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를 조목조목 비판하는 이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라는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생각은, 왜 우리가 일본의 제국주의 시대와 화해를 해야하는가?였다.

 

저자가 제목에 화해를 끄집어 낸 것은 박유하의 전작 <화해>와 연관해서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를 비판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일제시대의 역사는 알아도, 일본 제국주의 시대와 화해할 이유가 뭔지, 잘 모르겠다. 일본이 무릎 끓고 용서를 빌어도 용서를 해 줄지 말지하는 상황에서, 우리의 지식인이 왜 먼저 나서서 화해니 뭐니 설레발을 치는지 정말 모를 일이다.

 

2. 박유하의 <제국의 위안부>를 읽지 않는 상태에서 이런 글은 참 의미없지만, <누구를 위한 화해인가> 읽기 전만 해도 자발적 매춘이란 말에 의문이 들지 않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자발적 매춘부란 말에 자꾸 위화감이 든다.  

 

며칠 전에 미즈넷을 읽는데, 이런 게시글이 있었다. 자기가 신혼인데, 자기 남편이 부부관계할 때마다 전남친과의 잠자리를 상세하게 말해 달라고 그래야 성적으로 흥분된다고, 남편의 계속되는 요구에 글쓴이가 말해도 되는지 아니면 절대 그런 적 없다고 잡아떼야할지, 조언을 달라는 글에, 베스트 댓글이 전 남자인데요, 절대 말하지 마세요. 말하는 순간, 그 장면이 상상돼서 님 괴롭힐 겁니다, 였다. 이 베플만이 아니고 베플 세개가 다 절대 말해선 안 된다는 조언이었고, 대부분의 댓글이 절대 안된다가 주류를 이루었다. 간혹 남편이 스와핑을 목적으로 말해달라고 하는 것 같은데, 뭐 어떠냐는 댓글이 있긴 있었다(이 댓글은 내가 더 충격이었..).

 

이 게시글과 댓글을 읽는데,  성적으로 어느 정도 개방되었다는 21세기에도 한국 남자의 대부분이 여성의 성을 대하는 자세가 이렇듯 고지식한데, 과연 철저하게 유교전통의 가부장적인 40년대에 자발적으로 전쟁통에 몸 팔겠다는 소녀들이 있었을까?  과연 "전차금"을 받고 딸에게 너는 어차피 출가외인이니 몸이나 팔아 집에 보탬이 되거라, 라고 하면서 보내주는 부모가 조선땅에 20~30만명이나 존재했었을까? 아니 아니 적게 잡으면 2~3만이라도 하니깐,  최소한의 2,3만명의 부모가 자신의 딸을 매춘부로 팔아 넘기는 일이 가능했겠는가 하는 것이다. 매춘이란 직업이 뭐 그리 좋은 직업이라고 조선땅 2-3만(혹은 20~30만)의 위안부 부모가 얼씨구나 좋다,고 딸을 매춘이란 직업을 알선했겠냐는 것이다.

 

게다가 박유하는 <제국의 위안부>에서 매춘도 직업이라고 취업취업하는데, 그 시절에 여자들에게 직업이란 게 어떤 의미였고, 과연 몸을 파는 게 직업에 속해 있었냐하는 것이다. 1940년대에 여자의 취업이 가능했을려나. 미국이 2차 세계대전으로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 노동자들의 입대로 인해 여성 노동자들이 취업을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내가 즐겨보던 미드 <콜드 케이스>의 여러 에피소드를 보면 60년대 초중반 여성의  사회적, 성적 지위조차 전반적으로 상당히 보수적이어서, 끽해야 여성이 일할 수 있는 곳은 비서나 전문적인 타자수정도였고, 성적으로도 자유분방한 것이 아니고 고등학교 졸업과 동시에 결혼하는 것이 성적 욕망의 해결이었던 같던데.

 

우리 나라 40년대 부모들은 자신의 딸을 취업시키기 위해, 아니 돈 벌러 오라고 피도 눈물도 없이 매춘부로 전락시킬 수 있나. 이 정도면 성적으로 상당히 진보된 역사적  한 획인데, 어찌 우리는 21세기에 미즈넷의 댓글은 거의 안된다라고 조언했을까.우리들 부모 세대 전인 40년대에 21세기의 네덜란드처럼 매춘을 인정했는데 말이다. 이 정도면 박유하의 자발적 매춘부 주장은 정말 웃기는 21세기 개그 아닌가.

 

일본정부나 박유하의 말장난에 짜증스럽긴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일본 제국주의와 화해할 이유는 전혀 없다,라는 생각만 굳건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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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7-21 0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07-21 15: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6-07-21 13:46   좋아요 0 | URL
우리나라가 일본을 이길 수 없는 게 뭔지 알 것도 같네요.
그 미즈넷의 예를 보니 정말 우리나라 남자들 겉으로만
잘난 척하지 잠자리는 영 그런가 봅니다.
자기 와이프도 만족시킬 자신도 없는 인간이 그건 알아 뭐하겠으며
장가는 왜 갔는지 모르겠네요. 남들이 가니까 나도 가 보자 뭐
그런 빤한 거 같습니다. 헐~

기억의집 2016-07-21 15:30   좋아요 0 | URL
읽어보면 좀 그렇긴 하더라구요. 아니면 여자가 순결한지 아닌지 직접 물어보기 그래서 저런 식으로 저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요. 미친 놈이죠. 결혼까지 했으면 묻어두고 결혼 후 순결이 중요한거지. 저거 알아서 뭐하나 싶더라구요.

일본은 뭐랄까. 제가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시절의 소설을 다 읽었잖아요. 그 소설 읽어보면 일본은 신분제가 굉장히 다져져 있고 전문화가 잘 된 나라인데.....굉장히 정체되어 있다는 느낌이 받아요.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는데, 딱 일본이 그런 스탈이더라구요. 아마 기업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쟤네들 기업이 시대 흐름을 못 타는 이유가 있더라구요.

서니데이 2016-07-22 15:55   좋아요 0 | URL
박유하의 이 책은 아직 재판 중인 것 같은데 저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어요.
기억의집님 좋은하루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