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편의점에서 일할 때 많은 어린이들이 복지카드를 가지고 와 인당 12,000원 안에서 자신이 먹고 싶은 음식을 구매했는데, 그 많은 아이들중에서 기억에 남는 두 아이가 있다.

큰 아이가 중학생쯤 돼 보이고 남동생은 초등 1학년 정도? 그 두 형제가 꼭 이천원을 가지고 와서 물건을 사는데, 편의점에는 천원어치의 물건값 나가는 게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그 학생들이 집는 건 작은 삼각 김밥 하나와 미니컵라면 하나, 혹시나 동생이 큰 거 집어 천원이 넘으면 형이 막 뭐라 해서 작은애는 도로 갖다 놓고 작은 김밥을 가져 오가나 큰 삼각김밥을 하나 사면 미니컵라면 9백원 정도 맞춰서 사 갔다.

처음에 그 장면 봤을 때, 애 키우는 엄마로써 마음이 미어져 내가 대신 돈 내주고 싶었지만, 큰 애에게도 자존심이 있을 것 같아 지켜봤을 뿐이다. 진심 한창 먹을 나이인데, 두 아이가 딱 이천원 가지고 와서 물건 사 갈 때는 맘이 편치 않었다. 두 아이 모두 너무 말라서, 더 기억에 남고 편치 않다. 내가 그만두었을 때까지도 그 형제는 그 편의점을 왔으니 지금도 올 것이다.

이 아이들은 아마 복지카드를 가질 자격이 없는 그런 조건을 가졌을 것이다. 한부모 가족도 아니고, 자식에게 인색한 부모일 수도 있고, 부모의 경제적 능력이 여의치 않어 조부모님집에 얹혀 사는 아이들일 수 있다. 아마 여러 조건 상 사각 지대에 놓여 있는 아이들이 아닐까 싶다.

이런 경우를 제외하고, 한부모나 가족에 관한 모든 행정력은 여성가족부가 행정처리를 할 것이다. 지금 이십대남자들이 주장하는 여성가족부는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법령과 행정시스템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고 여성을 둘러싼 가족을 위한 행정시스템이다.

이십대 남자들 중 한부모 가족이었다면, 여성가족부의 복지행정이 서포트 되었고, 사랑이 아빠 같은 경우도 미혼부의 출생 신고도 여성 가족부의 행정처리로 신속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십대남자들에서도 많은 편의를 받고 있는 그 아이들이 여성가족부를 폐지하자고 주장하는 건 분노할 일이다. 당장 여성가족부가 폐지되면 , 그 안에서 펼쳤던 행정과 법령은 어디로 당장 간단 말인가??? 혼란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그 혜택을 받고 있는 가족들은? 저 두 아이들처럼 사각지대에 놓일 수 있는 것 아닐까?

여성가족부가 단순히 여성만을 위한 부인가? 가족은 어디 가고 여성만을 위한다고 저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여성가족부가 하는 행정과 법령을 이십대 아이들은 제대로 알고 저런 소리를 하는지 … 알지도 모르면서 우르르 몰려다니며 선동하고 선동 당하고 , 갑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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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2-01-22 21: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성가족부가 없어진다고 해도, 현재 업무는 다른 부서로 이관되어서 없어지지는 않을 것 같아요.
여성가족부가 하는 일을 잘 모르는 사람도 많을 것 같긴 합니다. 저도 실은 잘 모르고요.
기억의집님, 즐거운 주말 보내시고, 좋은 밤 되세요.^^

기억의집 2022-01-22 21:59   좋아요 2 | URL
다들 그렇게 말해요. 행정이나 법령은 다른 부서로 옮기면 된다고.. 하지만 지금처럼 사각 지대가 있는 상황에서 여성뿐만 아니라 가족관련 업무는 공백이 있고.. 저는 여성을 위해서는 행정과 법령이 없으면 아무 일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여성가족부는 있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의당이 여성을 위한다고 말만 하지 행정이나 법안 만든 게 없어요. 행정은 꼭 필요한 수반입니다…..

얄라알라 2022-01-23 16: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어제 오늘 읽은 책이 [Young Carer]인데, 어느 지점에서는 소외된 사람들 중에서도 이중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인지라, 기억의 집 님께서 언급해주셨던 에피소드가 다르게 와닿습니다.

기억의집 2022-01-23 17:21   좋아요 1 | URL
아마 저 애들은 복지가 못 미치는 선안에 있는 애들인데… 그래서 저는 차라리 경제적이든 불화든 부부가 애들을 서포트 못 해 주면 이혼을 권해요. 한부모 가족에게 어느 정도의 선에선 보살펴주거든요. 편의점에서 일해보니… 생각보다 여유로운 아이들도 많지만 못 먹는 애들도 많더라구요!!!