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마침내 그대 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려던 순간 밖을 보니, 첫 눈다운 눈이 내리네요.
하얗게 내리는 눈 보니, 김경미 시인의 말대로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많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침부터 검색해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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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12-03 10:41   좋아요 1 | URL
깜짝 놀랐어요!
여긴 지금 햇볕이 쨍쨍하여 햇살이 많이 들어오는쪽 거실 한 켠에 앉아 빨래를 개키다가가 북플에 올라오는 첫 눈 소식에 멍하니 이곳 땅덩어리가 참 넓구나!생각되어지네요?
첫 눈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도 참 좋을 것같아요!
잘지내시죠?^^

기억의집 2015-12-03 11:54   좋아요 0 | URL
나무님, 그 쪽은 눈 안 와요? 여긴 방금 전까지 쏟아질 듯 내렸어요. 지금 잠깐 멈췄는데, 멈췄다 내렸다를 반복하네요.

그러니 미국이나 중국은 뭐... 말 할 것도 없을 것 같아요.

그러지 않아도 경남도지사 소환주민투표를 위한 서명 운동 마쳤다길래 나무님 생각 났네요. 전 소환투표 안 하기로 했나보다 했어요. 하도 뒷소식이 없어서... 나무님도 잘 지내시고, 어머님은 좀 어떠세요?

2015-12-04 09: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아영엄마 2015-12-03 10:47   좋아요 0 | URL
새벽에 밖에 볼 때는 어두워서 눈 내리는 줄도 모르고 둘째는 우산도 안 들려보냈네요. -.- (밤에는 눈이 그쳐야 할텐데...)
기억님 글 눈에 띄어서 지금 창 내다보는데 눈이 정말 펑펑 옵니다~

기억의집 2015-12-03 11:59   좋아요 0 | URL
저도요. 애들 모두 우산 안 가져 갔는데, 둘째와 학교가 코 앞이니 걱정없는데, 아들애가 문제네요. 그나마 비가 아니라 눈이여서... 눈 맞고 와야지요. 요즘 염증때문에 신경 많이 쓰고 있긴 한데, 요거 맞는다고 감기 걸리지 않겠죠?!

거리는 눈이 안 쌓이고 차위에만 눈이 쌓이네요. 나주엥 저 차들 어쩌면 좋을까 싶네요...

blanca 2015-12-03 11:09   좋아요 0 | URL
아, 너무 좋네요.

기억의집 2015-12-03 12:00   좋아요 0 | URL
그쵸! 저는 한국 소설은 아예 안 읽는데(요 몇년 이게 더 심해서 아예 안 읽어요), 시는 아무래도 감성적인 부문이 있어서 그런가, 읽게 되더라구요. 예전에 비하면 지금 많이 읽지는 않지만, 그래도 시가 좋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