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살과 11살된 아들애와 딸아이가 아이패드에서 틀어대는 음악소리가 이젠 듣기 거북하다. 거실에서 쩌렁쩌렁 울려 퍼지는 음악소리가 소음으로 느껴지지만, 꾹 참는다. 아이들이 음악을 좋아할 만한 시기라고 생각해서이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 또래에 라디오를 하루 종일 끼고 살았으니깐. 다른 게 있다면 내가 라디오 세대였다면 아이들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음악을 선곡해서 듣는 아이패드 세대라고 해야하나. 뭐 어쨌든.
돌이켜보면, 내가 처음 대중음악을 들었던 것이 11살 겨울 방학이었다. 노래 제목은 기억나지 않지만, 바카라라는 아바와 비슷한 음악을 했던 유럽가수였다. 바카라를 시작으로 음악의 지평은 빠른 속도로 넓어져 갔다. 아바, 올리비아 뉴톤 존, 신디 로퍼, 마돈나, 레드 제플린, 디오, 브루스 스프링필드, 크림등 쟝르에 구애받지 않았다. 나에게 청소년 시절은 힘들었던 시기였기에 음악은 나에게 자유이자 위로 같은 무형의 존재였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10살 이전, 이후의 아이들은 확실히 다르다.10살이 넘으면 십대의 아이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서서히 자신의 정체성을 만들어낸다. 10살 이후에는 몸과 함께 정신적, 심리적으로 성장해갔다라는 말도 될 것이다. 그 때 대중음악의 그 어떤 감성적인 측면이 그 아이의 감성과 맞아 떨어지는 부분이 있어 귀가 열릴 수 있다. 모든 아이들의 감성이 대중음악과 맞아 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평생 대중음악이 들리지 않을 수 있으며 싫어할 수도 있다. 아이들마다 수용하는 시기와 방식은 다 다르다. 어떤 아이는 11살이 되자마자 자신이 좋아하는 대중음악을 찾아낼 수 있고 어떤 아이들은 18살이 넘어도 무관심 할 수 있다. 또한 어떤 아이들은 팝이나 락을 좋아할 수 있고 다른 아이들은 클래식이나 재즈를 더 선호할 수도 있다. 10대의 마음이 음악에 대해 어떻게 작동하는지는 그건 그 아이의 감성과 귀에 달려 있다. 어떤 분야둔, 그게 음악이든, 미술이든, 운동이든 간에 아이가 반응할 수 있는 시기가 있는 듯 하다. 일단 마음이 어떤 분야에 작동하기 시작하면 귀가 열리고(음악), 눈이 반짝이고(미술같은 시각적인 것), 근육이 활발하게(운동이나 댄스종류) 움직이는 것이 아닐까. 귀가 있다고 모든 음악을 좋아하는 것이 아닌 것은 마음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마음은 그 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어느 시기에 마음의 센서불이 켜지는 것인지 그건 아무도 모르는 것일지도 모른다.
다만, 아이들의 마음의 작동이 서서히 세상을 포용하기 시작하는 것이라면, 나이듦은 서서히 그 작동이 느릿느릿 움직이며 멈추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10,20대 그렇게 열렬하게 좋아했던 음악(심지어 메탈까지도, 메탈리카 엄청 좋아했던 이십대를 떠올리면 벙긋 웃음이 나올 정도)이 요즘은 크게 와 닿지 않고 매력적이지도 않는다. 요즘은 주로 아침에 설거지나 청소하면서 클래식이나 재즈같은 조용한 음악을 듣는다. 어느 날엔 무음의 소리도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보수화가 되어 간다는 것은 이렇게 세상의 모든 흥미롭고 경쾌하고 신나는 것에서 서서히 귀가 닫혀가는 것이 아닐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