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주말동안 줌파 라히리의 <그저 좋은 사람>을 읽어 내려가다가 문맥에 맞지 않는 문장을 발견했다. 원저자의 실수인지, 번역가의 실수인지 아니면 인쇄상의 실수인지, 아마 인쇄가 잘 못 된 것이 아닐까 싶다. 

펠리시아는 아들이 몇살인지 물었고, 그는 다시 서투르게 지갑에서 사진을 꺼냈다. "메건이 갖고 있는 사진이 더 나아요. 그러니까 요즘 찍은 사진이 더 있어요. 하지만 호텔에 두고 왔대요(137p)."   

<머물지 않는 방>이라는 이 단편은 인도인 아밋과 미국인 메건이 아밋의 옛날 친구 팸의 결혼식에 가 피로연에서 음식을 먹으면서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는 펠리시아라는 여자와 나눈 대화의 일부이다. 인도인 아밋는 부모님이 정해준 인도인 여자와의 정략결혼을 거부하고 미국인 메건을 선택함으로써 집안의 축복도, 결혼식도 없었으며 그들 사이에는 딸 둘이 있을 뿐이다. 저 지문의 대화는 같은 테이블에 앉은 펠리리사라는 여자가 아밋의 딸들을 나이를 묻는, 그러니깐 아이들이 몇살이에요? 라고 물어야할 것을, 이자를 빼먹고 아들이 몇살인지 물은, 인쇄할 때 표기된 것이리라. 혹시나 싶어 원작을 보고 싶었다만,  

나의 영어공부 방식은 좀 촌스러운데, 주로 나는 직감적으로 원서가 괜찮을 것 같은 작품은 원서와 함께 번역본도 같이 사서 번역본을 읽고 원서를 읽는다. 이 방식이 영어문장을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혹은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인데, 이러면 영어가 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 되겠지만 내 경우에는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글이라는 게 일단 많이 접해야 다른 글도 이해할 수 있는 체계이기때문에 영어문장을 많이 접하면 접할 수록 다른 스탈의 영어문장을 읽어내기가 쉬웠다. 영어 쓸 일이 한국땅에서 거의 없으므로 그나마 영어 접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영어원서를 읽은 것인데, 이게 익숙한 내 나라 언어가 아니라서 손에 쉽게 잡혀지지가 않는다. 원서를 읽을 때 전문가들은 모르는 단어는 넘어가라고 하는데, 어떤 경우에는 전체적인 이미지가 잡혀져도 세세한 부분은 놓치기 쉬워 원서를 읽은 의미가 퇴색되어버렸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번역서를 읽고 원서를 읽는 방법. 일단 글과 이미지가 어느 정도 잡혀 있어서 그런지 사전 없이도 원서 읽어 내려가는 데 무리가 없다. 게다가 두 텍스트들을 왕래하다보면,  한 작가의 작품을 번역한다는 것은 어느 정도 번역가의 문학성도 같이 번역되는 것이기때문에 원작자와 번역가의 문학성의 근접과, 차이를 한 눈에 알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번역문장이 더 좋은 경우도 있다.  

여하튼 이 작품도 원작과 번역서를 b님께 tt하면서 다 사들여서 원작을 찾아 읽어보려고 했는데, 몇 달전에 사 놓고 쳐 박아 놨더니 원작은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저 탈자를 확인하고 싶었지만 연 이틀을 온 집안의 책들을 다 뒤집고 엎어봐도 찾을 수 없었다는. 아마존 들어가 대강 미리보기로 봤는데 son자 찾아 검색, 저런 문장이 없는 것으로 봐서는 탈자가 아닐까나 싶다.   

2. 이 책을 읽고 유부만두님께 책이 너무 괜찮다고 입이 마르고 닳도록 칭찬했더니, 만두님이 걸레 들고 창 닦고 있는 여자가 칼을 들고 있는 줄 알았다고 해서 한참 웃었다. 그 말 듣고 나니  히치콕의 사이코 목욕씬이 연상되었다는. 만두님 덕에 표지를 유심히 보게 되었는데, 한번 더 표지를 들여다보다가 겉표지의 이미지와 책내용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겉표지의 표현방식은 누가 뭐라도 상당히 매력적이라 할 수 있는데, 줌파 라히리는 이 작품의 단편에서 미국내의 인도인들이 겪는 세대간의 갈등, 아니 어떤 단편에는 갈등이라기보다는 이젠 어느 정도 부모세대가 미국스탈을 받아들이는 부분도 포착, 그려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볼때는 원서의 표지가 라히리가 말하고 싶어하는 이야기에 더 어울리는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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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1-15 10:59   좋아요 0 | URL
사실 저도 들고 있는게 칼인줄 알았다는 ㅎㅎㅎ

기억의집 2010-01-15 12:35   좋아요 0 | URL
그렇구나~~ 전 이 책 받아보고 전체적인 이미지가 호퍼 비슷하게 정적이어서 호감이 갔었거든요. 햇빛도 풍요롭구나 싶었고. 전 실물을 가지고 있어서 그런지 칼로는 안 보였어요^^

2010-01-15 20:4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09: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16 10: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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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0-01-15 23:49   좋아요 0 | URL
아~ 전 이책 사무실 책상에 쌓아두기만 하고 있는데 다들 이렇게 좋다고들 하시니 이를 어째요. 전 정말 무슨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요. 기억의집님이 이렇게 칭찬하시니 지금 읽는 책을 끝내면 이걸 먼저 집어들어야 하나 싶기도 하고. 저 정말 힘들어요. 흑흑 ㅠㅠ

기억의집 2010-01-16 02:06   좋아요 0 | URL
이 작가의 길들여지지 않은 땅, 정말 좋더라구요. 전 요즘 가족관계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 제가 원하는 말들을 많이 쏟아냈어요. 이 책 하루만 잡으면 금새 읽혀요. 그래도 제가 다락방님 심정 잘 알지요. 이 책을 읽으면 저 책이 보이고 저 책을 읽으면 이 책이 보이는....^^ 좋은 주말 되세요^^ 세수도 하지 말고 이도 닦지 않는 그런 편안한 주말!

2010-01-26 16: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1-27 0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7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4-21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