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를 주문했다. 어제 알라딘MD님의 글도 자극을 주긴 했지만 거금을 순식간에 쓰게 만든 요인은....이게....이게 다 <픽사 이야기>때문이다. 그 전에 그러니깐 <지의 정원>에서 다치바나가 <바람계곡 나우시카>에 대한 극찬의 글을 읽어 급 당기기는 했지만 결국 검색까지 가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나중에 검색해보자, 이러고만 있다가 까먹었다.

그러다가 <픽사이야기> 막판에 미야자키 하야오가 픽사를 방문한 에피소드에 이르러......... 나는 하야오에 퍽 가버리고 말았다.  

2002년 9월, 일본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가 픽사를 방문했다. 이 일로 <니모를 찾아서> 제작 작업은 잠시 중단되었다. 미야자키는 <루팡3세: 칼리오스트로 성의 비밀>, <이웃집 토토로>, <원령공주>등으로 일본에서 인기가 높은 감독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애니메이션 종사자들 사이에서도 매우 유명한 인물이었다. 

레스터는 젊은 시절에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까지 포함한 모든 연령들의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 잡는 그의 작품에서 많은 영감을 얻었다. ..................... 

이어 래스터는 방문객들을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갔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꽉 들어찬 선반에는 온갖 장난감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한쪽 벽의 어떤 구획에는 레스터가 직접 이름을 붙인 '미야자키 전당'이 있었다. 미야자키가 창조한 캐릭터의 커다란 인형과 <이웃집 토토로>의 포스터가 먼저 눈에 띄었다. 점심을 먹은 뒤에 래스터는 회사 안에 있는 극장에서 미야자키의 단편 영화 <메이와 고양이버스>기면 시사회를 가졌다. 픽사의 전 직원들은 웃음과 환희 속에서 영화를 보았고, 극장에 불이 들어올 때는 위대한 감독을 향해 기립박수를 보냈다. 

래스터에게 싹싹한 성정을 물려준 게 분명한 그의 아버지 폴은, 그 일본인이 아들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준 감독이라는 것을 알고 무척 반가워했다. "정말이야? 그렇게 중요한 사람을 만나다니 정말 기쁘구나!" 

"감독님께서 어제 제 스토리 릴을 조금 보셨다고요?" 래스터는 봄에 개봉할 <니모를 찾아서>이후 차기 작품이 될 버드의 영화 스토리 릴 가운데 한 부분을 미야자키에게 보여 주었고, 이런 사실을 버드에게도 알렸던 것이다. 버드는 평소와는 다르게 잔뜩 긴장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말이 되겠습니까? 아니면, 말도 안 되는 또 하나의 미국 영화가 되겠습니까?"

(361~365p)

몇 페이지 되지 않은 미야자키 하야오의 픽사 방문 에피소드였지만, 픽사 직원들은 흥분했고 특히나 픽사의 제일 큰 우두머리 존 래스터의 하야오와의 만남, 그 흥분과 짜릿함이 저 짦은 글 속에도 전달되는 것 같았다. 미국영화계에서도 특히나 애니쪽에서의 하야오의 영향력은 절대적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하야오의 만화가 유럽영화제에서 상도 받고 유럽아이들에게 인기 대폭발이다,라는 소식은 자주 접하지만 미국내에서 그것도 해당 종사자들조차 그에 대한 존경심이 그대로 드러나는 대목이어서 새삼 하야오의 애니의 영향력에 놀랄 따름이다.  왠지 미야자키 하야오에게 벌벌 기는 느낌이.   

덧: <픽사 이야기>책 제본 너무 엉망임, 나중에 사진으로 보여주겠지만 비싼만큼의 값어치를 전혀 하지 않은 책이었다. 이렇게 책 제본이 거지같은 책은 내 독서이력중에서 처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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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7-31 12: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7-31 21: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blanca 2010-07-31 18:57   좋아요 0 | URL
신혼시절 남편이랑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를 다운받아 열심히 보던 기억이 나네요...넘 좋았어요. 이웃집 토토로...를 보며 말도 안되는 노래도 하나 개작해서 부르면서 식물도 막 키우고 그랬었는데^^픽사에서 이런 대우를 받았군요.

기억의집 2010-07-31 21:20   좋아요 0 | URL
그게 저는 아이들에게 하야오의 작품을 다 보여주었어요. 저의 애들은 나이가 어려서 전부 다 좋아하지는 않지만 붉은 돼지는 별로였는데,센과 치히로와 움직이는 성인가 하는 작품은 20번도 더 넘게 본 거 같아요. 아이들과 저를 연결해 주는 감정이 이런 것이 아닐까 싶어요. 블랑카님과 부군의 연결된 감정의 추억처럼.

꽃핑키 2010-07-31 23:33   좋아요 0 | URL
ㅎ 저는 워낙 아는게 일천해서 ㅋㅋ 책 표지나, 폰트, 디자인 ㅋㅋ 요런것들에만 관심가져봤지ㅋㅋ 제본 상태같은건 ㅋㅋ 생각해본적없는데요 ㅋㅋ 책 제본이 거지같다는 표현은 기억님께 첨들어봐요 하하 ㅋㅋ 출판사에 계시는분이 봤다면 상처받을 수도 있겠지만 ㅋㅋ 저는 그래서 더 궁금해지네요 ㅋㅋ 얼마나 거지같길래? 하면서 ㅋㅋ 말예요 ㅋㅋ
예전에 ㅋ <픽사>도 모르다니? 하며 핀잔먹은 적이 있는데;; ㅋㅋ 픽사보다. <미야자키 하야오>가 더 대단하군요?? 우와! ㅋ

기억의집 2010-08-02 09:43   좋아요 0 | URL
핑키님 주말은 잘 보내셨어요?! 저도 출판은 잘 몰라 아는 것은 없어요.근데 이 책은 읽으면서 책등이 자꾸 앞으로 밀려나서 무척이나 읽는데 고생했어요. 책은 두껍지 책이 앞으로 밀려나오려 하지.... 다른 분들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제 책만 그러는 것인지.
미야자키 하야오는 아마 전설이 될 것 같아요^^

2010-08-02 15: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8-05 11:06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