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오단장
요네자와 호노부 지음, 최고은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평소 요네자와 호자부의 작품을 읽으면서, 이 작가는 사건의 트릭에 사로잡혀 결국엔 사건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의 정황이 트릭 속에 빨려 들어가는, 트릭 중심의 이야기를 펼치는 빈 껍데기의 작가라고 생각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이 작가를 다시 보기로 했다.

 

이 작가는 자기만의 작품세계를 가지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고, 좋은 작품을 쓰고 싶어하는 열망이 평범한 독자인 나에게도 느껴진다. 뛰어난 캐릭터의 심리묘사나 인간에 대한 사유적인 성찰이나 군더더기 없는 스피드한 이야기의 전개를 말하는 게 아니다. 작품마다 뛰어난 인물묘사나 심리 묘사같은 정통 글쓰기 기법은 이 작가에게 중요하지 않다. 어떻게 하면 미스터리의 트릭을 작가가 요요처럼 화려하면서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는가, 그게 이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목적이라는 것을, 작가의 작품색이라는 것을 이 작품을 통해 알았다.

 

이 작품 또한 놀라울 정도의 캐릭터 묘사라든가, 시대와 세대를 초월하는 작가적 이야기 상상력은 결여되어 있지만, 구성적인 아이디어가 뛰어난 작품이다. 다섯개의 짦은 수수께끼 이야기가 사건과 어떻게 연결되고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제목에 나온 그대로 다섯개의 이야기를 쫒아 가다보면 합류된 사건 해결의 종착점이 보이고 그 종착점에서 서서 쫒아 온 다섯갈래의 길을 되짚어 보면 그 길의 지형이 환히 보인다. 끝나는 지점에서 약간의 씁쓸한 기분을 맛보긴 하지만, 그건  이야기 구성이 뛰어나서 좀 더 스케일이 큰 미스터리에 이 구성을 썼다면 좋았을 걸하는 쓴 맛일 뿐이다.

 

다음 작품에서 그는 또 어떤 트릭을 자유자재로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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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2-06-21 1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판의 퍼즐같은 작품"(?) 님 리뷰 읽으면서 이런 생각했는데, 퍼즐같네, 라는 게 쫌 진부하지만 가능한 표현일까요? 이 작가 작품 하나도 읽은 게 없는데, 부러진 용골 쓴 사람인가보네요.. 표지가 참으로 감각적, 쩝쩝
요요,처럼 자유자재라 하니, 아들 생각나요. 요요에 대한 열망은 하늘을 찌르는데, 어쩜 그리 감이 없는지, 비슷하게 생겨먹은 요요들만 집에 나뒹굴어요. 근데, 아이는 자기가 요요를 초등생 형아들처럼 못하는 게 실이 길어서,라고 생각하는지 가위로 자꾸 줄을 짧게 만드네요.

기억의집 2012-06-20 20:53   좋아요 0 | URL
이 작가는 작품이 퍼즐같아서 전체적으로 놓고 봐야하더라구요. 재밌어요. <인사이트밀>이란 작품을 첨으로 읽었는데, 정말 그 작품에서 남는 것은 트릭밖에 없었어요. 재밌긴 한데,,,,트릭의 기법이 너무 강해서 속 빈 강정같은 느낌의 작가였어요. 작품을 구성할 때 중점적으로 고민하는 게 아마 트릭을 어떻게 배치할 것인가?일 것 같아요.

요요를 자유자재로 화려하게 볼거리로 만드는 사람들이 있더라구요. 저같은 범인은 그런 재주가 없는데, 이 작가가 그런 요요처럼 화려한 기법을 선보이는 작가가 아니가 싶었어요. 울 딸 요요 삼만원짜리 사달라고 조르는데 들은 척도 안 하고 있어요. 울 애들도 요요 줄 자르던데... 애들 맘은 비슷한가 봐요.

2012-06-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렇군요. 구성의 묘미를 자기 작품세계의 목표로 하는 작가로군요. 왠지 땡깁니다. 그런 작품을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한 번 읽어봐야겠습니다.^^

기억의집 2012-06-20 20:56   좋아요 0 | URL
네~ 맞아요. 자아성찰이나 캐릭터간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 이런 것에 능한 작가는 아니여요. 예전에 그런 요소가 웰메이드 소설이라고 착각할 때가 있었는데, 작품을 더 오픈해서 보니깐 이 작가는 자신의 창작 능력을 정말 잘 아는 작가더라구요.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소설적 요소를 잘 적용하는 작가랄까. 정말 부러워요. 이런 작가들이 있는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가.^^

시골 도서관에 없겠지요. 흐흐.

아영엄마 2012-06-21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작품 나름 재미있게 읽었어요. 이 작품 읽고 나서 작가의 다른 작품도 간간이 사보는 중이에요. 근데 저는 미미여사나 고타로의 작품을 선호하는 반면 큰 아이는 게이고의 작품을 선호하는 경향이네요. 추리소설의 묘미인 반전과 트릭 같은 걸 중시하는지 어제는 엄청난 반전을 보이는 작품 없냐고 묻더라구요.

기억의집 2012-06-21 13:01   좋아요 0 | URL
엄청난 반전, 지금 저도 머리 굴리고 있는데 딱 떠오른 것이 없네요. 최근에 유리고코로 읽었어요. 그것도 반전이라면 반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따스한 반전이요. 전 이제 게이고는 신간이 나와도 클릭하지 않는 것 같아요. 나중에 신참자나 도서관에서 빌려 읽어야지 하고 있기는 한데. 미미와 고타로는 저도 좋아해요. 고타로는 에스오에스 원숭인가 그거 읽고 실망해서 약간 주춤하기는 해요.

책읽는나무 2012-06-21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기를 떡 주무르 듯이 하는 작가인셈이로군요?
음~
제가 볼땐요.
님도 엄청 떡 주무르 듯이 살살~~
쫀득쫀득한 맛이 나게끔 페이퍼를 쓰시는 것 같아요.
올리시는 글마다 책을 다 읽어보고프거든요.ㅠ

헉~ 민방위 어쩌고~ 2시부터 전국적으로 절전 동참하자고 방송 나오네요?
컴을 꺼야되는군요~~ㅠ
님도 들으셨어요??ㅋㅋ

기억의집 2012-06-21 15:11   좋아요 0 | URL
아뇨, 전 그런 관제 방송 나오면 쌩까는데~ 큭큭.
하든 말든 니네들끼리 잘 해봐라 이래요. 간만에 집에 있는 거라(주로 평일 이 시간엔 엄마네 있어요) 컴을 끌 수가 없어요. 알라딘 다니고 다음 미즈넷 좀 보고...흐~

재밌긴 한데 너무 자극적이라서..... 이걸 애들한테 읽으라고 권하긴 민망해요. 자극적인 장면들만 빼면 이야기 전개는 참 좋은데. 전 그래도 경찰소설은 요코야마 히데오가 더 좋은 거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