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불매가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도 나는 세 개의 소녀 머그잔 얻겠다고 엄청나게 질렀다. 처음엔 알라딘 불매에 대해 불만(사실 알라딘에만 비정규직이 있는 것만도 아니라는 생각에서) 가득 했지만, 봉기 든 알라디너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도 참 많이 의식이 변했다. 오히려 지금은 그런 소리를 내주고 김종호씨를 든든히 받쳐주는 알라디너들이 있다는 것이 알라딘만의 트레이드 마크 같아, 알라딘이 더 좋아졌다. 이런 일들이 일어나는 인터넷 서점이 여기 말고 또 어디에 있을 수 있단 말인가. 만약 다른 인터넷 서점에서 이런 일이 있다면 단박에 쌀뚝 짜르지 않았을까나. 난 알라딘 불매는 하지 않지만, 민주사회에서 여러 목소리를 내는 것은 당연하고 그런 소리 당연히 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이런 작은 움직임이 더 큰 물결을 만들 수 있는 거 아니겠는가. 뭐, 여하튼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는 알라딘 불매에 전혀 불만 없다. 그런 글들이 많이 올라와도 전혀 눈에 가시같지 않으니깐 여러 소리 내주었으면 좋겠다. 이게 바로 건강한 사회의 아니 건강한 인터넷 서점의 신문고니깐. 불매 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다. 그건 전적으로 개인적인 문제이다, 싶다. 나도 이 참에 책 그만 사고 쌓아놓고 있는 책이나 읽을까, 했다가 다음달에 애아빠 복지비 나오는 달이어서 손이 근질거려 그걸 참을 수 있을까, 그 중독성을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는 한다.    

흐흐흐 여하튼 나는 알라딘에서 이번 달 가계부에 펑크가 날 정도로 질렀고 그리하여 외식은 커녕 집에서 만들어 먹는 음식이 전보다 더 많아졌다. 아 흑! 

이젠 두부도 사는 게 아까워서 만들어 먹는다. 저 단단한 두부는 집에서 직접 만들어다능~~일단 사서 먹는 거 보다 단단해서 김치 싸 먹기는 캡!  

진짜 거짓말 하나 안 보태서 연 일주일동안 냉이된장국만 끓여먹는다. 우리 남편이 정말 괜찮은 남자라는 생각을 저녁밥 차릴 때마다 한다. ㅋㅋㅋ 연짱 일주일 냉이된장국만 내도 반찬 투정 하지 않는다. 미안해, 하고 베시시 웃으며 말하면, 자긴 된장국이 젤 좋다고 하는 남자다. 저 냉이는 친정엄마가 산에서 직접 캐서 돈 한 푼 안 들었다. 산냉이가 얼마나 향기로운지. 반찬은 저거 하나만 있어도 되겠지만.. 

아이들에게 겨울김 없으면 서운치...겨울 들어서면 재래시장 가서 김 백장을 7천원에 주고 사서 겨울 내내 저렇게 기름 발라 먹는다. 저것만으로도 얼마나 절약이 되는지. 그리고 집에서 만들어 먹는 김이 시중판매 김보다 맛나다.  

오늘 방한칸을 차지하는 쌓여 있는 책들을 보면서 내가 이렇게까지 하면서 책을 사야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책없이 사 들이기는 하는데, 읽는 거 고사하고 찾는 책이 어디 쳐 박혀 있는지도 모를 정도다. 이런 상태면 나도 조만간 보르헤스도 탐내는 바벨의 탑 하나 만들 수 있겠다 싶다. 아이들에게 물려 주겠다는 신념으로 책을 모으고 있지만, 가만 생각해보면 아이들에게는 그 때 그 때 맞는 작품이 나오고 지금 내가 모으고 있는 책들은 아이들이 크면 구닥다리가 되지 않을까, 고전이라는 이름으로 탈바꿈 할 수 있는 책들이 몇 권이나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나 자신조차 이름난 지난 소설을 읽을 때마다 이런 소설이 왜 화두가 되었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노래도 유행이 있듯이 책도 유행을 탄다. 내 귀에도 이문세의 붉은 노을보다 빅뱅의 붉은 노을이 더 좋은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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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냐 2009-12-29 22:02   좋아요 0 | URL
헉. 넘넘 멋진 월동준비임다. 저 두부, 냉이..다 끝내주는데요. 게다가 김. 백장에 7000원이라구요? 이런..쩝... 하여간에...불매운동에 대한 님의 정리도 참 좋군요. 명쾌해요

