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가 책으로도 출간되었구나. 혹시나 싶어 알라딘 상품에 검색해 봤더니 책과 ost 모두 발간되었다. 사실 읽을 만한 가치가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류승룡의 연기 때문에 영화는 좋았다. 요 몇년간 영화 보기는 곧 공포라는 등식이 성립되었던 내게 류승룡의 영화를 찾아 보자는 결심까지 하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10,20대 시절 영화광이었던 내가 영화를 멀리 하게 된 것은 아이들을 키우기 시작할 때부터였던 것 같다. 간간히 애 키우면서 몇 년에 한편씩(애니빼고) 보긴 했지만, 즐겨 보게 되지는 않았다. 영화의 흐름도 요즘 활발하게 활약하는 배우가 누군지 잘 모른다. 심지어 천만 넘은 영화 <아바타>빼고 다른 영화들은 극장가서 본 적이 없다. 당연히 이 영화의 주인공 류승룡도 몰랐다. 요즘 충무로에서 뜨는 조연배우였다는데도, 출연한 영화를 단 한편도 본 적이 없다. 지난 12월에 딸아이랑 <몬스터 호텔> 볼 때 광고타임에 이 영화가 소개되었는데, 류승룡 어쩌고 저쩌고 해서, 류씨는 승자 돌림인가보다,라고 생각할 정도였다. 하핫.
그러다 아이들이 봄방학인데, 영화 한편 보자고 해서 고른다 고른 영화가 <7번방의 선물>이었다. 영화 리뷰 읽어보니 신파에, 뻔한 이야기에, 이런 영화를 눈물 흘리고 봤냐는 냉소와 비웃음에, 있을 수 없는 말도 안된다는 반응 등등 안 좋은 평가만 읽고 아, 이걸 봐야하나..또 2시간 몸을 비비 꼬겠구나 싶었지만 아이들하고 볼만한 영화가 없어 예매하고 조카까지 데려가 봤다.
난 안 울 줄 알았다. 감성이 여리지 않고 감정이 메말라, 영화 내용이 뻔하는다 말에 울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래서 휴지 한 장 안 챙겨 갔는데, 막판에 많이 울었다. 감독이 영화를 많이 봤는지 여기저기 따온 비슷한 장면이 많다는 것을, 깝죽거리고 뻔한 스토리라는 것을 보는 내내 알아챘지만, 영화의 마지막 장면 류승룡 때문에 울었다. 류승룡이 자신의 사형일 마지막 날 딸 예승이를 꼬옥 껴안는 장면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지금도 그 장면을 생각하면 눈가에 눈물이 핑 돈다. 어쩜 아빠가 딸을 껴안은 장면은 이 영화 저 영화에서 지겹도록 많이 나온 클리쉐인데, 류승룡의 표정연기때문에 안 울 수 없었다. 지적 장애인이면서 자신의 딸을 누가 보살펴야하는 걱정과 딸에 대한 미안함과 안타까움이 그 파르르 떨리는 얼굴에 진심으로 나타났는데, 그 때의 표정 연기는 그 배우 아니면 절대 표현해 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가 한눈에 혹가는 잘 생긴 배우(뭐 내딸 서영이에서 이상윤처럼)가 아니였고 영화 첫 장면에 류승룡의 연기가 못 미더웠는데(왜냐하면 <아이엠 샘>을 자꾸 흉내내는 것 같아서), 영화가 진행되는 동안 이 배우 믿을만 하다에서 마지막 딸 예승이를 꼬옥 껴안는 장면에선 이 배우 아니면 정말 저렇게 파르르 떨리는 얼굴 표정만으로 이렇게 자신의 슬픔을 표현해내지 못할 것이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정상인처럼 딸을 떠나보낼 때의 그런 표정이 아니였어요. 정말 딱 지적장애인의 표정 연기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감동이 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우리 애들은 그 장면에서 울지 않았는데, 그건 나도 그 배우만큼 나이를 먹었고, 류승룡이란 배우도 자신의 나이의 연륜에서 나오는 연기를 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집에 돌아와 제일 먼저 류승룡이란 배우에 대해 검색해 보니 <활>이나 <내 아내의 모든 것>에 출연했더군요.
이 영화의 류승룡의 연기를 보니 그의 다른 영화도 보고 싶어졌다. 20대 시절처럼 영화의 구조니 이런 식으로 영화를 바라보고 싶지 않다. 잘 생기지도 멋지지 않지만, 묵묵히 연기를 위해 자신의 모든 삶을 바쳐 온 영화인의 열정어린 연기만 있어도 영화가 살 수 있다는 것을 이 영화를 보고 알았고, 우리 나라에 이런 연기 잘 하는 배우가 있다는 것만으로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는 점에서, 연기 잘하는 배우가 우리 나라 영화계의 커다란 자산이구나 싶었다. 언제 이렇게 우리 나라 영화계에 이런 배우가 있었는지... 그의 연기에 대한 열정과 걸어온 험난했던 길이 이렇게 좋은 결과로 보상 받는구나 싶어 류승룡이란 배우에게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