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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요네자와 호자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사건의 트릭에 사로잡혀 결국엔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의 정황이 트릭 속에 빨려 들어가는, 트릭 중심의 이야기를 펼치는 빈 껍데기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이 작가를 다시 보기로 했다.
이 작가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하는 열망이 평범한 독자인 나에게도 느껴진다. 뛰어난 캐릭터의 심리묘사나 인간에 대한 사유적인 성찰이나 군더더기 없는 스피드한 이야기의 전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작품마다 뛰어난 인물묘사나 심리 묘사같은 정통 글쓰기 기법은 이 작가에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미스터리의 트릭을 작가가 요요처럼 화려하면서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가, 그게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목적이라는 것을, 작가의 작품색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았다.
이 작품 또한 놀라울 정도의 캐릭터 묘사라든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작가적 이야기 상상력은 결여되어 있지만, 구성적인 아이디어가 뛰어난 작품이다. 다섯개의 짦은 수수께끼 이야기가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제목에 나온 그대로 다섯개의 이야기를 쫒아 가다보면 합류된 사건 해결의 종착점이 보이고 그 종착점에서 서서 쫒아 온 다섯갈래의 길을 되짚어 보면 그 길의 지형이 환히 보인다. 끝나는 지점에서 약간의 씁쓸한 기분을 맛보긴 하지만, 그건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서 좀 더 스케일이 큰 미스터리에 이 구성을 썼다면 좋았을 걸하는 쓴 맛일 뿐이다.
다음 작품에서 그는 또 어떤 트릭을 자유자재로 보여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