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여행동안 포이즌 아티스트,의 책읽기를 끝내고 어제부터 레슨 인 케미스트리1, 읽고 있는데, 50년대 여성 과학자의 위상 묘사가 너무 정확해 작가에게 경외감을 표하고 싶을 정도다.
50년대 60년대 70년대 80년대 미국 과학계에는 성차별이 존재했다. 리타 콘웰의 인생, 자기만의 실험실을 읽어보면 여성과학자가 어떤 대우를 받으며 연구했는지 자세히 나와 있는데, 아마 이 책 읽으면서 여성 과학자들이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서 온갖 차별을 견디며 연구 논문과 실험을 했는지 알게 된다면 독자들은 놀랄 것이다. 추잡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있는데, 레슨인케미스트리의 초반부에서 정확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십세기의 남성 과학자들의 연구 실적이 위대하다고 해서 사생활까지 깨끗한 것은 아니다. 아마 미투 운동이 이십세기 초중반에 있었다면, 아인슈타인, 폰 노이만, 괴델, 크릭등 많은 과학자들이 지탄 받었을 것이다. 심지어 아이비리그의 종신 교수는 커녕 퇴출되었을 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때와 지금의 성인지 감수성이 다르긴 하지만(남성 중심의 문화였고 법 또한 남성 중심의 법이었으므로), 지금의 기준으로보면 여성과 대등하다는 성인지 감수성이 제대로된 남성과학자들은 그다지 많지 않었을 것이다. 여성들이 대부분 행정직을 맡었고, 남성 과학자들의 성희롱이 만연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다 90년대 중반, 제니퍼 다우드나나 사라 시거의 책을 읽다보면 이 때부터 약간의 변화가 감지 된다. 이 두 명의 여성과학자 책을 읽고 섣불리 판단 하기는 그렇지만, 학문적으로 여성과학자들이 남성과 대등하게 보기 시작하는 시기인 것 같었다. 일단 닥터 후 과정에 좋은 조건으로 선발되고 두 여성 과학자 모두 남성 중심의 과학계에 불편함보다는 자신의 학문적 업적를 강조한다.
며칠 전에 1984년 직장내 성폭력 사건을 다룬 존슨대에벨레스 광산 평결을 영화화한 노스 컨츄리를 보면서, 이 전에 법으로 보호 받지 못한, 남성 가해자의 성희롱 •성추행 •성폭력의 여성피해자가 미국에서조차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이해관계가 얽힌 집단내에서 참고 살아야 했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는데, 1984의 소송 시작에서 1998년에 드디어 여성 피해자측에 승리를 안겨 준 후, 성희롱• 성폭력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피해자들이 법 테두리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아마 저 평결 이후, 손해배상금 때문인지, 사회 인식의 변화인지, 여성 운동의 영향인지 미국 사회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변한 것이 아닐까 싶다(돈이 가장 무서웠던 게 아닐까만은…).
분명한 건 여성과학자들이 지금의 위치에서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던 건 그전의 여성 과학자들의 희생과 학문적 업적 그리고 기존의 남성 중심의 권력 시스템과 수십 년간 싸웠기에 가능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