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서서히 진화해왔다 - 찰스다윈 자서전
찰스 다윈 지음, 이한중 옮김 / 갈라파고스 / 2003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1854년 9월부터는  종의 변환과 관련된 내 방대한 기록을 정리하고 관찰하고 실험하는데 모든 시간을 쏟았다. 비글 호 항해를 하는 동안 난느 남미 대초원에서 현존하는 아르마딜로의 갑옷같은 가죽과 비슷한 외피로 뒤덮인 동물을 발견하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두 번째로는 서로 유사한 동물들이 대륙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번갈아가며 나타나는 방식을 보고 놀라워했다.세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점은 갈라파고스 제도의 생물 대부분이 갖고 있는 남미적 특성, 특히 제도의 각 섬마다 생물종이 조금씩 다르다는 사실이다. 이런 섬들은 지질학적 의미에서는 그다지 오래된 섬이 아니었던 것이다.   

다른 여러가지와 함께 이러한 사실들은 종이 서서히 변화해왔다는 전제에서만 설명이 가능하다는 점이 분명해졌고 이러한 생각은 나를 사로잡았다. 마찬가지로 분명했던 점은, 모든 종류의 유기체가 자기의 생종습성에 아름답게 적응해가는 수 많은 사례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주변 환경의 영향이나 유기체 자체의 의지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이런 적응능력을 보고 늘 감탄했으며, 그것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 때까지는 종이 변해왔다는 간접증거 정도만 증명하려는 시도조차 부질없이 보이기까지 했다(146p)

독일의 한 편집자에게 의뢰받아 쓴 다윈의 소자서전이라고 할 수 있는 이 작품은, 한 때 여러 선생님이나 아버지도 나를 아주 평범한, 지적인 면으로는 보통 수준보다 약간 모자라는 소년으로(27p), 간주되었던 다윈이 어떻게 진화라는 위대한 업적을 남겼고 그가 진화를 생각하게 된 연결고리가 무엇이었는지를, 간략하게나마 알 수 있는 작품이다.   

부유한 의사아버지 덕에 다윈은 편부와 누이의 보살핌을 받으며,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으며 친가와 외가 모두 동시대에 학문적으로 맹위를 떨친 사람들이 많아 지적인 분위기 속에서 성장했다. 어린 시절, 그는 거의 모든 시간을 사냥과 낚시를 하며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냈으며(특이한 사항은 이 자서전에서 어린 시절의 자연 속에서 같이 논 친구에 대한 언급은 없다. 여러 친구들하고 어울리기보다는 혼자 즐긴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런 영향으로 그는 대학시절에도 자연과학를 가장 선호하게 되었지만 그의 아버지는 그의 지적 능력에 의심을 떨구지 못해서 그에게 성직자가 될 것을 주문했다.  

다윈은 과학자로서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는지, 아버지의 말씀대로 성직자 교육을 받게 될 결심을 한다.  성직 교육을 받는 도중, 그는 비글호 항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었고 비글호에 타는 것을 반대하는 아버지를 설득해, 드디어 1831년 항해의 길에 올라 5년간 세계를 돌며 탐사를 하게 된다. 그는 항해길에도 자신이 탐사했던 관찰기록을 가족들에게 보냈고 그 기록은 후에 세상을 뒤흔든 책, <종의 기원>이 탄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되었다.   

