산은 하지 않고 돈을 굴리기만 해서 돈을 버는 거잖아요. 영국은 제국주의 시대부터의 제도와 자본으로 이게 됐던 거구요, 그에 따라 영국의 많은 젊은이들이 금융업에서 쉽게 돈 버는 것을 최고로 치게 된 것이지요. 높은 인건비로 인해 제조업 경쟁력은 점점 떨어지니 이제 결국 남은 것은 금융업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미국은 다행히 영국보다는 자국 시장도 크고 (영국을 반면교사 삼아) 제조업을 포기하지 않아서 영국보다는 제조업 상황이 나은 모양입니다. 천재들을 끌어모은 이민 정책도 한 몫 했겠지요. 우리도 한때 3차 산업, 동북아 금융 허브 육성한다고 난리였습니다. 잘 안되어 아직도 제조업에 목을 매달고 제조업의 중요성을 외치지만, 혹시 이게 잘 됐다면 우리도 금융이 인재의 블랙홀이 됐을 수도 있겠지요. 누가 골치 아픈 수학, 물리, 공학 공부하겠어요? 은행에 취직해서 쉽게 돈 벌 수 있는데요. 요새 문과가 취직이 안되어 다시 이과가 뜨는 모양이지만, 금융 등 쉽게 돈 벌 수 있는 길이 문과에서 크게 생기기만 하면 우리도 영국의 길을 따라가지 말란 법 없습니다.

기억의집 2016-09-01 16:06   좋아요 0 | URL
전 좀 생각이 다른데,,, 미국은 영국을 반면교사 삼지 않았던 것 같아요. 레이건정부가 제조업 산업을 특히 노조에 적대시해 거의 다 파괴시켰어요. 제가 예전에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에게 투표를 하는가란 책을 읽은 적 있는데, 캔사스 같은 곳은 항공노조가 힘이 엄청 쎘고 민주당 텃밭이었는데, 레이건정부가 들어서면서 부모세대(민주당)과 아들세대(레이건 지지)가 정치성향이 확 갈라진 세대랍니다. 레이건의 인간적이 유머나 언론에서 엄청난 지지를 보내는 바람에. 레이건 정부시절 거의 모든 노조가 파괴 되고 제조업이 거의 몰락의 길을 걷게 되었는데, 그 때 레이건 정부가 제조업 파괴하면서 높은 임금을 들먹였어요. 부자들, 우파 경제학자들의 레파토리죠. 너의 같은 개돼지들에게 높은 임금을 주는 바람에 제조업으론 밥먹곤 못 살아. 이런 식으로 우파 경제학들과 언론이 떠들어대면서 미국의 제조업은 영국만큼이나 몰락의 길을 걷습니다. 다행히, 미국의 입장에서 다행이겠지만요, 클리턴이 집권하면서 금융과 함께 실리콘밸리 경제를 받들어줍니다. 사실 클린턴이 섹스 스캔들만 없었다면 아마 미국의 입장에선 유능한 대통령일 지도 모릅니다. 다른 나라와 불공정한 착취를 일삼았지만요. 클린턴 시대부터 세력을 키운 아이티가 미국을 먹여살리는 거죠. 간혹 우리가 미국을 까는 것을 보는데, 미국은 독일만큼 강한 제조업 국가는 아니지만, 세계 굴지의 회사가 거의 다 미국에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왠간한 공학 제품들 다 미국 회사에서 나온 거더라구요. 심지어 저는 디지털 카메라는 일본에서 만든것인 줄 알았는데, 미국 코닥 직원이 만든 거였어요. 코닥 필름이 미래를 못 보고 이 직원을 내치지만 말입니다. 꼭 제조업 만이 그 나라를 먹여 살리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국은 제조업은 아니지만 IT로 전세계 돈을 다 끌어 모으니깐요. 전 구글 영화 한편을 보기 위해 지불할 때마다 하아, 구굴은 이 푼돈을 전 세계 사람들 호주머니에서 다 가져가는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지불합니다.

그래서 금융업이 손쉽게 돈 번다고 그 산업만 유치한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는 겁니다.투기성 강한 부동산과 금융업이 그 나라의 주요 산업이 되면 사람이 편하게 살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 잘못 된거라는 거죠. 일부 사람만 잘 사는 거지,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팽 당하는 것이거든요. 대처가 좀 더 혜안이 있는 정치가였다면, 금융업과 제조업을 같이 살리는 쪽을 선택했어야 했다고 봅니다. 우리나라가 반면교사 삼을 나라가 영국이죠. 영국은 정말 저런 과학이론 천재들을 두고 아이러닉하게도 제조업이 몰락한 나라라는 것을 쓴 글이었어요.

blueyonder 2016-09-02 13:56   좋아요 0 | URL
미치오 가쿠의 <미래의 물리학>에 보면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언젠가 프린스턴 고등과학원을 방문했을 때 프리먼 다이슨과 점심식사를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그 자리에서 다이슨은 과학자로 살아온 자신의 인생담을 들려주다가 한 가지 불편한 사실을 털어놓았다. 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에 다이슨은 영국의 젊은 대학생이었는데, 당시 영국의 똑똑한 학생들은 물리학이나 화학 등 어려운 과학을 외면하고 재정관리나 은행가 등 돈벌이가 되는 직업으로 몰려들었다. 그들의 부모세대는 전기와 화학을 이용하여 새로운 부를 창출했으나, 정작 그들은 다른 사람의 돈을 관리하고 주무르는 일을 하고 싶어 했다. 다이슨은 이것이 대영제국의 쇠퇴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했다. 그후로 영국은 `대영제국`이라 불리며 세계를 지배했던 과거의 영광을 두 번 다시 누릴 수 없었다. (522페이지)

다이슨은 영국의 유명한 물리학자입니다. 뉴턴과 맥스웰의 나라 영국이 왜 제조업에서 망하게 되었는지 보여주는 일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처 시대를 거치며 영국의 제조업이 망가진 것도 있지만, 그 이면에는 이런 요소도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