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눈
마침내 그대 편지가 오고 천천히 밖으로 나선다
하늘이 낮고 흐리고 어둑하니 자꾸 뒤돌아본다
무엇을 하고 싶은대로 다했고 무엇을 못했을까
뱀의 머리위를 지나듯 살라 했건만 낙엽밟듯 살아왔을까
선한 눈빛이 가장 깊은 것인줄 이제야 알겠거니
너무 많이 화를 내거나 울어왔던가
생각할수록 시간이여 미안하다 미안하다는데
창밖으로 문득 첫눈 쏟아지네
희디 흰 형광가루들 순간 점등되는 지상
낮고 흐린 하늘이 떨어지면서 저리 환한 눈송이
되는 이치를 아무래도 그대와 걸으며 생각하노라면
첫눈 밟듯 살다보면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너무 많았다고 따뜻한 눈물 글썽여지리라.
설거지하고 청소기 돌리려던 순간 밖을 보니, 첫 눈다운 눈이 내리네요.
하얗게 내리는 눈 보니, 김경미 시인의 말대로 삶은 거저 내준 게 처음부터 많았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아침부터 검색해 오랜만에 읽어보는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