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 며칠 인터넷 뉴스를 달구고 있는 윤창중 기사 읽다가, 어제 다음 메인에 뜬 안젤리나 졸리의 유방제거 및 복원수술 기사 읽고 멍 때렸다. 기사에는 졸리의 모친이 젊은 나이로 유방암으로 사망했고 자신 또한 유방암을 막기 위해 절제 수술을 했다는 기사였는데, 실제는 그녀가 뉴욕타임즈의 오피니언에 기고한 글을 바탕으로 짧게 내보낸 것이었다.
http://www.nytimes.com/2013/05/14/opinion/my-medical-choice.html
한순간 멍 때린 게 모친이 유방암으로 사망했고 혹시나 그 유방암을 일으킬 지 모를 확률 때문에 자신의 가슴을 절제한다는 게 말이 돼? 란 생각이었다. 뉴욕타임즈에 실린 졸리의 기고문을 읽어보면, 이런 말을 한다. Only a fraction of breast cancers result from inherited gene mutation. Those with s defect in Breca1 have a 65percent risk of getting it, on average. 유방암의 일부는 유전된 돌연변이 유전자의 결과이다. 브리카(Breast와 Cancer의 첫자를 딴 합성어)1를 가진 사람들은 보통 65%의 유방암 위험을 안고 있으며 자신이 유전자 테스트 결과 브리카1의 인자를 가지고 있고 유방암 발병 확률이 높다고 말이다.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처한 현실을 인지하고 가슴절제 수술을 받기로 결심했다고 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유방암에 대한 공포 때문에 그리고 자신의 엄마가 첫 손주를 만나지도, 안아보지도 못했다고, 자신은 엄마처럼 되고 싶지 않다고, 발생되지도 않는 유방암 때문에 가슴을 절제한다는 것은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유전자가 뉴스에서 다뤄지는 것은 대개 질병과 관계있을 때다. 신문 기사가 '알츠하이머 유전자',' 유방암 유전자', 심지어 ' 비만 유전자'의 발견을 선언하는 제목들 달고 있는 경우도 많다.......
이런 까닭에 우리는 많은 유전자의 주된 기능이 병을 일으키는 것이라는 가정을 받아 들이기 쉽다. 하지만 과학 저술가 매트 리들리가 지적했듯이 이런 생각은 심장병으로 심장을, 아니면 당뇨병으로 이자를 정의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일이다. 헌팅턴 무도병의 유전자는 그 파멸적인 신경계 질환에 걸린 사람들만 갖고 있는 게 아니다. 우리 모두 그것을 갖고 있다. 차이점이라면 헌팅턴 무도병 환자들은 파괴적인 돌연변이가 일어난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그들은 병원 유전자를 갖고 있다.
이런 병, 저런 병의 유전자로 표현되는 많은 유전자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예컨데, BTICA1과 BRICA2 유전자는 유방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것이 확인되어 이름까지 병명을 따라 지었다. 돌연변이 유전자를 지닌 여성들은 생전에 유방암에 걸릴 위험성이 80%에 이를 정도로 매우 높다. 하지만 말뜻 그대로 적어도 20% 보인자는 유방암에 걸리지 않는다. 이런 유전자들은 불완전하게 침투한다. 질병에 영향을 주지만 반드시 병을 일으키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p 124~126
졸리가 브리카1의 위험인자의 발병 공포때문에, 너무 앞서가는 것은 아닌지 싶다. 나이가 있다보니, 주변 사람들이 암이 많이 걸린다. 이 책의 저자는 암은 유전자 병이고 많은 사람들이 암에 걸릴 정도로 오래 산다는 말을 한다(이 책에 대한 리뷰는 http://blog.aladin.co.kr/760031175/6332949).
특히나 유방암이 여성 질환이라 주변에 유방암에 발병한 지인들이 제법 된다. 초기 유방암 발견으로 가슴을 절제하고 십년 이상 아무탈 없이 사시는 분들도 있고 유방암 발병 이년만에 돌아가신 분도 있고 지금 유방암 발병으로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는 지인도 있다. 그녀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왜 유방암에 걸렸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유방암 예방법에서 제시하는 여러 가지 수칙, 예를 들어 모유 수유하고 적절한 식이요법과 운동을 했는데도 왜? 자신에게 유방암이 발병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한다.
저 책의 저자 마크 핸더슨이 썻듯이, 암은 누구에게나 걸린다. 단지 암의 발병 스위치가 언제 작동할지 그 시기를 모를 뿐. 주변 예를 들어보면, 엄마의 친구분이 작년에 유방암으로 돌아가셨다. 이년 투병 생활을 하셨는데, 유방암이 발병한 나이가 70대 초반이셨다. 그 분의 딸 또한 40대에 유방암 초기 진단을 받고 절제하고 지금은 완치 통보를 받으셨다.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그 분의 따님은 모친에게서 유방암 발병인자는 브리카1,2를 물려 받았을 것이다. 두 사람의 차이라면 브리카1,2가 언제 발병되었는가일 뿐이다. 딸은 40대에, 모친은 70대에 유방암 발병 스위치가 켜졌다. 어떤 환경적인, 내적인 원인이 그녀들의 시기를 갈라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암의 스위치가 언제 작동되고 꺼져 있을 지, 인생의 확률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우리는 대체로 브리카1,2에 대한 유전인자에 대한 정보를 잘 모르고 티비에 나오는 건강상식 정보만을 접하고 그 정보만으로 암의 예방과 치료법에 대해 판단하곤 하는데, 졸리의 기고문을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유방암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있었으면 하지만,
졸리의 의학적 선택이 잘한 것인지는 판단보류이다. 암에 대한 공포는 누구나 다 가지고 있다. 졸리도 암에 대한 공포 그리고 죽음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가슴 제거와 함께 그녀는 공포도 제거되었다. 기고문에 "유방절제술을 받은 후 내가 유방암에 걸릴 확률은 87%에서 5%로 감소했다. 이제는 내 아이들에게 '더이상 유방암으로 엄마를 잃을 걱정까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라고. 많은 권위있는 의사들과 상담을 하고 자신도 브리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찾아 보고 내린 용기 있고 결단있는 의학적 선택이었겠지만...... 앞서 말한 대로 너무 성급한 결정이 아니었는가, 싶다.
유방암을 제거했더라도 그녀은 다른 암에 대비해, 무 자르듯 자신의 다른 장기 또한 제거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