기억의집 2009-12-30 09:31   좋아요 0 | URL
마냐님, 방금 부군의 흥부전버젼 읽고 왔어요. 마지막 안드레이 버젼, 진짜 웃겨서 아침에 잠자는 애들 깰뻔 했어요^^ 어쩜 그런 멋진 댓글이 있을 수 있죠!// 어쩜 이러한 일들 모두 알라딘에만 있을 수 있는 일이라 싶어요. 전 그게 무지 맘에 들고요.시쳇말로 그런 아웅다웅이 없다면 알라딘이 아니다 싶었어요^^

blanca 2009-12-29 22:22   좋아요 0 | URL
두부까지 만들어 드신다니 정말 허걱 했습니다. 저는 냉이 손질을 못해서 그냥 후다닥 씻어 국을 끓였더니 정말 이상한 냄새가 나더라구요--;김바르는 따님 옆얼굴이 너무 사랑스럽네요. 제 딸아이가 크면 이런 모습일까, 잠시 생각해봤답니다.^^ 그리고 대문사진이 너무 좋네요

기억의집 2009-12-30 09:37   좋아요 0 | URL
블랑카님, 딸애는 크면 저렇게 살림 못해 안달이에요. 심지어 설거지까지 하겠다고 덤벼들어요. 그냥 공부나 잘 할 것이지....(수학 시험 30점 맞아왔어요. 흑흑. 그래서 애아빠가 딸애를 김삼십점이라고 불러요^^) 두돌된 딸아이가 빨리 컸으면 좋겠네요. 아이들이 어릴 때는 이상하게 지루해요. 지금은 커서 그런지 시간도 후딱 가고 그러네요. 어른 말로는 어릴 때 행복하다고 하던데..아직 실감은 못 하겠어요^^ 몸이 고달프니깐 행복은 저 멀리에 있는 거 같은// 대문이미지는 심야식당 10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이에요. 저 장면이 너무 멋져서 올려봤어요^^

희망으로 2009-12-30 00:15   좋아요 0 | URL
월동준비 단단히 하셨네요. 기억의집님 굉장히 알뜰하셔~. 두부를 집에서 만든다는게 놀라워요. 암튼 단단해서 식감도 좋고 맛있겠당~ 두부랑 김치랑, 막걸리 환상적인 궁합인데.ㅋㅋ
저 사진보니 울집 냉장고에 냉이 사다 놓은게 생각났어요.ㅜㅜ 아휴~ 살림을 하는건지 마는건지....
그나저나 울딸은 오늘도 종일 책 읽어대는데 무서워요. 어디서 책 빌려주나 싶은데 무엇보다 길이 미끄럽다는 핑계아닌 핑계를 대봅니다.^^

기억의집 2009-12-30 09:42   좋아요 0 | URL
생긴 게 못 생겨서 처음엔 내 놓기가 뭐 하더라구요. 시판두부처럼 반듯하게 잘 안되요. 저걸로 두부값 한 5천원 세이브 했네요. 휴~~~ // 내 그럴 줄 알았어. 저 사진 찍으면서 희망님하고 막걸리 한병 사 와서(것도 서울탁주!) 저 김치하고 두부 싸 먹으면 한잔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 했어요^^

산냉이는 비닐하우스 냉이하고 달라서 진짜 향기롭고 맛있어요. 전 냉이하고 달래는 사서 먹지 않는게 우리 엄마가 입을 다 버려놓았다니깐요. 저렇게 산에서 깬 냉이와 달래를 매번 듬뿍 주니... ^^

조만간 만나요. 딸애 읽을 책, 내가 책 몇 권 챙겨줄께요^^

유부만두 2009-12-30 08:07   좋아요 0 | URL
난 그래도 이문세의 붉은노을이라는거! ^^ 이렇게 알뜰하게 살림해서 모은 돈으로 책을 사신다니!!! 감탄하면서도 아까운 생각도 조금 들어요.

기억의집 2009-12-30 09:46   좋아요 0 | URL
만두님, 빅뱅의 붉은 노을만 한 이틀만 들어보세요. 그게 휠 좋다니깐~~~~

전 제가 간혹 미친년이라고 생각해요. 저 많은 쌓여있는 책을 어쩔건데..싶기도 하고. 내년에는 미련없이 읽은 책들은 헌책방에다 팔어버리던가 해야겠어요^^ 근데 언니, 뭐가 아깝다는 생각이 든 거에요. 두부 만들어 먹는 거? 아니면 책 사는 돈?

이네파벨 2010-01-01 14:42   좋아요 0 | URL
두부...김치...냉이...김...
너무너무 맛나보입니다~ 살림 내공이 보통이 아니신 듯!
앞머리 가지런히 자른 따님 모습도 넘 사랑스럽네요 ^_____^

기억의집 2010-01-04 09:56   좋아요 0 | URL
흐흐 저 살림 못해요. 오죽하면 전 책 좋아하는 여자랑 결혼하지 말라, 고 말하고 다닌답니다. 근데 다른 건 모르겠는데 책 사겠다는 일념 하나로 모든지 집에서 해 먹는다는 강점은 있어요. 심지어 전 누룽지도 해서 간식으로 먹여요^^ 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