비글호를 타고 5년간의 탐사 속에서 관찰과 사실 기록, 그리고 자연 관찰 기록에 대한 분석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그는 진화에 대한 결론을 얻었고 그 진화론이라는 이론이 종의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결론까지 도달하는데 많은 시간이 걸렸음도 말할 것도 없다. 저 윗 문장은 그가 자연선택과 적응이라는 문제에 도달하기 위해 끈임없이 자신에게 던지 의문과 질문 그리고 확신에 이르는 과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이다. 탐사 이후 얻은 지병의 고통 속에서도 그는 진화론을 발전시켰으며 어느 정도 후폭풍을 예견하며 <종의 기원>을 출간하게 된 것이다(그의 <종의 기원>이후의 재판과정과 주변의 반응에 대해서 알기 위해선 아마 그의 다른 평전을 읽어야 할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토로하지는 않는다. 단지 그가 발견한 동식물의 진화로 얻은 결론이 무신을 지향하게 되었고 그로 인해 주변의 여자들을 안타깝게 했다는 것만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난 과학적 지식(사실의 관찰, 분석, 통합)이 배제된 사유만이 존재하는 글을 싫어한다. 사실적 지식이 동반하지 않는 사유의 글은 결국 고도의 수준 높은 말장난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이 때문이다.  근거 없는 사유는 론에 그칠 수 밖에 없다. 처음 다윈이 <종의 기원>이라는 책에서 진화론이라는 아이디어를 세상에 내 놓았을 때의 과학적 충격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그 충격은 수 많은 반발을 가져오긴 했지만, 어쩔 수 없는 시대적 소명이었는지도 모른다. 19세기만 하더라도 모든 과학적 이론이 신의 카테고리안에서 머물렀던 시대였고 그래서 과학 이론은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그의 진화론은 신이 없다는 결과를 도출시켰고, 신이 없다는 가정하에 사유는 자유로울 수 있었다. 그의 진화론은 생물학에만 적용되는 과학이 아닌 과학 이론 전반에 걸쳐 모든 과학 이론을 무장해제시켰다(사실 20세기 초반의 과학사를 들여다보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은 무신이라는 베이스가 깔려있어야만 했다. 상대성 이론이 없었다면 우리는 어쩜 지금과 같은 과학 문명이 발달된 삶은 살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책은 사실을 근거로 한 과학적 이론이 세상 전체를 바꾸어 놓으며 한 세기를 뒤흔든 거대한 전환을 가져온 한 과학자의 자서전이지만, 신과 진화론 사이에 그가 겪었을 고뇌의 흔적은 찾아볼 수 없다. 170페이지 안팎의 글만으로는 그의 일생을 전부 다 들여다 보기에는 한계가 있고 그의 과학적 발견과 논문을 어떻게 쓰여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짦은 소고같은 책이다. 그래서 무척이나 아쉽다면 아쉬운 책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중요한 것은 다윈의 업적을 한눈에 쉽게 들여다 볼 수 있는 입문서이기 때문이며, 이 책을 통해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명은 신을 창조한 것이지만 다윈의 위대한 업적은 무신론의 발견이라는 생각을 들게금 한 책이었기에, 다윈을 공부하는 혹 진화가 무엇인지 궁금한 사람들에게 이 책은 입문서로 손색이 없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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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ardo 2010-01-21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사실적 지식이 없는 사유만으로 된 글 싫어합니다. 그래서 철학책 중에 심하게 사유 중심인 책은 엄청 싫어하고 읽어도 이해를 못해요.;;반면 역사 관련책은 무척 좋아하죠. 인물평전도 살아있는 사람 건 싫어하는데 죽은지 한참 된 사람들 것은 좋아해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도 무신과 관련이 있었군요. 과학 쪽은 모르는 게 많아서 그쪽은 생각도 못했어요. 특히 물리는 좌절이라서요; 다윈의 일생을 봐도 자식은 부모를 넘어서지 않으면 안된다는 걸 깨닫게 됩니다. 그건 역시 성장의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어요. 다윈 자서전 읽어보고 싶어졌습니다.^^

기억의집 2010-01-21 19:13   좋아요 0 | URL
미투~~
저도 철학책따윈~~ 공짜로 줘도 안 읽어! 주의에요^^ 하핫!
전 평전은 그런대로 산사람이든 죽은 사람이든지 간에 관심 있어요. 지난 번에 바바라 월터스 사고 싶었는데... 넘 비싸서 엄두고 못 내고 있다는.
전 바바라 월터스나 다이안 소여에 관심이 많거든요. 오프라도 그렇고.

뉴튼이 물리학의 천재라고 하지만
그의 고전물리학은 신의 영역을 뛰어넘지 못해 한계를 가지고 있거든요. 그러다가 다윈의(근데 그 이전에도 진화개념에 대해 학자들이 어느 정도 슬쩍 학계에 비춰다고 하네요^^) 진화론 이후 물리학이 확 발전했다고 봐요.
다윈의 夫도 나중엔 불신쪽이었던 거 같아요. 자식의 영향이 아닐까 싶어요^^
전 이번에 다윈평전 나와서 살까 했는데 가격이 무려 4만 5천원이라서
일단 접었어요. 나중에 가격이 좀 내려갈 때 기둘리려고요^^

군자란 2010-01-21 17: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님께서 말씀하신 과학적지식이 배제된 사유을 싢어 한다는 말에 동감입니다. 하지만 생물학에서 의식에 대한 문제, 물리학에서 양자역학관련된 문제들을 들어가면 쉽지만은 않은 문제인 듯 합니다.

기억의집 2010-01-21 19:16   좋아요 0 | URL
앗, 군자란님 안녕하세요. 과학책 리뷰 읽다가 군자란님의 리뷰 많이 읽었습니다^^ 생물학에서 의식에 대한 문제면 데닛 말씀이신가요? 다니엘 데닛의 책 가지고는 있는데 너무 어려워 손도 못 되겠더라고요. 몇 번 시도했는데 어느 새 잠이 들어 침만 질질 흘리고... 양자역학이라면 물리학쪽 말씀이지요. 물리학자들 대부분이 무신론자 인 것으로 아는데.. 파인만도 그렇고 보어도 그렇고.. 아니였나요?

군자란 2010-01-2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중에 나와있는 데닛의 책중 마음의 진화를 읽었던 방법은 일단 한번 이해가 안되도 죽 읽고 다시 두번째 읽을때는 정독하시고 차분하게 읽으시면 생각보다 쉽게 읽혀 집니다.저도 처음에 그 책을 읽을때는 다른 책과 별다른 감흥이 없이 읽었지만 두번째 읽으면서 철학책같은 것도 이렇게 추리소설 같은 쾌감이 있구나는 생각을 하게 됩습니다. 전율이 느껴질 정도로....

기억의집 2010-01-25 12:11   좋아요 0 | URL
마음의 진화 찜해두고 있는 책인데..저는 두번도 모자라요.
저는 머리가 많이 딸리는 것 같아요.
도킨스의 책들은 한 이년 정도
아무리 읽어도 읽어도 손에 잡힐 듯 말듯 하네요.
하핫, 어쩜 그런 사고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경탄을 금치 못하겠어요.
저도 한번 마음이 진화 도전해봐야겠어요. 전율이 느껴진단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